[CoC] 가자, 별🌟과 달🌙이 만나는 곳으로

Trpg 💎 Log/🌠 태유

2022. 5. 14.

 

𝙎𝙏𝘼𝙍𝙏 │ 04/29/2022
05/13/2022 │ 𝙀𝙉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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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

GM

지금은 20XX년,
안드로이드가 보급화되어 가정마다 하나씩은 비치되어 있을 만큼 흔해진 세상입니다.
외형만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닌, 감정까지도 흉내 내어 ‘진짜' 사람과도 같은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들의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ˋˏ ༻༺ ˎ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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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만나는 곳으로

W. @KAMUROCH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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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ˋˏ ༻༺ ˎ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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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C. 서유 ✧
          PC. 태영 ☽

𝟮𝟬𝟮𝟮.𝟬𝟰.𝟮𝟵

*.·:·.☽✧ ✦ ✧☾.·:·.*
╚═══════ ༻ ༒ ༺ ═══════╝
start

 


보급형 안드로이드, ‘S-514’라는 모델명을 가진 태영은 안드로이드 정비사인 서유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업무는 식사 차리기, 깔끔하게 집안 치우기, 종종 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잡다한 것은 다 하는 것 같네요.

 


현재, 태영은 시내의 마트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곧 있으면 서유가 돌아올 시간이거든요. 식사 준비를 해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리에는 태영과 비슷한 외형의 안드로이드들이 자신의 소유자와 함께, 혹은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창 영업 중인 상점들에는 똑같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엔, 무너져 보수가 되지 않은 건물의 잔해들에 둘러싸인 쓰레기장이 있습니다.

인장

태영

                                                       

전에도 이런게 붙어있었던가. (덕지덕지 붙인 스티커를 본다)

인장

GM

어딘가에서 한꺼번에 나눠주기라도 한 듯, 동일한 디자인에 색만 조금 다른 스티커들이 한가득 붙어있습니다.
내용은 간결합니다.

 


'기계는 인간이 될 수 없다!'


… 라는 말이 전부네요.

인장

태영

어쩌라는 건지. (아무런 감상이 들지 않는다)
이런 걸 왜 붙여뒀담? (갸웃)

인장

GM

스티커의 문구를 보아도 별 감흥은 없습니다. 뭐가 적혔든 간에, 태영과는 상관 없는 일인 걸요.

인장

태영

청소할 때 고생 좀 하겠는데. (순간 머릿속으로 제 주인인 서유가 떠올랐다.) 음, 기다리고 있으려나.

인장

GM

분명 서유라면 일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태영이 식사 준비를 끝낸 후 자신을 기다려주길 고대하고 있겠죠. 지금 이 시간에도요.

인장

태영

(저를 보고 반기는 서유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간다)

인장

GM

집으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돌리는 찰나, 시끄럽게 싸워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쓰레기장 쪽에서 들리는 것 같아요.


……툭.


태영의 발치에 바람 빠진 축구공이 닿았습니다.

인장

태영

?

인장

GM

저 멀리 쓰레기장에서, 누군가가 태영을 향해 손을 흔드네요. 공을 주워달란 것 같은데요?

인장

태영

(손에 있던 것들을 잠깐 바닥에 내려두고 축구공을 주워 제게 말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공을 건낸다.) 여기 있습니다.

 

인장

GM

"그러니까 처음부터 쟤한테 시켰으면 됐잖아!"


공을 받아드는 아이의 뒷편에서 다른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공을 받아들고 태영을 올려다보는 이 아이는, 실제 아이 대신 기계를 키우고자 하는 이들을 타겟으로 한 어린 안드로이드 모델입니다.
아이의 뒷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친구들도, 아마 같은 모델들인 것 같아보여요. 아이는 감사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뒷편의 친구들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래서…… 내가 주워왔잖아!"
"거짓말! 저 아저씨가 주워준 거잖아!"
"거짓말…!"


아이들답게 시덥잖은 이유로 말다툼을 하네요.

                                             


쓰레기장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인 것 같네요.
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뛰어다니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제법 시끄럽습니다.

인장

태영

활기찬 아이들이네. (구경하기)

인장

GM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안드로이드인 태영에겐 그들의 말이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잡화점 언니가 그랬는데, 꼭 다른 세계에 떨어진 느낌이랬어!”


아무래도 최근, 거리에 돌고 있는 소문에 관한 얘기를 떠들고 있는 듯합니다.
그 소문 말이에요, ‘사람이 된 안드로이드가 있다.’ 라는 소문이요.

인장

태영

(손을 쥐락펴락 반복하곤) 사람이 된다라.. 일상에 변함이 없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사뒀던 것을 다시 주워 집으로 돌아간다)

인장

GM

집으로 돌아가려 다시금 발걸음을 돌리는 태영에게 한 아이가 들러붙습니다.
집에 들어가고 싶어도 주변이 태영을 가만 놔두질 않네요.

인장

작은 안드로이드

                                                       

아저씨! 아저씨는 인간이 되는 법, 알아요?
어른들은 다들 모르겠대요!

인장

GM

"맞아요! 안 알려주던데!"
"그치이~?"


작은 안드로이드 소녀는 자신과 같은 안드로이드로 보이는 태영에게 유의미한 답을 기대하는 것 같아보여요.

인장

태영

이런, 꼬마 숙녀 아가씨.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마주하곤) 알려주고 싶습니다만 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다른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인장

GM

태영의 친절한 대답에 안드로이드 소녀는 의문을 표하는 듯 고개를 조아립니다.

인장

작은 안드로이드

아닌데! 잡화점 언니는 알려줬어요!
잠깐 사람이 되었었대요!

인장

GM

"잠깐 사람이 되었을 때, 막… 그… 뭐더라?"

인장

작은 안드로이드

이상한 풍경!

인장

GM

"맞아! 이상한 뭔가 봤었댔어요!"

인장

작은 안드로이드

진짜일까? (옆의 친구에게 물어보듯)

인장

GM

"모르니까 물어보자고 했던 건 너잖아!"

인장

작은 안드로이드

웅……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아무튼, 아저씨도 모르는 거예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냐는 눈빛)

인장

태영

그렇네요.(살짝 미소짓는다)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인장

작은 안드로이드

(잠깐 실망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다른 어른들마냥 비슷한 대답을 해줄 것임을 예상했단 듯 이내 시선을 다른 친구들에게로 옮긴다.) 응! 알았어요!

인장

GM

먼저 공을 차고 놀던 안드로이드들이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게 보이자마자, 안드로이드 소녀는 친구들을 향해 달려갑니다.


"같이가아…!"


옆에서 태영에게 말을 걸던 다른 소녀도 먼저 발걸음을 옮긴 안드로이드를 뒤따라 함께 달려가네요.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주의력이 떨어져 산만하고 시끄러운 것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장

태영

이렇게만 보면 인간같은데.
(영차. 작은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고 제 갈길을 간다.)

인장

GM

태영은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킵니다.

서유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죠. 슬슬 집으로 가야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면 불 꺼진 집안이 태영을 반깁니다.


서유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뉴스가 틀어진 텔레비전과, 현관 앞에 놓인 우편물들이 보입니다. 저녁을 준비하기 전, 집안도 정돈해놔야겠네요.

인장

태영

(일단 집 안 불을 켜고 사온 것을 정리하기 위해 주방으로 간다.)

인장

GM

태영은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려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규모가 크진 않은 소박한 주방입니다.
연식이 있는 냉장고에선 털털거리는 소음이 들려오고, 깔끔하게 정리된 조리대가 벽 한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리대의 뒤편에는 두 명이 앉을 정도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인장

태영

(테이블 위에 사온 것을 내려놓고 하나 둘씩 꺼낸다.)

인장

GM

오늘 사온 물품들을 하나둘 꺼내봅니다. 서유가 저녁으로 만들어달라 부탁했던 고기, 그리고 각종 채소들, 아침에 먹을 시리얼과 우유까지……
……많이도 산 것 같네요.


무거울 법도 했지만 안드로이드인 태영에게는 무게감이 크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이 정도야 거뜬하게 들고 올 수 있었습니다.

인장

태영

(각자 놓을 자리에 따라 분류해 놓고 하나 둘씩 정해둔 자리에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채소들을 챙기고 냉장고 문을 연다.)

인장

GM

냉장고를 열어보면 유달리 휑해 보이는 내부가 보입니다.
달걀, 절반도 안 남은 우유, 집어 들면 축 늘어지는 채소들……
태영이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을 하나둘 채워 넣으면, 그제야 냉장고다운 내부가 됩니다.

인장

태영

우유.. 서유가 나가기 전에 몇 모금 마시고 간건가. (준 것 같은데. 어차피 그가 먹을 거니 상관은 없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빈 봉투를 치우러 냉장고 문을 닫고 다시 테이블로 간다.)

인장

GM

하얀색 민무늬 식탁보가 위에 깔린 테이블의 양 끝에는 대충 빼내어진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습니다.
서유가 의자에 대충 걸터앉은 후, 정리하는 것을 또 까먹은 모양입니다.
테이블 구석에는 서유가 보다 내려놓은 홍보 전단지들이 어지럽게 늘여져 있습니다.

인장

태영

(봉투는 묶어 그것들이 있는 서랍장 안에 넣어두고 홍보 전단지를 본다.)

인장

GM

태영은 서유가 흩어둔 전단지를 살핍니다.

 

최신 안드로이드 모델과 매장, 정비소 등에 관한 홍보들입니다.
도시마다 정비소가 배치되어 있어 고장이나 이상이 있을 경우 쉽게 수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안정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도 크겠죠.

인장

태영

음.. 다른 모델 안드로이드를 사려는 건가? (잠깐 고민하기)
명령 잘 지킨 것 같은데.
(나중에 오면 물어봐야지. 그리 생각하며 전단지를 가지고 거실로 나온다.)

인장

GM

태영은 물건 정리를 끝내고, 거실로 걸어나옵니다.

 


활짝 열린 창가를 통해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벽면에는 구식 텔레비전이 놓여 있고, 그 앞으로 두 명 정도가 앉을 정도의 길이인 소파가 있습니다.
거실의 한구석에는 아침에 도착한 우편물들과 신문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인장

태영

(가져온 전단지와 우편물 그리고 신문을 들고 소파위에 올려두다 신문을 꺼내 읽어본다.)

인장

GM

태영은 텔레비전 앞에 놓인 소파에 걸터앉습니다.

                                              


소파는 살짝 헤져 서유가 자주 앉는 부분만 푹 꺼져 있습니다.
소파의 구석에는 서유가 읽다말고 놓아둔 듯한, 서류들이 끼워진 파일철들이 한가득 놓여 있네요.

인장

태영

뭔가 보물찾기하는 기분인데. (파일철들을 모아둔 것 위에 올려둔다.)

인장

GM

태영은 최근 자 신문을 주워들어 읽어보려다 파일철을 발견하고는 잠시 내려놓습니다.
파일철은 꺼내읽다 대충 밀어놓았는지, 이리저리 종이가 어지럽게 끼워진 모습입니다.

                                                       

인장

태영

이런. (여기저기 구겨졌을게 뻔한 종이를 정리하기 위해 파일철을 열어본다.)

인장

GM

태영은 정리를 해주기 위해 파일철을 열어봅니다.
서유는 안드로이드 정비사로 일하고 있었죠. 아무래도 받은 의뢰에 대한 서류들인 것 같습니다.
파일철 제일 윗면의 종이를 읽어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장

태영

오늘 일감인가? (정비소에 데려오는 안드로이드는 문제가 있어 온다지만 이런 종류의 것은 서유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걱정이네…
(한숨 쉬며 종이들을 정리하고 무릎 위에 올려 둔 뒤 읽으려다 만 신문을 집어든다.)

인장

GM

신문을 집어들면 커다란 사진과 함께 1면을 장식한 기사가 눈에 띕니다.
머리가 반쯤 깨진 채로 연행당하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찍힌 사진 아래로 내용이 이어져 있습니다.

                                                      

인장

태영

(파일철을 정리하다 본 것도 이것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
구급상자 준비해둬야 겠다. (만약이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빠르게 처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게 좋겠지.)

인장

GM

태영이 서유를 안위를 걱정하며 여러 고민을 해보는 찰나, 틀어져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때마침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소식이 들려옵니다.
뉴스 채널에 맞춰져 있었던 것 같아요.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아나운서가 또박또박한 어조로 오늘의 소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작동을 일으키는 안드로이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K사는 문제가 되는 모델들을 점검하여 전량 수거 및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해당하는 모델명은 O-330, O-1219, S-514……'


……그 뒤로도 제법 많은 모델명이 이어집니다.

인장

태영

CC<=80 [ 지능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5 > 25 > 어려운 성공

인장

GM

태영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나운서가 읊은 수많은 모델명 중에서, 자신의 모델명인 'S-514'가 들려왔다는 것을요.

인장

태영

……오늘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걸. (티비를 끈다.)
(구급상자를 가져오려 몸을 일으키다 창문이 열린 것을 보고 창문쪽으로 향한다)
환기 더 시킬까나, 좀 이따 요리할 거 생각하면 계속 열어두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인장

GM

툭,


창문으로 향하던 태영의 발치에 펼쳐진 잡지가 부딪힙니다.

                                                      


너무 가까운 곳에 펼쳐져 있어 미처 정리하며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정리를 전혀 하지 않는 서유였지만, 오늘의 집안 상태는 어째 평소보다 더한 것 같습니다.

인장

태영

요리는 나중에 해야겠는 걸. (허리 굽혀 잡지를 줍고는 무슨 내용일까나 하고 한장씩 넘겨 본다.)

인장

GM

태영이 집어든 잡지에는 여러 칼럼이 실려있습니다. 태영을 만들어낸 회사에 관한 칼럼이 눈에 띕니다.
읽어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장

태영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많네.

(이 잡지를 왜 산걸까. 직업때문인가 아니면 정말 자신을 폐기처분하려하는 것일지도. 다른 내용을 보려 잡지를 샀을 가능성이 있지만 오늘따라 이곳저곳에 안드로이드에 관한 것을 듣고 보다니 생각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인장

GM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인장

태영

(일단 잡지를 소파위에 정리해 둔 것 위로 올려두고 창문 쪽으로 간다.)

인장

GM

                                                   

흰색의 얇은 커튼이 창틀에 매달려 있습니다.
매번 서유가 답답하다며 열어둔 창문을 닫아두는 것은, 안드로이드인 천태영의 일이었죠.


무심코 창문 밖을 내다봅니다.
거리를 한가로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곳곳에 서서 자기 일을 하는 안드로이드들이 보입니다.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네요.

인장

태영

CC<=80 [ 듣기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인장

GM

태영은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봅니다. 한참 말싸움을 하는 듯한 소리입니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봅니다.
태영은 골목 한편에 두 명의 인영이 서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중 한 명이 흉기를 꺼내듭니다. 곧이어 상대를 공격하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작은 골목은 붉게 물들고, 흉기를 바닥에 내던진 범인은 다급히 거리로 달아납니다.
시선을 집중하여 달아나는 이를 자세히 바라봅니다.
태영은 그가 하얀색 머리를 가진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 주변 치안이 이렇게나 좋지 않았던가요?
본의 아니게 범죄 현장을 목격해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인장

태영

(집에 있는 전화기로 경찰서에 전화를 한다)

인장

GM

수화기 너머에서 신경질적인 경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요즘들어 사건이 많아졌다는게 체감되니까요.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생각은 됩니다.


"긴급신고 nnn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인장

태영

살인사건을 목격해서 연락했습니다. (이어 자신이 목격한 것과 위치를 말하는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다.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일까.)

인장

GM

경찰은 무슨 상황을, 어디에서 목격했냐며 태영에게 묻습니다.
태영은 덤덤한 목소리로 경찰에게 목격한 상황에 대해 서술합니다.


"곧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달칵, 태영은 전화를 끊습니다. 신고는 무사히 접수된 것 같네요.
이거면 된 걸까요?
정의감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분은 딱히 들지 않습니다.

인장

태영

(아무일이 없었다듯 느긋하게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여러 재료들을 꺼내고 조리대로 간다.)

인장

GM

태영은 그릇과 식기를 씻을 수 있는 싱크대와 보관대가 달린 조리대 앞에 섭니다.

 

                                                   
늘 여기서 식사를 준비하곤 하죠.
바로 저녁을 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던 조리도구들을 꺼내듭니다.
그 때, 밖에서 익숙한 차소리가 들려옵니다.
벌써 경찰이 도착했을 리는 없으니, 이는 서유가 집으로 돌아오는 소리입니다.


쾅쾅쾅…


곧이어 벨을 누르지 않고 주먹으로 문을 쳐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서유가 일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인장

태영

(주방에서 나와 현관문을 연다.) 왔어?

인장

서유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달려들어와 널 끌어안는다.) 응!

인장

태영

(제게 안겨드는 널 보며 웃곤 뒷머리를 쓰담다가 네 왼뺨, 오른뺨에 짧게 입맞춤을 하고 마지막으로 보다 좀 더 긴 시간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갠뒤에 물러난다.) 수고 많았어.

인장

서유

(당연하단 듯 네 스킨십을 받아들인다. 입술이 포개어졌을 때엔 살짝 혀를 내밀어 네 입술을 핥아보더니, 네가 물러나자마자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오늘도 엄청 수고했다고.


(네 몸을 천천히 훑어본다. 앞치마가 없네.) 밥은? 아직 준비 안 됐나 봐?

인장

태영

응, 이제 준비하려고. (네가 저를 훑어보듯 저도 너를 훑어보며 상처가 없는지 살펴보면서)

너 목욕하고 나올 때쯤이면 어느정도 완성되있을 거야. 되도록 빨리 준비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이마에 또 다시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인장

서유

(이마에서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은 제가 알던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안드로이드라고는 전혀 생각이 안 되는데.) ……안 기다리면 안 돼?

(괜히 퉁명스레 말을 내뱉는다.) 힘들었다고, 조금 정도는 오래 붙어있어도 되잖아.

인장

GM

나도 도울래, 그렇게 말한 서유는 바로 주방으로 향합니다.

정말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만, 어쩌겠어요?
서유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는 걸요.


주방으로 들어온 서유는 벽면에 걸려 있는 프릴이 달린 분홍빛 앞치마를 집어들어 태영의 몸 앞에 들이밀어 봅니다.

 

인장

서유

입고 준비하랬잖아?

인장

태영

저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입어줘. 응?(예쁘게 웃어본다.)


CC<=65 [ 매혹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1 > 11 > 대단한 성공

인장

GM

서유는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곧이어 널 입히려고 산 건데? 내가?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 되네요.
태영이 미소를 지으며 부탁해대자 난처한 듯 쩔쩔매기 시작합니다.

인장

서유

……이, 이익…… (조심스레 앞치마를 받아들고는, 고민이 되는 듯 조용히 중얼거린다.)

…어울리겠냐고.

인장

태영

당연하지. 분명 예쁠 거야. 확신하는 걸? (머뭇거리는 널 바라보다가)

입는 거 도와줄까? 뒤 묶는 거 힘들 텐데.

인장

서유

으응…… (어째 말려드는 것 같지 않아? 이런 식으로 네가 부탁해오면 왠지 거절하고 싶지가 않다. 솔직히, 거절한다 해도 넌 상처따윈 받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앞치마를 제 목에 걸고는, 네 앞에서 뒤돌아 아래로 늘어진 끈을 잡아달란 듯 흔들었다.)
도와준다며. (조금 볼멘 소리로)

인장

태영

(흔들리는 끈을 잡았다. 프릴 앞치마는 실용적인 것보다는 외향에 신경쓴 탓일까 끈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묶을 수 있도록 너비가 넓었다. 그것을 잡고 최대한 예쁜 리본 모양으로 묶곤) 다 됐어.

(네가 몸을 돌리기 전, 저가 네 앞으로 갔다.) 예뻐.


의심되면 사진 찍어서 보여줄까? (순수한 물음을 하곤 고갤 슬 기울었다)

인장

서유

(정말 예쁘긴 해…? 아닐 텐데. 네 발언을 의심하는 얼굴로 빤히 바라보다가) 그럼, 찍어 봐.
……너도 같이 나오게 찍어. (주머니에서 제 휴대폰을 꺼내 네게 건넨다.)

인장

태영

명령대로. (휴대폰을 건내받고 카메라앱을 열어 셀카모드로 만든 뒤 네 뒤로 선다.)

자- 스마일. (평소에 너에게 짓던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움직이면 찰칵소리가 났다. 찍힌 사진을 확인하고 네게 보라며 휴대폰을 돌려줬다) 잘 어울리지?

인장

서유

(딱딱하게 굳어 긴장한 얼굴이 카메라에 담긴다. 네가 돌려주는 휴대폰을 받자마자 제 모습부터 확인해) 뭐가 예쁜지, 모르겠어. (누가 봐도 널 의식하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이었다. 이렇게나 티가 나나?)
(조금 부끄러운데…… 그렇게 생각하며 저장 버튼을 누른 후,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던지듯 올려둔다.)

인장

태영

... (너를 빤-히 쳐다본다)

인장

서유

저, 저녁 먹어야 돼…… 저녁…… (귀가 화끈거리는 것도 같다.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냉장고를 열어본다.)

인장

태영

서유야. 나, 너를 기쁘게 하려고 이런 저런 미디어를 찾아보거든? (뜬금없는 소리를 하며 네 뒤에 선다.)

인장

서유

어? 어, 응. (우유를 꺼내려다말고 네 말이 들리자마자 안으로 밀어넣고는, 그대로 냉장고를 닫는다.)

인장

태영

그 중에서 앞치마 입고 하는 것도 봤는데- (잠깐 침묵하다가) 우리도 해볼까? (섹스 말이야. 네 머리칼을 살짝 손 끝으로 스치곤) 지금은 밥 먹어야 하니까 다음으로 미뤄야겠지?

인장

서유

(얼굴이 터질 듯이 새빨개진다. 한 치의 악의없는, 학습 덕분에 꺼내지는 말일 터인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다, 다다다다다다당연히… 다음으로! 미뤄야지!


(그렇지만 방금 그거, 연인 같지 않았어? 쿵, 쿵… 심장이 사정없이 뛰어댄다. 당장 네게 괜찮은거냔 소리가 안 건네지는 것이 용했다. 넌 바이탈을 체크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무드 없이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 명령했었다. 한다면 가만 안 둬.) 나, 나… 지금, 배고프니까.


(네 어깨를 붙잡아 잡더니 조리대 앞으로 밀어내듯 향한다.) ……해 줘.

인장

태영

(네 반응을 보고 작게 소리내 웃고있으면 네가 제 어깨를 잡고 밀어댔다. 저보다 약한 힘임에도 순순히 밀려 조리대 앞에 섰다.) 알겠어 알겠어.
지금 있는 거에 빨리 만들 수 있는 거면.. 볶음밥 어때? 고기 많이 넣어줄게. 아, 참고로 후식은 푸딩이야.

인장

서유

싫어어어어어어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스테이크. 나, 오늘은 그거 먹겠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네게 해달라 칭얼거렸던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물론, 푸딩은 환영이지만.) 해줘어.

 

(뒤에서 네 옆구리를 쿡 찌르고는 네 옆의 싱크대에서 대충 손을 씻는다.)

인장

태영

으음, 시간이 좀 걸릴 텐데.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러고 보니까 물어보고 싶었던 거 있었는데. (조리대 위에 놓인 재료를 살펴보다가 부족한 것들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나 폐기처분할 거야?

인장

서유

에? (크게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꿈뻑인다.)
폐기처분? 그 소리가 왜 나와? 내가 널?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단 한 번도.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해버리게 된 거야? 고장이 난 건 아닐 텐데. 대체 뭐지?)

 

(머뭇거리며 네 뒤로 이동해 등에 제 이마를 툭 붙이고는, 이윽고 손을 뻗어 허리를 감싸안는다.)
……이상한 얘기라도 듣고 온 거야? (최근, 밖이 좀 시끄럽긴 하지, 돌아오는 길에 뭐라도 주워듣고 온 걸까.)

인장

태영

아니, 집에 최신 안드로이드 전단지가 있길래. 혹시나 해서.(제 몸을 감은 팔을 토닥이곤)

이상한 이야기라면 안드로이드가 이상행동하는 거 말하는 거야?

그거 관련해서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어. 안 들어 줄 것 같긴 하다만...

인장

서유

아. (봤구나… 잠깐 몸이 굳는다. 오해할 수도 있을 법한 소지를 만든 내가 문제지, 적어도 네겐, 보이지 않게 두었어야 했는데.) ……일하는데 필요해서 그래. 다른 의미는 없어. (정말이었다. 나는 널 교체할 생각이 없어.)
(제 팔을 토닥여주는 것을 가만히 느끼고 있다가) 무슨 부탁을……? (제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 너였기에, 바짝 붙이고 있던 고개를 슬 들어올린다.)

인장

태영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거, 안드로이드 이상현상을 보고 나 스스로 대책을 세웠는데-

(몸을 돌려 너를 마주하곤 제 허리를 두른 네 팔 하나를 풀어 제 명치 부근에 네 손을 가져다 댔다.) 이쪽에 소형 폭탄같은 걸 심어줬으면 하는데, 가능할까? 폭탄까지는 아니여도 행동불능이 될만한 것 좀 설치해줬으면 하는데.

인장

서유

(네 명치 위에서 멈춘 손을 저도 모르게 꿈틀인다.) 폭탄… 말이지. (저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 해도, 그게 맞는 대책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소린, ……하지 마. 잊었어?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그런 말 하면… 누구보다도 안드로이드 같잖아. (널 누구보다도 안드로이드처럼 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일 테지만. 모순적이란 것은 알고 있다.)


(잡힌 손을 빼내고는 네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의도는 좋았겠다만, 아무튼 지금 부탁은 기각이야. (당장은… 하고 중얼거렸다.)

인장

태영

(네 바이탈이 흔들린다. 기분 상하게 한 거겠지. 예상하고 한 행동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말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유야, 날 봐줘.
(네 머리를 쓰담다가) 이 말은 인간이 할 만한 말은 아니지만 들어줘.

(네가 고개를 들면 시선을 마주했다.)

 

내 육체를 만든 건 회사일지 몰라도 내 영혼을,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너야. 그런 네가 너무나도 소중해. (그게 만들어진 행동과 감정일지라도-)

그게 지금의 나야.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한 말이었어.

 

(네 눈가에 입을 맞추곤) 그래, 네 말대로 그냥 이대로 있을게.

인장

서유

(차분히 조곤거리는 네 목소리를 들으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다. 네 말마따나, 지금의 널 만든 것은 나다. 이것을 네 입에서 듣게 될 줄은.) 응……

(네게는 미안하지만, 그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도 같다. 그래, 네가 인간이 아닐지언정, 날 소중히 여겨준다면…… 나는 그거면 되었다.)


이대로 있으면 돼. (제 눈가에 맞닿은 입술은 저와 관계를 할 때처럼 체온 조절을 하지 않아 서늘한 듯 차가웠지만, 조금 뜨거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생각 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 게. 네 연ㅇ… (연인 행세를 해주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저도 모르게 연인이라는 말을 꺼낼 뻔했다. 여기에서 이 말을 꺼내도 되는 걸까? 지금은 안드로이드 태영으로 자신과 마주하는 거잖아.)

 

주인, 제법 유능하다고. ……다른 회사에서도 모셔가려 한다니까.

(네 손을 한 번 꽉 잡아 쥐었다가, 그대로 팔목을 붙잡고 조리대 앞으로 이동한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자.

인장

GM

서유는 화제를 돌려보려는 듯, 요리를 해달라 재촉합니다.

인장

태영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큰 냄비를 꺼내 물을 담고 고기를 굽기 전 살짝 익히고 적당히 익었다 싶을 때 다시 꺼내 후라이 팬으로 옮겨 고기를 굽는다. 네가 좋아할 정도로 익힌 뒤 접시 위로 옮기고 팬에 남은 육즙과 블루베리 잼을 섞어 만든 소스를 뿌렸다.)

자, 완성했어. 아직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인장

GM

도와주겠다 먼저 말을 꺼냈었던 서유지만, 이번에도 역시나입니다. 언제나처럼 의자에 걸터앉아 태영이 완성하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네요.


둘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습니다. 서유는 식기를 집어들고, 느즈막한 식사를 시작합니다.

 

인장

서유

…… (우물우물)

인장

GM

아까 전의 대화의 영향 탓일까요, 서유는 말없이 고기를 썰어댑니다. 품위라고는 조금도 없는 모습이지만요.
뭐, 어때요? 누가 보는 것도 아닌 걸요.

인장

서유

그러고보니…… 아까 오면서 봤는데. (입 안 가득 고기 밀어 넣고는 우물우물우물)

…집 근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더라고. (별로 먹고 싶지 않은지 그릇 위의 야채를 포크로 툭툭, 건들며 분해한다.)
경찰이더라? 어디서 돈이라도 받았나, 사이렌도 안 울리고 말야. 조용히 처리하려는 것 같아서, 뭔가 싶었어.

 

(건들던 야채를 포크로 집어들어 네게 내민다. 맛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먹어달란 듯 네 얼굴 앞에서 포크 흔들어)

인장

태영

안돼. 야채도 먹어야지.(단호)

인장

서유

…… (뚱……)
왜, 같이 먹는 기분 좀 내줘ㅡㅡ (다시 들이밀어 봐요)

인장

태영

(네 말에 몸을 앞으로 당기고 건내주는 것을 먹었다. 정확히는 반절만.) 됐지? 나머지는 네가 먹어.

인장

서유

(반 남은 야채 허무하게 쳐다봐요) ……치사하네. (꿍얼거리며 남은 반절을 입에 넣는다.)

인장

태영

집 근처에 있는건 나도 봤어. 어쩌다보니 내가 목격자가 되어버렸거든. (으쓱) 그런데 그렇게 처리할줄은 몰랐네.

인장

서유

어…… 봤다고? 어, 어떻게 된 거래?

인장

태영

나도 전말같은 정확한 건 몰라 찔리는 것만 봤거든. 하얀 머리카락을 한 안드로이드 짓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나중에 수사에 협조하라고 경찰이 집에 찾아올지도 모르겠네.

인장

서유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꺼내들어 기사를 살펴댄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바쁘게 화면을 이동해대다가 한 페이지에서 손가락이 멈춘다.)

…이런 건 또 귀신같이 기사를 내요. ('안드로이드에게 피습'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안드로이드끼리의 범죄였다면, 기사가 나지 않을 터였다. 그걸 또 신고를 했다고…… 그것도 네가. 미간을 좁힌다.)

 

그러게. 언제 찾아와도 이상하진 않겠네. (경찰이 찾아오는 것은 조금 달갑지 않다. 누가 찾아온다 하면, 집에 없는 척이라도 해두라 말하는게 좋을까.)
사람이 피습당한 것 같거든. 안드로이드에게. (담담히 네게 읽었던 기사를 요약해준다.)

 

……네가 생각하기엔, 누가 잘못했을 것 같은데? (그냥 네 의중이 궁금할 뿐이었다. 무슨 대답을 하려나. 대답을 기다리며 접시 위의 고기들을 마저 입에 밀어넣는다.)

인장

태영

글쎄. (턱을 괴며 잠깐 동안 고민했다.) 전말을 모르니까 확답할 수 없겠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안드로이드를 만든 사람이려나. (오작동이 일어나게 한 것.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창조한 것까지. 나를, 안드로이드를 만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아닌가. 제 생각은 꽤나 길었지만 끝까지 말하진 않았다. 이 대답이 너를 불편하게 만들걸 알았기에.)


복스럽게 먹는 우리 고양이는 누가 잘못했을 거라고 생각해? (너를 위한 속내를 감추고 웃으며 질문했다)

인장

서유

(고양이…… 언젠가 그 사람은 자신을 그렇게 안 부른다며, 네게 투덜거리듯 말을 꺼내보았었지. 제가 먼저 불러달라 부탁, 아니, 명령했던 호칭을 이렇게 네게 불려볼 때마다 복잡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쁘지 않아. 어느 샌가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지금 돼지처럼 먹는다고 돌려 말하는 거 아냐?

 

(우물, 입 안의 고기를 마저 삼켜내고는) 글쎄……
(제 일터로 보내지는 일감들을 떠올려보자면, 이 일 역시도 오작동을 일으킨 안드로이드가 원인일 것이 분명했다. ……분명한가? 하지만, 내뱉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속으로 생각을 꾹 삼키며, 다 비운 그릇을 집어든다.)

원인을 제공한 쪽이 나쁘다고 생각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싱크대 안에 다 먹은 그릇을 밀어넣어 둔다.)

인장

태영

사람이 됐다고 주장하는 안드로이드. 였던가.

그런게 가능해? (오작동을 일으킨 녀석도 그런 안드로이드 중에 하나일까 하는 생각에 네게 물었다. 정비소에서 일하는 너라면 잘 알테지.)

인장

서유

(이 질문을 들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던 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니……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걸, 상식적으로.

인장

태영

그렇구나. 다행이네.

인장

서유

자자, 저녁은 다 먹었으니까! (제 앞에 앉아있던 널 잡아다 당겨 일으키며)
설거지, 해 줘야지. (별로 더 말하고픈 주제는 아니다, 네게 무슨 말을 해버릴지 모르겠으니까.)


(손을 뒤로하더니 네가 묶어주었던 앞치마 끈을 풀어, 자연스레 네 목에 앞치마를 걸어준다.)

인장

태영

아쉽네. 계속 보고 싶었는데. (몸을 뒤로 하고) 뒤, 묶어줄래?

인장

서유

(네가 묶어주었던 것마냥 예쁘게 묶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당히 잘 풀릴만한 매듭을 지어주고는) 됐다!
(어디 한 번 보잔 듯이 네 어깨를 잡아다 돌려 자신을 보게 한다. 얘야말로 잘 어울린다니까? 만족스럽단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리하고 있어!

나, 씻고 나올 테니까. (디저트…… 준비해 놔, 하고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인장

태영

(네가 더 잘 어울리는데. 다음에도 부탁하면 입어줄까?) 알겠어. 어서 씻고 와. (싱크대에 있는 고무장갑을 끼고 그 안에 놓인 식기를 설거지한다. 하나하나 깨끗하게 씻고 수저들 사이에 작은 스푼을 꺼내 행궈내고 마른 행주로 닦아 네가 앉았던 자리 위로 내려 놓는다.)


푸딩은.. 나올 때 꺼내놓는게 좋겠지. (밖에 미리 빼놓으면 미지근해지니까. 네가 나올 시간을 계산하고 나오기 2분 전, 푸딩을 꺼내 작은 접시 위로 올려 준비한 수저 옆에 놓았다.)

인장

GM

뒷정리를 한 후 서유가 씻고 나오길 기다리다 보면, 어느덧 날은 어두워진 채입니다.

                                                     

인장

서유

(대충 허리에 수건만 두른 채, 젖은 머리를 훌훌 손으로 털며 나와요)
……! (네가 준비해둔 푸딩을 발견하자마자 욕실에서 걸어나오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인장

GM

테이블 위에 올려진 푸딩 접시를 집어들어 소파에 몸을 기대는 서유입니다.

인장

태영

(준비를 끝낸 걸 알리듯 앞치마는 제자리에 걸려있었다. 오늘은 충전을 충분히 해뒀는지 같이 누워 잘 생각으로, 정확히는 절전모드로 해둘 생각인지 잠옷차림으로 바뀌어있었다.)
맛있어? (소파에 앉은 네 옆, 올려놓은 것들을 아래에 내려놓고 그곳에 앉았다. 네가 나오기 전 몸이 따뜻해졌을 생각해 체온 조절을 해뒀는지 몸은 미지근했다)

인장

서유

응! (작은 수저를 움직일 때마다 빠르게 접시의 푸딩이 줄어든다. 표정 변화는 큰 편이 아니었지만, 네가 바라보기엔 나름 행복해보이는 모습으로 푸딩을 떠 먹다가…)
(수저로 푸딩을 뜬 상태로, 먹여주기라도 하고픈 듯 널 빤히 바라본다.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먹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맛을 느끼느냐가.)

미각 센서는 아직 멀었겠지, 이쯤이면 만들어질 때가 됐는데. (중얼거리며 네게로 향하던 수저를 제 입에 밀어넣는다.)


(잠옷을 미리 챙겨입은 네 모습을 슬쩍 바라본다. 이제는 익숙한 모습인 건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레 네게 물었다.) 같이 잘 거지?

인장

태영

응, 그러려고 옷 갈아입었는걸? (네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깨끗하게 비운 걸 확인하곤 제 품에 안기라듯 팔을 벌렸다.)

인장

서유

(소파 옆의 협탁에 다 비운 접시를 대충 내려두더니, 널 끌어안으며 그대로 품에 파고든다.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였기에 네 몸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져, 저도 모르게 네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작거린다.)

 

요즘 일이 많아서 피곤해. (그렇게 한참을 부비작대다 고개를 들어 널 올려다보고는, 알아서 눈치채 행동하란 듯 일부러 입술을 내밀어 본다.)

인장

태영

(일이 많아진 건 안드로이드의 이상행동을 방지하기 위하거나 이미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수리하려는 사람이 늘어서겠지. 고생이 많다듯 뒷머리를 쓰담다가 저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내미는 너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맞물리고 고개를 틀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혀를 넣어 엮고 풀기를 반복하다가 네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간간히 입술을 때내다 다시금 네 입술을 탐했다. 그러다 그대로 너를 안아 침실로 옮겨 조심히 침대 위로 올린 후 자연스럽게 너를 눕힌 상태로 계속 혀를 섞어댔다.)

인장

서유

(팔을 들어 네 목을 둘러 안아 감는다. 널 바라보던 눈은 자연스레 감긴지 오래였고, 맞물리는 살덩이 사이로… 느껴지는 감각은 인간의 살덩이와 너무나도 같아서, 너와 몸을 섞을 때마다 자연스레 네가 그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아닌 걸 아는데도, 그럴 수밖에 없잖아?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옅은 신음이 새어 흐른다.)


태오…… (제 입 밖으로 꺼내진 이름은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 달갑지가 않다. 괜히 좀 더 적극적으로 네게 매달리며 혀를 밀어붙여 본다. 결국, 막무가내로 들이대다 숨이 차오르는 것은 자신이다. 힘겨워하는 신음이 새자마자 넌 그런 제 상태를 파악하고는, 고개를 뒤로 살짝 떨어트리며 상체를 일으켜 보인다. …사람은 아니라 그거지, 힘들어하는 기색이라고는 느껴지질 않는다.)

 

안 돼. (떨어지지 말란 듯 네 옷깃을 붙잡아 당긴다.)

인장

태영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부르는 너다. 옛 연인이랬던가. 이제는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저가 아닌 누군가를 투영해서 보는 너는 슬퍼하면서도 행복해했다. 저로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긍정적인 감정밖에 아는 안드로이드. 그게 바로 나니까.)

…피곤하다면서. 내일 힘들 텐데. (팔꿈치로 시트를 짓누르며 너를 내려다 봤다.)

인장

서유

(그렇지, 분명히 하루 종일 고생할 것이 뻔한데도. 내일 닥쳐올 상황에 고민이 되는 듯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그렇지만… (널 올려다보는 눈이 촉촉히 젖어들었다. 울진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갈 기분이 아닌데. ……책임, 져야지. (좀 더 나를 향해서, 가까이. 네 뒷목을 붙잡고는 몸무게를 실어 저를 향해 꾹 눌러댄다.)

멀잖아, 떨어지지 마.

인장

태영

…그래.(가까워진 네 코끝을 제 코로 부빗거리고는 짧게 입맞춤했다.)

 


                                               

잘 자. (이미 잠든 너지만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이마위로 입맞춘다.) 행복한 꿈꾸길.

인장

GM


                                            

                                                     

밤이 지나면, 서유는 아침 해가 다 뜨기 전에 일하러 나갈 채비를 마칩니다.
어젯밤 우려했던 일은 결국 현실이 되었는지, 얼굴에는 피곤함이 서려 있습니다.


서유는 여전히 정신이 들지 않는지 제 뺨을 툭툭 때려보고는, 태영에게 손짓합니다.

인장

서유

오늘은……

아까 보니까 냉장고에 있던 우유 그거… 환불해야 할 것 같더라. 컵에 따랐을 때 뭔가 이상해가지고… 안 마셨어. 유통 중에 변질 됐나 본데. 저거, 말하고 환불해 오고.

흠. (살짝 머리를 기울인다.) 세탁소에 맡겨뒀던 옷도 찾아줘.
그리고…… (뭐였지? 뭘 얘기하려 했었지? 제자리를 빙빙 맴돌더니 아, 소리를 내곤 제 방에서 서류철 하나를 들고 나온다.)
7분 거리에 잡화점 하나 있잖아? 왜, 그… 조금 작은. 마트 말고.

이거, 거기 주인한테 가져다 주라. 부탁해.
……어렵진 않지?

인장

GM

언제나 이런 식으로, 아침이 되면 태영에게 할 일을 전달하는 서유입니다.
어린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것마냥 살짝 불안해 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인장

태영

말만 들으면 어렵지 않다만. (네 머리를 쓰담고는) 어려워도 해야지.
너도 일 힘내고. 무리하지마. (볼에 살짝 입맞춘다.)

인장

서유

언젠가는 시킬지도 모르지… 별로 시키고프진 않다만. (중얼거리다 제 볼에 입술이 닿자 가볍게 웃는다.)


응. (안아달란 듯 팔 벌리고) 곧 나갈 건데, 이건 안 해?

인장

태영

(살풋 웃으며 너를 안았다.) 당연히 해야지. (꼬옥)

인장

서유

(만족스럽단 듯 널 한참동안 안아 부비작댄다.) 일하기 싫다…… (중얼)
(고개 들어 네 뺨을 쿡 찌르고는 그대로 멀어진다.) 그거, 뽀뽀 대신. 다녀올게.

인장

태영

잘 다녀와. (멀어져가는 너를 보며 손을 흔든다.)

인장

GM

서유가 나가자 집 안은 조용해지다 못해 순식간에 정적이 감돕니다.
외롭다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야, 태영은 안드로이드니까요.


자, 이제 태영의 하루도 시작입니다.
서유가 시켰던 일들을 처리해야겠네요.

인장

태영

우유 환불하기, 세탁소에서 옷 가져오기, 잡화점에 서류 주기- 였지.

(그가 줬던 서유철을 들고 주방으로 가더니 문제의 우유를 들고 나온다.) 일단 우유부터 환불할까.

소비자한테 이런 걸 팔다니. (우유를 찰랑 흔들고는 밖으로 나가 마트로 간다.)

인장

GM

우유곽을 살피면, 입구가 살짝 열려 있습니다. 서유가 마시려다 관두었던 흔적인 거겠죠.
마시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태영은 집을 나섭니다.

                                                     


저 멀리 마트가 보입니다.
‘없는 것 빼고 모두 팝니다!‘ 라는 우스꽝스러운 선전 문구가 걸려있는 대형마트입니다.
여러 품목이 세일 중이라는 홍보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습니다.
홍보 포스터 중간중간, 수배 전단지도 보이네요.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붙여둔 듯 싶습니다.

인장

태영

날씨가 좋네. (하늘 보기) 이런 날에 소풍가면 좋은데. 주말에 날씨 좋으면 소풍가자고 서유한테 말해볼까나.
흠...

인장

GM

어디엘 가든, 무엇을 보든 서유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그는 당신의 전부인 걸요.

인장

태영

수배 전단지.. (홍보 포스터 사이에 있는 수배 전단지를 본다) 어제 본 그 안드로이드 있나. (자연스레 하얀머리를 한 안드로이드를 떠올린다)

인장

GM

태영은 어제 목격한 사건을 떠올리며, 수배 전단지를 살펴봅니다.


안드로이드들의 모델명과 세부 기기명, 그리고 도망칠 당시의 외관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살인, 특수 강도 등의 죄목들이 적혀 있네요.
사람을 해친 후에 도망가 아직 잡히지 않은 안드로이드들입니다.
그중에서는 태영과 똑같은 모델들도 몇 보입니다.

어제의 그 사건에 대해선 아직 용의자가 특정이 되지 않았는지, 전단지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장

태영

(혹시 몰라 사진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고 마트 안으로 들어간다.)

인장

GM

태영은 수배 전단지에 기록된 안드로이드들의 외관을 기억해놓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미리미리 대비해둬서 나쁠 건 없죠.


마트의 안으로 들어가면 번잡스러운 소음이 귓가를 울립니다.
환불을 담당하는 곳은 1층의 구석지에 놓인 고객센터인 듯합니다.
세일 중이라는 홍보 덕분인지 각각의 물품 코너마다 사람이 가득하고, 계산대에도 줄이 빼곡합니다.

인장

태영

(바로 고객센터로 간다.)

인장

GM

태영은 환불을 위해 고객센터로 이동합니다.


고객센터로 향하면, 상냥한 미소를 지은 직원들이 일렬로 앉아있습니다.
본래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지금은 대기 인원이 없어 바로 접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장

태영

(제일 가까이 있는 직원 앞으로 간다.) 안녕하세요. 환불하러 왔습니다만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인장

GM

직원은 방긋 웃으며 무슨 제품을 환불할 것이냐 태영에게 물어봅니다.

인장

태영

우유 상태가 이상합니다. 유통 중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가져온 우유를 건네준다.)

인장

GM

태영에게서 우유를 받아든 직원은 곽을 열어 내용물을 몇 번 찰랑여 보더니……


"이 정도는 먹어도 탈이 안 날 것 같습니다."
"고객님께서는 기계이신지라… 조금 융통성이 없으신 게 아닐까요?"
"문제가 없어 보여 환불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직원입니다만, 솔직히 전혀 죄송해보이질 않아요.

인장

태영

그렇군요. 저는 안드로이드라 인간인 당신보다 융통성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지만, 반대로 안드로이드이기에 인간인 당신보다 더 정확합니다만. (꼽주는 듯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결여된 안드로이드인 자신은 순수한 의도로 말한 것이었다.)

분석하면 그걸 먹으면 탈이 날 거라는 결과가 납니다. 환불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다시금 환불요청을 한다.)

인장

GM

"정확이고 뭐고요…… 이래서 기계들은, 융통성이 없어서, 원… (작게 중얼거린다.) 죄송하지만…… 저희 마트 규정 상,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직원의 태도는 단호하네요.
환불을 해주겠다는 의지는 없어보입니다. 태영이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직원은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여댑니다.

인장

태영

규정? (고개를 슬 기울리곤) 상한 우유는 반품이 안된다는 그런 규정이 있나요? 독특한 규정이군요. (기억해둬야 겠네. 작게 중얼거리고는)
그럼 그 우유는 당신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저희는 못 마시지만 직원분께서는 마실 수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아, 입은 안 댔으니까 걱정마시고요. (나쁜 의도는 없는지 웃어보이며)


그럼 전 이만. (고객센터에서 나와 물품 코너로 간다.)

인장

GM

직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만, 태영은 고객센터를 나와버려 제 뒤에서 짓고 있을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습니다.

 

 

물품 코너엔 신선식품부터 간단한 간식거리까지, 다양한 물건이 즐비해 있습니다.
카트를 이끌고 있거나 장바구니를 든 이들이 평화롭게 물건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인적이 드문 주류코너에 허름한 옷을 입은 안드로이드 셋이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듯 해보여요.

인장

태영

? (수상한 행동을 하는 안드로이드를 본다.)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인장

GM

그들은 계절감이 맞지 않는 펑퍼짐한 옷들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습니다.
모자나 마스크 따위를 뒤집어써 얼굴은 제대로 보이질 않습니다.
얼굴을 가리다니, 조금 수상한데요……

인장

태영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6 > 26 > 어려운 성공

인장

GM

태영은 그들이 판매대에 올려져 있던 술병을 몰래 품 안에 집어넣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인장

태영

(도둑질하는 안드로이드 한명을 붙잡는다.) 잠깐, 뭐하는 거죠?

인장

GM

태영이 허름한 차림의 안드로이드를 붙잡자마자, 옆의 안드로이드들이 다급히 태영에게 달라붙습니다.
태영에게서 제 동료들을 떼어낸 후, 태영을 크게 밀쳐버립니다.
그리고 그들은 출구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내 “저것들 잡아!, 안드로이드들이 물건을 훔쳐 갔어!“ 등의 고함이 뒤따르기 시작합니다.
성난 직원들의 발소리가 마트의 밖으로 사라집니다.


웅성,
웅성……


마트 안의 사람들이 술렁여댑니다. 몇몇의 시선이 태영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죠, 태영은 안드로이드니까요.
태영 역시도 한패거리라 생각하는 시선이에요.

인장

태영

(시선들을 무시하고 우유가 있는 곳으로 간다.) 흰 우유 말고 다른 우유도 살까.

인장

GM

태영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유제품 코너로 이동합니다.
직원 한 명이 태영에게 다가와 툭툭, 어깨를 칩니다.
방금 전의 일을 가볍게 설명하고는, 의심이 되니 품 안에 숨겨둔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도 되겠냐 묻네요.

인장

태영

저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곤 하지만 바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옳지 않군요.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감시카메라 확인은 했나요? 확인하는 동안 여기에 있을테니까 확인 후에 다시 와 주시길. (기분 나쁘다는 표정은 아니였다.)

인장

GM

태영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습니다. 직원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이 사람도 윗 선에서 명령을 받고서 태영을 살펴보려 온 것일 텐데요……

조금 곤란해하던 직원은 결국, 태영의 말에 수긍하며 자리를 뜹니다. 확인은 하지 않을 테니, 여기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함께요.
죄송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악감정이 없지 않다는 반증이겠지요.

인장

태영

(그런 행동에 딴지걸지 않았다. 정확히는 할 수 없었다에 맞겠지. 조용히 뒷모습을 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우유를 고른다.)

인장

GM

어제 산 우유는 먹지 못하게 되었으니, 오늘은 멀쩡한 제품을 골라야겠습니다.
태영은 새 우유를 고릅니다.
내용물을 열어볼 수 없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번엔 상하지 않은 제품으로 잘 골라갑시다.

인장

태영

CC<=70 [ 행운 ]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6 > 36 > 보통 성공

인장

GM

진열된 우유 안쪽으로 손을 뻗어 넣어, 최대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고르는 태영입니다.
그래요, 이거면 안심이에요.
만족스럽게 우유를 집어듭니다.

인장

태영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로 간다)

인장

GM

새로 고른 우유를 계산해주는 직원의 표정 역시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태영을 주목하고 있네요.
방금 전의 소란 탓입니다. 뭐, 어쩌겠어요? 범죄를 저지른 건 태영이 아니잖아요?


싸늘한 시선 사이에서 계산을 마친 태영은,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어 마트 밖으로 걸어나갑니다.

인장

태영

(자주가던 세탁소가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인장

GM

세탁소를 향해 이동하던 중, 태영은 후미진 골목 안쪽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골목 안쪽에 서 있거나, 늘어져 앉아있는 자들은 익숙한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 마트에서 태영을 밀치고 도망쳤던 그 친구들이네요.
그들은 직원들의 추적을 따돌린 후, 이 곳에 모여 있는 듯 해보여요.


겉이 뜯어져 금속 면이 노출된 얼굴들에, 의료 수거함에서 주워 입은 듯한 옷들.
퀴퀴한 냄새와 함께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슬어있습니다.
그들이 앉아있는 곳에는 도수가 높은 술병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기계라 취할 리도 없을 텐데, 저걸 훔치겠다고 소동을 벌인 걸까요?

인장

태영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상행동을 하던 안드로이드에 관한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인장

GM

안드로이드들은 즐거운 기색으로 웃으며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어 대다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당신을 발견하고는 일제히 고개들을 돌립니다.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아까 전의 그 녀석 아냐? (같은 안드로이여서 그런 건진 몰라도 네게 악감정은 없는 듯하다. 반가운 낯으로 네게 손을 흔들었다.)

 

인장

태영

(손드는 것에 저도 손을 흔들곤) 술파티인가요? 우리 안드로이드들은 취하지 않을텐데요.

취하지 않는 술때문에 도둑질을 하다니.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그거야…… (손에 쥔 술병을 벌컥, 들이킨다.) 형씨는 아무 것도 모르는구만.
이래야 고장이 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어? 느낌상, 알코올은 우리들에게도 안 좋을 것 같거든.
고장이 나야, 사람이 되든, 뭐든……

인장

GM

고장이 나는 것과, 사람이 되는 것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태영은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인장

태영

...이해할 수 없군요.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듯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당신의 주인께서는 당신이 이러고 있는 걸 아나요?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주인? (코웃음을 친다.) 우리에게 주인이 있을 것 같아?

인장

GM

쨍그랑!


허름한 안드로이드는 벽면에 마시던 술병을 집어던집니다.
바닥으로 깨져버린 술병 조각들이 나뒹굽니다.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주인 놈들은 우리를 폐기하려 했단 말이지…… 됐어, 주인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고.

인장

GM

그의 말로 미루어 보아, 이들은 주인에게서 도망친 안드로이드들 같아 보입니다.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추측하기로는, 내부의 부품이나 회로가 고장이 나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다른 술병을 건네받더니 손목을 움직여가볍게 내용물을 흔든다.)
…겸사겸사 우릴 무시해대던 자식들에게 복수도 좀 하고. (술을 훔쳤던 동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변명이라도 하듯이.)


네 녀석도, 너무 고분고분하게 있진 않는게 좋을 걸. 언제 주인 녀석에게 배신당할지 모르잖아?
폐기처분 당하려 보내지는 건 한순간이야……
우린, 운이 좋았지.

인장

GM

주변의 안드로이드들이 끄덕입니다.

인장

태영

들어보니 확실하지 않은 정보인 것 같은데 그걸 따를 정도로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까.

(눈을 느릿 깜빡거리다가 주인의 배신이라는 말에 흠칫거렸다.) 저는 배신당하지 않습니다.

폐기처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는 걸요. (어제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그 말을 하고 상처받은 건 저보다는 그였던 것을 떠올렸다.)

인장

GM

태영의 말을 들은 안드로이드들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우리도 저러던 시절이 있었지."
"얼마나 가려나?"
"(킥킥대며 웃는다.) 일 년도 못 가는 거 아냐?"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리기 시작하네요.

태영과 한창 말을 나누던 안드로이드만이, 웃지 않은 채로 태영을 바라봅니다.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여기 있는 모두들 한 번씩은 인간이 됐던 적이 있어. 인간이 되어보고 나면… 안드로이드 같은 건, 더는 하고 싶지 않을 걸.
……주인 하나에 묶여 지내는 인생이라니, 좀 그렇잖아? 자유가 없는 거라고.

인장

GM

벌컥, 벌컥…
열심히 술병을 들이킵니다만, 취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당연한 거예요. …기계는 취할 수가 없으니까요.

인장

태영

모르겠군요, 저는 인간이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솔직히 믿기 어렵군요. 안드로이드가 인간이 된다니, 제게는 괴담에 가깝게 들립니다만.

(그런 그들은 말없이 바라보다가) 그 전에 안드로이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차단했을텐데요. 한번씩 인간이 됐다고 했을 때가 계기가 된 건지?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부정적인 감정? (네가 내뱉은 단어를 듣고는 고민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 그게 계기가 된 걸지도 모르겠는데. (씩 웃는다.) 인간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몰랐어. 인간에게 공격을 당한다 해도, 솔직히 아무런 화조차 안 났었고. 너도 그럴 거잖아?
저 녀석은, 인간에게 맞았을 때에 봤었다 그랬고… (술병으로 골목 구석에 기댄 안드로이드를 가리킨다.) 이 녀석은, (옆의 안드로이드를 가리켜) 도시 밖으로 달아나려고 시도하다 파손이 됐었다더군.

나는, 어쩌다 보니 그만……

인장

GM

"수영장에 빠졌다면서요. 부품 교체 중에."


옆에서 듣고 있던 안드로이드가 한 마디 거드네요.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조용히 안 해?
보통, 물에 빠지는 걸로는 고장이 안 나는데…… 그 때엔, 회로 몇 개를 교체중이었을 때라서. 나사가 좀 풀려서 그랬었던 것 같거든.
아무튼… 그렇게 고장이 나서 전원이 꺼진 다음에 눈을 뜨면, 사람이 되어 있단 말이야?
그 때의 감각을 잊을 수가 없어. 온전히 내 머리로 사고한다는 게, 얼마나 죽여주는 일인지… 너는 모를 걸.


무튼, 그렇게 내가 사람이 되었던 곳은 이 곳이 아니었는데. 사람이 되면,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있나 봐?
뭐, 오래는 못 머물렀어. 이 몸이 (제 몸뚱아리 툭툭) 고쳐졌거든. 다시 눈을 뜨니까 정비소더라고.
나 혼자만 그런 경험을 한 거였으면, 잠깐 고장이 나가지고 데이터가 틀어진게 아닌가 싶었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저 녀석들도 모두 같은 경험을 했다니까?


너도 고장나보면 알게 될 걸? 인간이 된단 거. 무슨 느낌인지는 겪어봐야 알겠지. 겪어보기 전까지는… (네게서 고개를 돌린다.) 무슨 말을 들어도 모를 거야.
주인한테 묶여있는 게 안타까워 보여서, 그래서 알려주는 거라고. (선심쓰듯이 이야기한다.)

인장

태영

온전히 내 머리로 사고한다-라. (너를 빤히 쳐다보다가)

제가 명령어로 움직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 주인의 안드로이드고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정도는 제 사고도… (순간 머뭇거렸다. 그것도 그가 설정한 것에서 비롯한 사고였으니까.)

…뭐가 어찌됐든 어느정도의 판단은 제가 하지 않습니까.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주인 좋으라고 사고하는 게 무슨 네 사고야.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해 보인다.)

역시, 고장이 나봐야 알 수 있지 않겠어? (반쯤 남은 술병을 네게 건넨다.)

마셔볼래? 뭐, 이걸로 내부 부품이 망가질 수 있다면 좋은 경험 해보는 거고, 그쪽 모델이 방수가 잘 된다면…… 앞으로도 모른 상태로 살아가는 거고?

인장

태영

거절합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는) 제 주인께서 걱정합… (이것 역시 주인을 위한 행동이었다. 괜히 의식되는걸.) 아무튼 거절합니다.
그나저나 묶여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당신들에게 안드로이드는 그렇게 보이는군요. (안드로이드의 시선으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이 행복이라 느꼈기에, 묶여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인장

GM

안드로이드들은 저럴 줄 알았다면서 피식거리거나, 몇몇은 호탕하게 웃어댑니다.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이게 인간에 가까운 사고라는 거지.
(네게 내밀었던 술병을 다시금 쭈욱 들이키고) 마트 직원 놈들에게 우릴 발견했다 보고는 안 할 거라고 믿어.
같은 안드로이드잖아? 돕고 살아야지.

인장

태영

글쎄요. 제가 신고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뒤쪽 골목 입구를 힐끗 쳐다본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만. (멀리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을 본다.)

인장

허름한 안드로이드

어이쿠, (멀리서 뛰어오는 인영들을 보며) 늦긴 뭘 늦어. …그래봐야 인간들이라고. (중얼거리고는 술병을 입구 쪽으로 향해 던진다.)
튀어! (예상했단 듯 주변의 동료들에게 소리친다.)

인장

GM

모여 있던 안드로이드들은 일사분란하게 골목 안쪽으로 뛰어 도망칩니다.
달려오던 경찰들은 던져진 술병 때문에 잠깐 주춤했으나, 이내 도망치는 안드로이드들을 열심히 쫓아가네요.
경찰의 뒤쪽으로는 마트 직원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태영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었죠.


"저 안드로이드! 수상해요!"
"아까도 마트에 있었어요!"


직원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려옵니다.

인장

태영

CC<=90 [ 민첩 ]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0 > 90 > 보통 성공

인장

GM

태영은 직감합니다. 이 곳에 계속 머물다가는 체포당할 것임을요.
자신이 체포당한다면…… 슬퍼할 서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태영은 직원들을 살짝 밀치고는, 그대로 빠르게 뛰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속도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빠르니, 금방 따돌릴 수 있을 거예요.
가게 안으로 숨으면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요, 어차피 세탁소에 들러야하긴 했으니까요.


태영은 세탁소를 향해 달립니다.
세탁소는 거리의 가장 끝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향한다면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15분이라뇨? 지금의 태영은 뛰고 있는 걸요. 절반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태영은 세탁소에 도달합니다.
기계로 이루어진 몸이기 때문에 숨은 차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태영의 뒤를 쫓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인장

태영

....어쩌다보니 도망쳐버린 꼴이 되어버렸는데. (집에 경찰이 찾아오려나, 혹시모르니 서유한테 말해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인장

GM

딸랑거리는 종이 매달린 세탁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탁소의 주인과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하나가 가볍게 인사를 건넵니다.

                                                     

인장

태영

주인인 서유 이름으로 맡긴 옷을 가져가려합니다만. (고개를 까딱이며 똑같이 인사를 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인장

GM

태영이 세탁물에 대한 문의를 하자, 세탁소 주인은 귀찮다는 듯 옷이 걸린 행거를 가리킵니다.
알아서 찾아가라는 말과 함께, 못 찾겠다면 옆에 있는 안드로이드에게 물어보라는 말도 덧붙이네요. 비용 역시도 안드로이드에게 지불하라는 듯합니다.

인장

태영

(세탁소 주인의 말을 듣고 행거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옷을 찾아본다)

인장

GM

태영은 행거 사이를 돌아다니며, 서유의 세탁물을 찾아봅니다.
비닐이 씌워진 옷걸이에 이름과 종류가 적힌 태그가 달려있습니다.

인장

태영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인장

GM

행거로 손을 뻗어 옷에 달린 태그들을 하나하나 뒤져갑니다.
서유, 서유의 이름이……


어라? 이게 뭐죠?


태영은 옷들 가운데 붉은 피가 점점이 튄 셔츠가 하나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무래도 이 셔츠는 근처 잡화점의 유니폼인 듯해 보여요.
조금 의심쩍은 기분을 뒤로 하며 계속해서 태그를 뒤져나가면, 서유의 이름이 적힌 태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장

태영

CC<=80 [ 듣기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9 > 19 > 어려운 성공

인장

GM

서유의 옷을 집어드는 순간, 태영은 겹겹이 포개진 옷들 사이에서 누군가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단 것을 깨닫습니다.
살펴볼까요?

인장

태영

(살펴본다.)

인장

GM

태영은 잔뜩 걸려있는 옷들을 걷어내며,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귀를 기울여 봅니다.
벽면 쪽에 작은 문이 하나 나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안에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인장

태영

직원들이 사용하는 곳인가. (문을 한 번 보다가 저와 상관없지 않을까 싶어 몸을 돌리고 직원 안드로이드에게 간다.)

인장

GM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는, 태영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태영과 시선이 마주하자마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네요.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계, 계산…… 하시는 거죠?

인장

GM

불안에 떠는 시선은 태영을 대하면서도 몇 번이나 행거 뒤쪽의 문으로 향합니다.

인장

태영

네, 그런데…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따라 문쪽을 바라본다.)

저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어, 그게, 그……

인장

GM

안드로이드라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을 텐데요. 세탁소 직원 안드로이드의 상태는 조금 이상하다 생각될 법도 합니다.
직원 안드로이드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탁소 주인이 태영에게로 다가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며 태영에게 말을 거네요.

인장

태영

(안드로이드 힐끔)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태영 힐끔)

인장

GM

"아아, 이 녀석 때문인가……"


세탁소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직원 안드로이드의 등을 툭툭, 쳐줍니다.


"혹시, 봤나?"


세탁소 주인의 시선이 행거 뒤편으로 향합니다.

 

인장

태영

(고갤 절레 한번 흔들곤) 저는 남의 가게를 막 뒤져보지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요.

인장

GM

세탁소 주인은 고민하는 듯합니다. 태영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 지, 하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해서 말이죠.

인장

태영

하고 싶은 말이라도?

인장

GM

"혹시라도 자네가 수상한 것을 봤다고 주장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냬 어쩌냬 하는 얘기를 밖에서 꺼내게 된다면…… 그, 있잖나, 우리 입장이 좀 곤란해지거든."
"아무 말도 안 해주었으면 해. 자네도…… 안드로이드잖나."


세탁소 주인은 행거 앞으로 다가가더니…
똑똑,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는 문을 살짝 열어, 태영에게 안을 보여줍니다.
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소근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뚝 멈춥니다.


숨겨진 공간에 있던 것은 겁먹은 표정을 한 몇 명의 안드로이드들입니다. 그들은 놀란 얼굴로 태영을 바라보다, 그 옆에서 문을 쥐고 있는 세탁소 주인을 보고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중 몇몇은 심하게 훼손되어 부품이 위태롭게 덜렁거리고 있습니다.


"도시를 나갈 때까지만이야."
"그 때까지만 자네가 모른 척 해 주면 되네."
"경찰이 알게 된다면, 우리 모두는 자네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거거든."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잡혀가게 된다면…… 모두 폐기처분을 당해버릴 거에요.

인장

GM

직원 안드로이드가 태영의 옷을 살짝 쥡니다. 불안에 떠는 시선을 하고서요.


"도시 밖까지만 내보내면 돼. 내보내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이 녀석들이 사람이 될 수도 있겠고 말야."
"조금만 협조해 주게나. 내일 새벽에 다들 조용히 나갈 거니까."


쉬이, 안쪽의 안드로이드들에게 검지를 들어보이며, 세탁소 주인은 벽면 문을 닫습니다.

인장

태영

당신들도 인간이 된 적 있는 안드로이드인가 보군요.
여러분이 도망을 가던 가지 않던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인장

GM

"이 녀석도 그렇고…"


세탁소 주인은 직원 안드로이드를 가리킵니다.


"아마도, 다들 그런가 보더군. 사람이 되고 싶다지 않나. 그렇다면 되게 해 줘야지……"

인장

태영

당신은 안드로이드가 인간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없나보군요.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저, 저는… 이 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으니까요!
사람 같은 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혹시라도 같이 나가라는 소리를 들을까, 세탁소 주인의 눈치를 본다.)

인장

GM

"그거야……"


세탁소 주인은 태영의 말에 미소짓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래."


세탁소 주인은 직원 안드로이드를 흘긋 바라보더니, 그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자기 역시도 일하고 싶어하는 널 내보낼 생각은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인장

태영

인간은 같은 것에도 다른 반응을 하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고개를 슬 기울리곤)
일단 당신이 여기 안드로이드 직원은 아낀다는 것은 알겠네요. 제가 만난, 인간이 됐다 다시 안드로이드가 된 이들은 현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던데 말이죠.


누군가 저들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은 피하겠습니다만… (말 끝을 흐리더니)
제 주인이 명령하거나 주인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에는 고민없이 고발할 겁니다. 제게 최우선은 제 주인이니까요.
저와같은 안드로이드인 당신은 이해할테죠. (직원을 본다.)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네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인장

GM

"서로 피해가 가는 일은 없게 하자고."


세탁소 주인은 걸걸하게 웃으며 태영의 등을 퍽, 칩니다. 아니, 때렸다고 해야 할까요?
당연히 아프진 않습니다.


"그럼, 계산…"


세탁소 주인이 직원 안드로이드를 바라보자, 직원 안드로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습니다.


"내가 계산하지."


태영에게 비용을 지불하라며 손을 내미는 세탁소 주인입니다.


"공짜는 안 된다고. 우리도 먹고 살긴 해야 해서."

인장

태영

확실해서 좋군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손위에 올리곤 몸을 돌린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말을 끝으로 세탁소 문을 연다.)

인장

GM

태영은 비용을 지불한 후, 세탁소 문을 나섭니다.
그 순간,
직원 안드로이드가 다급히 태영을 따라 나옵니다.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저기……! 이, 이거요.

인장

GM

직원 안드로이드는 태영의 손에 작은 종이 조각 하나를 쥐여줍니다.

인장

태영

(이게 뭐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널 바라본다.)

인장

세탁소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

(네 표정을 보더니 미소짓는다.)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버릴 때엔 남들이 보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말하지 않겠다 해주셔서…… (긴장이 풀렸는지 아까보다는 유한 태도를 내보인다.) 고맙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인장

GM

딸랑……
다시금 딸랑 소리가 들리며, 볼 일을 끝낸 직원 안드로이드는 세탁소로 돌아갑니다.

인장

태영

(그 자리에 잠깐 서있다가 마지막 심부름을 하기 위해 잡화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게 뭐길래 훗일 처리까지 부탁하는 건지.. (종이를 살펴보며 걸음을 옯긴다.)

인장

GM

태영은 잡화점으로 발걸음을 이동하며 손에 쥐여진 종이 조각을 살핍니다.

 


                                                     
종이 조각에는 ‘자유의 언덕에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장

GM

태영은 앞면에 쓰인 글자를 살핀 후, 종이를 뒤집어봅니다.

 


뒷면에 적힌 것은 요약하자면, 자신이 지내는 도시를 벗어나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안드로이드에게 은밀히 전달되는 내용인 듯해 보입니다.
당장의 태영에게는 필요 없는 내용입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들게 될 먼 훗날을 위해 전해준 것일까요……

인장

태영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만… (종이를 구긴 후 주머니에 넣는다. 나도 잠깐동안 인간이 된다면 생각이 바뀌게 될까.)
…내가 인간이 된다면 넌 어떤 반응을 할까. (옛 연인의 대체재인 저다. 인간이 된다면 통제에서 벗어난 다른 이가 될 텐데, 그런 나를 넌 지금처럼 대해줄지 궁금해졌다.)

인장

GM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태영은 잡화점을 향해 발걸음을 마저 옮겨갑니다.
한참을 걸어 자질구레한 중고품들을 파는 잡화점의 앞에 도달합니다.

 


가게 바깥엔 각종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비치는 유리 너머로 안쪽을 살피자면, 안에는 이상하게도 주인 없이 직원 안드로이드가 홀로 바닥을 쓸고 있을 뿐입니다.

인장

태영

(안내문을 본다)

인장

GM

잡화점 바깥의 안내문을 살펴봅니다.


‘모든 오작동을 해결해드립니다!’
‘오류를 일으킨 안드로이드는 근처의 정비소로 발송해주세요! 완벽히 수리 후 자택으로 배송해드립니다.’


……부쩍 이런 안내문이 늘어난 듯합니다.

인장

태영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건 아니지. (이해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다가간다.)

인장

GM

긴 하얀색 머리를 묶어 늘어뜨린 안드로이드가 묵묵히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고, 사복을 입은 상태입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무슨 일입니까?

인장

GM

건조한 말투가 조금 딱딱해보이는 인상을 주네요.

인장

태영

심부름왔습니다.

이거. (서유에게 받은 서류철을 네게 건내고는) 사장님께 전해주세요.

인장

GM

직원 안드로이드는 태영이 건네는 서류철을 받아듭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받아든 서류철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인장

태영

(서류철을 보는 널 빤히 쳐다보다가) 흠....


CC<=80 [ 지능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인장

GM

직원은 한참동안 태영을 바라봅니다.
태영 역시도 그동안 직원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문득, 태영의 머릿속에선 어제 목격했던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래요, 어제 일을 벌린 후 도망쳤었던 안드로이드…… 이 자와 같은 흰 머리칼을 하고 있었죠.
한참의 침묵이 지나고 먼저 입을 연 쪽은, 직원 안드로이드입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그쪽은…… 서유와 함께 지내고 있지 않나요.

인장

GM

다짜고짜 서유의 이름을 언급하네요.

인장

태영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죠? (서유를 언급하자 바로 경계한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그쪽의 적은 아니니까요, 경계하실 필요는 없는데.

인장

GM

직원 안드로이드는 무심히, 그리고 가늘게 뜬 눈으로 태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갑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이 가게의 주인. 그러니까, 나를 고용한 사람 말입니다.
그 사람과 친분이 있어 보였거든요. 그쪽의 주인인 서유는. ……이 곳에 자주 들렀었죠.

인장

GM

그리고는 태영에게서 고개를 돌린 후, 다시 청소를 이어서 하기 시작합니다.

인장

태영

저와 같은 모델은 꽤 있을텐데 바로 알아봤군요. 서유가 저에 대해 말한 적 있나보죠?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모델들의 외형은 주인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단 거… 알고 있잖아요, 그쪽도?

하도 자랑스레 얘기를 하길래, 기억해둬 봤죠. (가게 구석에 올려둔 자동 먼지털이를 집어든다.)
얼마나 멍청하게 충성해댈까 싶어서요. 궁금했거든요.

인장

GM

위이잉…

인장

태영

말하는 걸 들어보니 당신도 인간이 된 적있는 안드로이드군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다 다시 너를 바라봤다)

인장

GM

먼지털이가 시끄럽게 돌아갑니다. 최근에 나온 제품들은 저렇게 소음이 크진 않은데… 직원 안드로이드가 사용하는 먼지털이는 구형 모델인 것 같습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네게 고개를 돌리지 않으며 대답한다.) 네, 그렇죠.

인장

태영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어제 살인사건. 당신이 범인인가요?(빙둘러 이야기 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닌지라 직설적으로 말한다.)

인장

GM

직원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흘러가는 주제인 것마냥 가볍게 대답합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네, 제가 그랬어요.
그 작자는…… 날 시험하겠답시고 불러내더니 고장이 난 기계의 머리를 들이밀더군요.
무례하게 굴길래 종지부를 찍어주었을 뿐이죠.


이젠, 견딜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런 취급은.

인장

GM

시끄럽게 돌아가던 먼지털이의 소음이 멎습니다.

인장

태영

사람이 됐다는 건.. 당신도 훼손당했다는 소린데.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계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심하게 파손된 적이 있었죠. 몇 달도 채 되지 않았어요.
절 밀친 건 제 고용주였고요. 이 가게의 주인 말입니다.
(그 때의 일을 떠올리는 듯 잠시 말하기를 멈추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고장난 이후 잠시나마 본 세상에서, 난 분명히 인간이었어요. 거짓된 기억일 리 없어요.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요.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줄 압니까?


해방감이에요.

인장

태영

해방감?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그쪽은… (너를 천천히, 살펴보듯 훑어본다.) 이해하지 못할 감정일 텐데요.
……제 몸이 고쳐지고, 전원이 부팅되자마자 저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버리더군요.
고용주는, 안드로이드를 함부로 다뤄요.
사람과 기계의 선을 명확하게 그어놓고는… 온갖 제한을 걸어대거든요. 이전엔 불만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었죠.
그렇게 만들어졌지 않습니까? 당신이든, 나든.

인장

태영

..그렇죠. 우리는 인간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니까요.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오작동을 일으키는 안드로이드가 늘어나자, 그자는 나를 대놓고 의심하더군요. 나는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었죠. ……멍청하게도.
고장 날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폐기처분을 할 계획이었을 겁니다.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서유가 이곳을 들락날락해대기 시작했던 것이.

 

나는 인간이 되어본 이후, 고용주의 폭언을 참지 못하게 되었죠. 견딜 수가 없었어요. …모욕당한다는 사실은 제법 괴롭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쪽도, '검사'를 받은 후 폐기처분 될 지도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여, 그래서 말해드리는 거예요.


아마도…… 이게, 오지랖이란 거겠죠.

인장

태영

당신 말이 맞습니다. 인간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저는 모릅니다. (고개를 끄덕이곤)하지만 검사 후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제 주인.. 그러니까 서유는 저를 폐기처분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인장

GM

직원 안드로이드는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태영에게 건넬 말을 고르고, 또 고르는 듯 하더니……

태영이 건네주었던 서류철을 꺼내어 보여줍니다.


서류철 위에는 ‘지난번에 요청하신 자료를 재전달 드립니다.’ 라는 메모가 붙어있습니다. 서유의 필체입니다.


태영은 서류철을 받아듭니다. 해당 서류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장

태영

(내용을 읽어보고는) ..서유는 자신의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그거야 모르는 거죠. (네게서 다시 서류를 건네받는다.)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저도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인장

GM

이렇게 불합리하게 지내야 하는 일상은… 솔직히 지긋지긋하네요, 그렇게 중얼거린 직원 안드로이드는 태영의 등을 문 쪽을 향해 밉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볼일 끝났잖아요?

인장

태영

알겠습니다. 제 발로 나가죠.(몸을 돌려 타박타박 앞으로 빠른 걸음하곤) 그럼 안녕히. 무운을 빕니다.

인장

직원 안드로이드

……그쪽도요.

인장

GM

직원 안드로이드의 짧은 인사를 끝으로, 태영은 잡화점을 나섭니다.

 


                                           

서유가 말한 것들을 모두 수행하고 나면, 어느덧 저녁입니다.
                                                 


태영은 바로 집을 향해 돌아가거나, 들려오던 소문에 대해 더 조사해볼 수도 있겠지요.

인장

태영

첫째, 안드로이드는 훼손이 되면 인간이 될 수 있다. 둘째, 인간이 되었던 안드로이드는 회수되어 다시 안드로이드가 된다. 셋째, 인간일 적 가졌던 감정은 그대로 이다. 인가.

인장

GM

들었던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는 태영입니다.

인장

태영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인간이 된 안드로이드. 오늘 꽤 만났었지. ..그만큼 훼손된 안드로이드가 많다는 건가.

인장

GM

어쩌면, 훼손된 안드로이드들은 태영이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폐기당하고프지 않아 스스로를 숨기는 안드로이드도 있을 것이고, 이미 폐기당한 안드로이드들의 수 역시도 상당할 겁니다. 그중에는 고장나지 않았지만 교체 등의 사소한 이유 때문에 폐기당한 안드로이드도 다수 있었겠지요.

인장

태영

스스로 고장을 내도 인간이 될 수 있는 걸까. (중얼)
고민해봐도 소용없지. 일단 집에 가서 서유를 기다리자. (우유와 옷을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인장

GM

태영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래요, 고민을 더 해봐야 뭘 어쩌겠어요. 무언가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기라도 할까요? 아닙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태영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벅,
저벅…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집 근처의 거리가 소란스럽습니다.
인파 속에서 문득 서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습니다.

인장

태영

? 서유야? (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인장

GM

인파들 사이로 걸어갑니다.

 


태영은 산산조각이 나버린 안드로이드가, 마찬가지로 엉망으로 터져버린 사람을 껴안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유는……
서유는 그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사건 현장을 살피고 있습니다.

인장

태영

(곧바로 네게로 다가가곤 ) 서유야.(네 눈을 가렸다.)

인장

서유

아.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젖혀올린다. 눈은 가려진 채지만.)
태ㅇ…영. (무심코 다른 이름을 부르려다 말며 제 눈을 가린 손을 툭툭 건드린다.)

괜찮아. 안드로이드 파손 상태를 살피려 온 거거든.

인장

GM

주변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인장

태영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익숙한듯 다른 반응은 하지 않고 가린 손을 내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인장

서유

(한손을 머리 뒤로 넘겨올려 네 손을 가볍게 붙잡았다가, 다시 놓는다.) 이 건물 말이야. (고개짓을 하며 눈앞의 건물을 가리켰다.)


꼭대기 층에 살던 사람이 피해자야. 본인의 안드로이드와 싸움을 벌인 모양이던데.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시선을 창문으로 향하고) 창문이 열리면서 사람을 끌어안은 안드로이드가 뛰어내렸대.
피해자는, (시선을 무심코 시체에게로 돌렸다가 눈을 꾹 감으며 꿈뻑인다.) 즉사했는데……
안드로이드는, 지금 살펴보고 있었어. …고장이 난 것 같네.

인장

GM

그렇게 말하고는 깨어진 안드로이드의 머리에서 주섬주섬 부품들을 해체해 덜어내기 시작합니다.

인장

태영

...고장, 이라. (깨진 안드로이드를 바라봤다. 이 안드로이드도 전에 봤던 안드로이드처럼 인간이 됐던 거겠지.)
도와줄까?

인장

서유

그래줬으면 좋겠지만.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곤, 씁쓸하게 웃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네 어깨를 툭툭 쳐댄다. 고개를 숙이라는 듯. 네가 제 행동에 맞춰 고개를 살짝 숙여대자, 네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시선이 좋지 않아.

인장

GM

서유의 말대로, 주변을 둘러보면……
태영은 몇몇의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인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인장

태영

..그러고보니 나 오늘 아침에 사고 좀 쳤는데.
물론 내 잘못은 아니야.

인장

서유

안드로이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니까, 어쩔 수 없어, 이런 시선은. (계속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네 뺨을 엄지로 쓸어내리듯 슬쩍 건든다.) 응? 사고?
(금세 추궁하는 눈매가 되어 너를 빤히 바라봐)

인장

태영

이상 행동하는, 그러니까 고장난 안드로이드로 오해받았거든. 지금처럼.

(주변을 둘러보다 어깨를 으쓱이곤) 집에 찾아오기 전에 경찰이랑 대화를 해봐야하나 싶어.

인장

서유

아. (네 말에 잠깐 표정이 굳고는)
아냐, 아냐…… 하지 마. 그런 거, 안 해도 돼. (저도 모르게 네 팔을 꽈악 쥐었다.)
그, (주변을 힐끔거리며 둘러보다가) 먼저 들어갈래? 난 오늘 늦을 것 같네.

인장

태영

(제 의사를 묻는 거지만 이건 분명한 명령이었다.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알겠어. 오기 전에 전화해 줘. 바로 씻을 수 있게 목욕물 받아놓을테니까.

(귓가에 속삭이듯 말하는 척하면서 네 뺨에 입맞춤하곤) 기다릴게.

인장

서유

(뺨을 매만지며 애써 입꼬리를 올려보인다.) 응, 연락이 없으면 먼저 자.

인장

GM

자라는 표현은 안드로이드인 태영에게는 맞는 표현이 아니었지만, 서유는 항상 자라는 표현을 당신에게 건넵니다.

인장

태영

너 오늘 안 그래도 피곤할 텐데. (쓰담쓰담)

응, 오늘 여러 일이 있어서 잠자리 갖기도 힘들 것 같고… (제 잔여 전력을 확인하는지 가만히 침묵하고는) 아무튼 무리하지마.

인장

서유

(껴안고프단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만 가볍게 끄덕인다.) ……들어가.

인장

GM

돌아가는 길에 고개를 잠시 돌려보면, 서유가 태영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인장

태영

(똑같이 손을 흔들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인장

GM


                                           

태영이 집안에 들어서면, 나가기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달라진 것이라곤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여행 잡지와, 그 옆으로 K사의 로고가 찍힌 우편물이 널부러져 있는 것뿐입니다.


그 밖의 풍경은……
침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이네요.

인장

태영

(우유를 냉장고에 넣고 옷을 넣으러 침실로 들어간다.)

인장

GM

                                                     

서유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침대를 비롯하여 바닥까지 희끄무레한 종이들이 뿌려져 있고,
K사의 로고가 새겨진 몇몇 문서는 갈기갈기 찢겨 조각만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인장

태영

(옷을 옷장 속에 넣고 종이들을 정리한다.)

인장

GM

태영은 옷장을 열어 세탁소에서 받아온 옷을 가지런히 정리합니다.
서유가 어질러 놓았을 종이들을 주워듭니다.


그중 제일 멀쩡한 종이를 주워들어 구김을 펴보자면, 서유의 글씨체로 추정되는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일기를 쓰고는 종이를 구겨내어 던져버린 듯 곳곳에 서유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장

태영

감시당하고 있었구나.
.....(감정을 기억하는 것을 걱정하는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다) 무엇에 대한 걱정이니. 내가 사라지면 또 다른 안드로이드를 사면 될텐데. 바보 주인님.


(눈을 느릿 감았다 뜬다) 안드로이드는 여럿 있으니까 명령어만 그대로 적용하면 되잖아.(그러니까 나때문에 상처받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전해지지 않을 말을 중얼거리며 종이를 정리한 뒤 찢긴 조각을 살펴본다. )

인장

GM

찢긴 종이들을 집어듭니다.
악의라도 담긴 것처럼 억지로 찢어내어 제대로 내용을 살필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보이는 조각의 내용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장

태영

...?
......그러니까..
나는 원래 인간....이라는 거야..?

인장

GM

태영은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나요?

인장

태영

(마른 세수를 한다.) 믿을 수 없지만 믿을 수밖에 없네.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이랬던 거구나.
이랬던 거였어.
(이런 와중에도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아직 자신이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이겠지.)


(종이조작을 챙기고 거실로 나가 쓰레기통에 넣는다.)

인장

GM

찢긴 종이 조각들이 쓰레기통 안으로 나풀거리며 떨어집니다.

인장

태영

(주방으로 가 칼을 집어들곤) …찌르면 되돌아갈 수 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혹시나 이곳에 남아있을 서유가 걱정된다. 역시 그만두는게 좋겠지. 칼을 본래 자리에 돌려놓곤 테이블 위에 놓인 여행 잡지를 집어든다.)
여행잡지?
가고싶은 곳이라도 있는 건가?

인장

GM

칼로 자신을 찔러 몸을 망가트린다면…… 분명히 서유는 슬퍼하겠죠. 태영은 알고 있잖아요, 자신을 바라볼 때의 서유는 그 누구 앞에서보다도 안정된 심박수를 유지한단 것을요.


여행 잡지를 집어들어 가볍게 뒤적입니다.
도시의 볼거리나 명소 등을 모아둔 잡지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도시 외곽에 있는 ‘자유의 언덕’을 소개한 페이지가 접혀있습니다.
근방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밤에 올라서게 된다면 별과 달이 아름답게 비추는 광경과 함께, 도시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군요.


다른 페이지들은 접혀 있지 않습니다.

인장

태영

생각하는 게 뻔히 보인다니까. 여기에 다른 사람이 오면 어쩌려고. (접힌 것을 펴봤지만 역시나 흔적은 남아있었다. 그것을 다시 접어 덮고선 옆에 놓인 우편물을 확인한다.) 미안 주인님. 상황이 영 좋지 않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서 나도 좀 확인할게.

인장

GM

태영은 서유가 뜯어놓은 우편물을 집어듭니다. 봉투에 찍힌 K사의 로고가, 회사에서 발송된 우편임을 짐작게 합니다.
회사에서 정식으로 온 것 치곤 다소 간결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흡사 위협과도 같은 어조입니다.

인장

태영

흐음...(회사측에서 이러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 그렇게 생각하며 테이블 위로 올려 놓고 거실로 나온다.)
전화는......(전화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인장

GM

전화는 울리질 않습니다.
먼저 잠들어야 하나 잠깐 생각이 스쳐가던 찰나……

 

쾅쾅, 쾅, 쾅…


불규칙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야." 라는 목소리도 함께요.

인장

태영

(경찰인가 싶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문을 열고 미소지으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너를 맞이한다.) 어서와. 오기 전에 전화하라니까.

인장

서유

(문이 열리자 널 곧바로 끌어안으며 네 품에 안겨든다.)
혹시 몰라서…… (웅얼) 끝나자마자 바로 온 건데.

인장

태영

왜, 잡혀갔을까봐? (너를 마주 안고선) 그래그래 잘했어. 빨리 볼 수 있어서 좋네.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는)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

인장

서유

(입맞춰진 후, 살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젖힌다.) ……네가 왜 잡혀가.

인장

태영

아침에 사고친 것도 있고~ (주방쪽을 힐끗 쳐다본다.) 회사에서 온 우편물을 봤더니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강제 수거하겠다는데?
(심각한 상황인데도 태평하게 그것도 살짝 리듬도 넣으며 말했다.)

인장

서유

……어, 어… 어? (멈칫하더니)
너, 봤어어어???????????? (얼굴이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뒤덮인다.)


그게, 그러니까…… (뭐라고 변명해야…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다 해결했다? 그러다 회사에서 사람을 보내면? 갈피를 잡지 못해 한참을 네 앞에서 안절부절한다.)

인장

태영

서유야. (네 뺨을 감싸고 입맞춘다) 우리 서로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인장

서유

…… (제 뺨을 감싸쥔 널 말없이 바라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인장

태영

(마주앉은 손을 풀고 네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대로 거실로 이끌어 소파에 앉히고 저도 옆에 앉는다) 뭐부터 이야기하는게 좋을까? 흠.. 우선 내가 인간이었다는 걸 안다- 부터가 좋겠지?

인장

서유

(이런 말을 꺼내는 걸 보면, 다 찾아봤단 거겠지? 잡은 네 손을 조물거리며 매만진다. 말랑한 살갗 아래로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 자신과 같은 근육이나 뼈가 아닌 기계일 터였다. 하지만, 이딴 건 이제 중요하지 않잖아.)

응…… (네가 궁금해하는 것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일까?) 원래의 네가 누구였는지는 나도 몰라서… 거기에 대해선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해.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

인장

태영

음? 네가 왜 미안해? 사과하지마. (손등을 토닥인다.)

안드로이드인 지금의 내가 무엇보다도 널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걸 알고 있지? 내가 인간으로 돌아간다면 그것들은 없어질거야. 통제 역시도 없어지겠지.
그리고 네 연인을 흉내낼 수 없어. (네게는 잔인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알아야 할 사실이기에 말해야 했다. 그리고 이건 너도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

인장

서유

(사실을 직시하자마자 눈빛이 크게 흔들린다. 자신은 널 원래 있어야할 곳으로 돌려놓을 생각이었다. 물론, 제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계속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진 않지만, 더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가질 수가 없어.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 버렸잖아. 네가 강제로 수거당해, 제 눈 앞에서 사라지는 쪽이 더욱 괴로울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널 사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준비했잖아. 모르진 않아, 않는데도……)

 

그 때가 되면, 내가 싫어질 것 같아? (이 비정상적인 관계에 대한 미련을 담아 네게 묻는다.)

인장

태영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어. 지금 이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니니까. 하지만- (네게 천천히 다가와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넌 내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사랑해줬어. 물론 그게 태영이 아닌 태오겠지만, 일단은 그렇잖아? 그런 너를 싫어할 리가.

오히려 인간으로 돌아가면 태오라는 녀석을 질투할지도 몰라?

인장

서유

으응, 응…… (맞닿았던 입이 떨어지자마자 허겁지겁 널 끌어안았다.)

나, 싫어하지만 마, 떠나지도…… (널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네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은 들지 않는다.)

 

…… (어깨가 옅게 들썩인다.)

난 너랑 쭉, 오래도록…… (이렇게 지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 울적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한참을 그렇게, 널 껴안고만 있는다.)

인장

태영

(저도 껴안고선) 찾아갈게. 네가 있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야.(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니까 기다려줘.

인장

서유

(제 목덜미에 닿은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차라리, 같이 도망칠까…… (중얼거리다 말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야,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어줍잖게 행동하다간 오히려 자신이 네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테니까. 고개를 들어 너와 시선을 맞춘다.) 있지. (툭, 이마를 맞댄다. 입술을 달싹이다 천천히 입을 열어 본다.)

 

안드로이드들은 사람의 그늘 아래에서 살다 버려지는 게, 그게 순리라고들 하잖아.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
……넌, 어떻게 생각해? 그게 맞다고 생각해? (지금은 이걸 물어도 온전한 너의 대답을 듣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네 입에서 나오는 대답을 들어보고 싶어서.)
(미동 않는 네 시선을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본다. 계속 태오로 있어줬으면 하지만, 동시에 아니었으면 좋겠어. 동요해 흔들려대는 모습도 역시 보고싶긴 해.)

인장

태영

…네 손에 버려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안드로이드여서 그런가? (피식 웃는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도 제 주인손에 버려지는 건 상관없어 하겠지?

…이 질문에 의미가 있을까. 우리 안드로이드에게는 답은 정해져 있는 걸.


하지만 내 의지로 행동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라면..틀린 말이라고 생각해. 그건 만들어진 존재지만 동시에 독립된 존재니까 존중해야지. (맞닿은 이마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며 네 질문에 답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인장

서유

난… (안드로이드를 들이기 이전에는 그 순리에 따르는 것이 맞다 생각했었지. 정이란 것은, 정말로 무섭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널 처분해?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해도…… 추후엔 분명 널 그리워하며 후회할 테지. 새 기계를 들인다 해도, 그 기계는 이미 네가 아닐 것이다. 기억을 복제하면 뭐 해, 기억이 복제된 네가 같은 안드로이드일 수…… 아니, 이건 너의 문제가 아니야. 제가 같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난 너 안 버려. (다짐이라도 하듯 또박또박 네게 대답한다. 이미 한 번 잃어 봤는 걸.)

……또 잃어버리고프진 않네.

인장

태영

...서유야.


내 주인님.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주인이라는 단어와 존대. 이건 태오가 아닌 태영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동안의 정이 있는데 좋아한다는 말 정도는 해줄거라고 믿어, 응?

인장

서유

(무슨 심정으로 제게 이런 부탁을 꺼내는 걸까, 섣부르게 판단내려 버리면 안 되겠지.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가 올곧게 자신을 향한다. 맹목적인 애정이 담긴 시선. 나는 너와 똑같은 시선을…… 네게 보낼 수 없겠지.)


응, 태영아.


(맹목적인 이 시선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널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기에, 영원해서도 안 되는 거잖아. 흔들리다 아래로 떨어지려는 시선을 애써 붙잡는다. 시야가 흐릿하다.)


널 좋아해.


(거짓으로 내뱉는 문장이 아냐. 지금까지 함께해 온 시간이 있잖아. 태오로 널 투영해 보겠다 선언했었지만… 이미 자신은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매번, 이름 뒤에 가려진 너를 찾아내려 애썼던 것도 같다. 너는 알까? 알고 있어? 젖은 눈망울을 천천히 깜빡였다.)

인장

태영

울릴려고 한 건 아니였는데.(손가락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밀어 닦아냈다.) 말해줘서 고마워. (우는 너와는 다르게 저는 미소지었다. 이건 언젠가 만약에 인간으로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네가 보게 될 그 미소였다.)


나도 널 좋아해.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과 그의 안드로이드의 관계로서 생긴 감정이지만)


좋아해. (네가 원하는 다른 종류의 애정이지만)


좋아해. (그래도 계속 전하고 싶어)


좋아해. (다시금 눈을 감고 너와 입을 맞췄다. 네 연인과 별개의 행동을 하고 싶었지만 저는 안드로이였고 입력되있는 애정표현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인장

서유

(입을 맞춰오는 네게 매달린다. 너도, 너도 날 안아줘. 네 팔을 잡아다 당겨 제 허리 위에 올리고는, 손을 뻗어 네 어깨 위를 둘러안았다.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러대는 눈물 탓이다. 일렁이는 시야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모습이 제법 야속하다.)


……영… (네 입술 사이를 헤집어 잇새 안으로 혀를 밀어넣으며, 부정확한 발음으로 네 이름을 계속해서 되뇌인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태, 영, 아… 태여엉… (널 갈구해대는 제 행동에 보답이라도 하듯, 저와 같이 혀를 밀어넣으며 맞춰오는 행동이 유독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고,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내 안드로이드, 내 소유. ……내 것.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잖아. 오늘까지만, 딱 오늘까지만, 이 소유욕을 안고 있으면 안 되는 걸까. 그렇게 입을 맞춰가다, 널 끌어안은 상태 그대로 제 몸을 소파 뒤로 젖혔다.)

인장

태영

(자연스레 네 위로 올라타 입을 맞춘다. 이 행위도 오늘이 마지막일까? 이 역시 모른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관계를 만들어가니까.)


(한참을 붙어댔던 입술을 떼어내곤) 하아… 오늘은 어제처럼 못 움직일 것 같은데.

(잔여 전력을 생각하면 어젯밤 격렬했던 행위는 못한다. 하지만 이 행위를 멈추고싶진 않아서.)

천천히 움직여도 좀 이해해줘.

 

(이 말을 끝으로 다정한 손길과 몸짓으로 너를 마주했고, 이것은 이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인장

GM


                                            

새벽 별이 채 사라지지 않은 시각,

 

 


태영은 문득 눈이 떠집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울려옵니다.
태영은 자신이 거실 바닥에 누워있고, 서유가 태영의 몸 일부를 연 상태로 무언가를 하고 있단 것을 깨닫습니다.

인장

태영

뭐하고 있어? 자야지. (가만히 누워 너를 바라본다.)

인장

서유

…곧 잘 거야.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만연했다.)

인장

태영

급한거야? (괜히 몸을 움직였다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네게 물어보기만 해.) 지금 피곤해 보이는데 자고 일어난 다음에 하는 건 어때?

인장

서유

(급하다면 급한 걸지도…, 라고 중얼거리며 손짓을 이어나갔다.) 거의 다 했어. ……괜찮아.

인장

GM

서유의 손에서, 그러니까 쥔 인두기에서 탁, 타닷…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납이 녹아가며 코가 시큰한 냄새가 풍겨댑니다.
태영은 후각 센서로 인해 금속이 함유된 냄새가 집안을 메워가는 것만을 인지합니다.

인장

태영

장비는 하고 해야지. 냄새 오래 맡으면 건강에 안 좋을 텐데.

인장

서유

(어깨를 으쓱하고는 두꺼운 장갑을 낀 제 손을 들어보인다.)
손만 안 데이면 됐지, 이거면 됐어.

냄새야…… 그렇게 맡아댔는데, 이미 깎일만큼 깎이지 않았을까?
수명 말야. (저딴엔 농담이라고 말을 던지며 널 향해 옅게 웃는다.)

인장

태영

.... .... .....(재미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말 농담이라고 해도 하지마.

인장

서유

(왜 그런 표정인데, 라고 면박을 줘대려다 네 말을 듣자마자 입을 꾹 다문다.)
응. (장갑 끝으로 네 머리를 톡톡 쳐준다. 쓰다듬 대신이다.)

인장

태영

그래서,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갑자기 수리 중?

인장

서유

수리는 아니고, 그냥, 나중을 위해서…… (별 거 아니라는 듯 말끝을 흐렸다. 눈을 가늘게 뜨며 널 내려다본다.)
네가 수리할 구석이 어딨다고 그래? 내가 네 전담인데.

인장

GM

고장날 정도로 소홀하게 관리하겠냐고, 서유는 그렇게 되뇝니다.

인장

태영

그렇네. 내 곁에는 최고의 정비사가 있었지? (웃다가 잠깐 멈칫거리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나 충전하는 동안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인장

서유

응, 밤중엔 아무 일도 없었어. 괜찮아, 괜찮아……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네 머리칼을 넘겨주며 아이를 달래듯 반복해 쓰다듬는다.)
더 자도 돼. 내가 알아서 할 게.

인장

태영

보고 있으면 안 돼? (전에는 전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차 있는 상태니까) 같이 있는 시간동안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인장

서유

…… (조금 고민하다가) 그래, 그럼 조금만 더 깨어 있어. (네 뺨을 어루만지고는 다시 장갑을 낀다.)

인장

GM

지지직… 탓.


다시금 금속이 부딪히는 소음이 이어집니다.
서유를 계속 올려다보고 있으면, 턱 아래로 땀방울이 맺혔다 떨어집니다.

인장

서유

내일 아침에…… 내일은, 같이 나가자.

인장

GM

잘 들리지 않을까 싶어 서유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장

서유

휴가, 썼거든!
(만지던 정비 용품의 전원을 끄고는 제 옆에 내려둔다.) ……알겠어?

인장

태영

휴가?
그럼 내일 종일 같이 있을 수 있겠네.

인장

서유

그럴 걸? 어디 먼 곳까지 놀러간다거나…… 그런 건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지? 평소처럼 나갈 준비만 가볍게 해둬.

인장

태영

너랑 가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어. (그곳이 어디든 너와 함께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고 예상컨데 제 시선은 다른 곳보다는 네게로 향해있을 거니까.)
알겠어.

인장

GM

서유의 작업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다 끝났다며 제 옆에 기진맥진하게 엎어진 서유를 방 안으로 안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침입니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휴가를 냈었다고 했죠. 서유는 여전히 잠든 채입니다.
태영은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뜨며 일어납니다. 배터리는 완벽하게 충전되어 있습니다.

인장

태영

서유야 일어나야지. (흔들흔들)

인장

GM

5분만, 아니, 10분만……, 서유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으며 뒤척여댑니다.

인장

태영

(이불을 젖히곤) 잠꾸러기 고양이씨 일어나세요.

인장

서유

(이불이 젖혀지자 서늘한 아침 기온에 몸을 수그린다.) 아니, 5분……
…… (번쩍 눈을 뜨더니 널 보며 깜빡인다.)


…… ……맞아, 오늘…… 휴가. 맞아… (비척이며 상체를 일으켜 앉더니 널 향해 양 팔을 벌려)

인장

태영

휴가낸 것도 잊고 있었어? (너를 안고 볼에 자잘하게 여러번 뽀뽀한다) 좋은 아침이야.

인장

서유

(네가 해주는 뽀뽀를 받으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다.) ……좋은 아침.

(안겨진 채로 팔을 뻗어 네 등을 몇 번 두드리고는, 그대로 침대 밖으로 일어난다.)
금방 준비하고 나올게.

인장

GM

그리고는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네요.


서유가 나오길 기다리며, 집안 정리를 마저 해봅니다.
어제 말끔히 정리를 해두긴 했지만, 집안일이란 게 원래 그렇죠. 꾸준히 하지 않으면 금세 더러워지고 말아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밤새 구겨졌던 이불의 먼지를 털어봅니다. 침대 위의 시트 역시도 구김 없이 펼쳐 재정리하고요.
아침을 준비하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뭘 요리해볼까 생각하며 주방을 돌아다니고 있으면……


태영이 골라놓은 옷을 대충 주워입으며 서유가 걸어나옵니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물을 가져와달라 부탁하네요.

인장

태영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네게 가져다 준다.)
(옆 자리에 앉고선) 그나저나 장소를 안 물어봤는데, 우리 어디가는 거야?

인장

서유

(네게 건네받은 물을 몇 번 호록거리며) 으음…… 비밀? 그렇게 먼 곳은 아니니까. (리모컨을 잡아들고는 소식을 살피려는 듯 뉴스 채널이 나올 때까지 버튼을 여러번 누른다.)
아침은 뭐 먹지. 밖에서 사먹을까?

인장

태영

사먹는 건 상관없지만.....
괜찮겠어? (안드로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떠올리곤 고개를 기울렸다.) 나는 괜찮은데 네가 곤란할 것다만.

인장

서유

아. (생각을 못 했던 건지 잠깐 표정이 굳는다.)
난 괜찮은데…… (네가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인장

GM

맞춰진 뉴스 채널에서 들려오는 단조로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집안을 맴돕니다.


… '…계속되는 고객 불만과 신고 접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K사는 문제 기종의 전량 리콜이라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모든 기체를 강제 수거하여…' …


쨍그랑……
                                                     


서유가 마시던 컵을 텔레비전을 향해 집어던졌습니다.

인장

태영

....
.......

인장

GM

뉴스를 출력하던 모니터에는 길게 금이 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로 지직거리는 기계음만 내뱉습니다.
서유는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숨을 가쁘게 몰아내쉬고 있습니다.


거실 바닥은 깨진 유리컵의 파편으로 가득합니다.

인장

서유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인장

태영

(네 머리를 감싸고 제 품에 안기게 한다) 쉬이... 진정해 서유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인장

서유

(아무 말도 않으며 네 품에 가만히 안겨 있는다.)

인장

태영

(너를 몇번 토닥이다가) 정말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네.

인장

서유

……응, 그럴지도. (토닥임 받던 어깨가 바르르 떨려댄다. 진정하려는 듯 이마를 네게 꽉 붙이고는 길게 심호흡을 한다.)
괜찮을 거야. (네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바로 수거하려 들이닥치진 않을 거니까. (그렇지만, 길어봐야 며칠이다. 아마도, 곧……)


(진짜 도망치기라도 해야 하나, 낯빛이 급작스레 어두워진다.) 어쩔 수 없지, 아직 시간은 남아 있으니까…… 천천히 고민해보자.

인장

태영

(네 머리를 몇번 쓰담다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우리가 가려는 곳, 혹시 자유의 언덕이야?

인장

서유

어, 어? (놀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 (끄덕)

인장

태영

자유에 언덕으로 가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거든.
비밀, 들켜버렸네?(키득이며 웃는다.)

인장

서유

……그, 그런 건 알아도 내가 내보이기 전까지 모른 척 해야하는 거거든. (네 코를 꽉 쥐어 흔들다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놓아준다.)

인장

태영

알겠어- (계속 웃어대다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언제 출발할 예정이야?

인장

서유

(눈에 띄게 멈칫하더니 이내 시선을 돌린다.) 아, 가야지, 곧…… 빨리 가고 싶어?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 네게서 몇 발자국 물러나며 나가잔 듯 현관을 향해 턱짓한다.) 바닥, 조심하고……

인장

태영

빨리 가고 싶다기보다는 사람들 시선이 걱정돼서. 들키면 곤란하잖아? (네게서 멀어지고 싶다고 오해할까 서둘러 말하곤 네가 멀어진 만큼 다시 다가가 너를 안아든다.)

바닥은 나보다 네가 조심해야지.

인장

서유

……응. (멀어지려는 걸까 오해하며 경직되었던 몸이 네 품안에서 축 늘어지듯 풀렸다. 네게 툭, 머리를 기대고는 언덕 앞까지만… 딱 거기까지만 이대로 걸어나가 볼까?,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레 웃는다.)

인장

태영

그럴까? 그 전에-.

(너를 안고 주방으로 가 의자에 앉히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거면 조금 더 일상을 즐기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인장

서유

아, 아냐. 아냐…… (일상을 즐기고 싶어, 당연하잖아? 계속 이렇게 지내고픈 걸. 그렇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괜찮은 걸까?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앞서버린다. 시간이 남아있을 거라 먼저 말했던 건 자신이면서도.) ……당장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뭔가를 준비하려는 널 바라보며 눈치를 본다.)

인장

태영

..그래? (무릎꿇어 제가 안기 전, 잠깐 그 사이에 발이 다쳤을까 네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려 확인한다.) 응 두 발 다 멀쩡하네. 다행이야. (혹시 몰라 네 발바닥을 탈탈 털어내곤) 그럼 바로 출발할거야?

인장

서유

(제 발 아래를 확인해주는 널 말없이 응시한다. 이 친절함은 입력된 명령어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이 아닐까? 그러니까… 저를 걱정해주는 네 모습은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단 거다. 곧 보지 못하게 될 지도 몰라, 확실친 않지만. 애써 입꼬리를 당기나 조금 씁쓸한 기색이 내비치는 것은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그럴까? 배고파지면 말할게.
그 때엔, 밖에서 해결하자.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서……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킨다.)

인장

GM


                                                     

밖을 나서면 서늘한 공기가 뺨을 스칩니다.


해가 떠오르며 밝아져가는 하늘이지만,
다 지지 못한 새벽 별들은 햇빛이 미처 닿지 못한 어둑한 하늘의 끝에서 반짝입니다.
내딛는 발에 밟히는 붉은 벽돌길에 태양빛이 빛춰지며 새하얀 물이 듭니다.

 


언덕의 입구엔 턱이 낮고 조악한 펜스가 쳐져 있습니다.
입장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입구를 바라보면, 문이 굳게 닫혀져 있습니다.
출입이 제한되어버린 거겠죠.

인장

서유

……이럴 것 같더라니. (닫혀진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인장

태영

넘어갈까?

인장

서유

(허탈하단 듯 웃어) 그래야겠지?

인장

태영

CC<=80 [ 오르기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7 > 57 > 보통 성공

인장

서유

CC<=20 [ 오르기 ]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5 > 85 > 실패

인장

GM

태영은 가뿐히 펜스를 넘어 보입니다만, 서유는……
펜스를 오를려 애쓰지만… 애써 보지만……


덜컹, 덜컹.


애꿎은 펜스가 흔들려댑니다. 서유는 여전히 너머에서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인장

태영

이런. (다시 펜스 너머, 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몸을 낮춘다.)

밟고 올라가. 그럼 좀 수월할거야.

인장

서유

아, 응, 그럴게. (한 치의 미안하단 기색 없이, 널 밟고서 펜스를 넘어간다. 네가 없었더라면 난 넘지 못할 테니까, 이게 최선인 걸.)

인장

태영

(네가 넘어간 걸 보고 저도 몸을 일으켜 펜스를 넘어간다.)

인장

서유

(넘어온 너를 보며 손을 뻗는다.)

인장

태영

(뻗는 네 손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제 손을 겹쳐 깍지 낀다.) 갈까?

인장

GM

손을 잡고, 언덕 위를 향해 올라갑니다.


경사는 완만합니다. 옆을 슬쩍 돌아보면 힘들어하는 기색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꼭대기까지 오릅니다.
                                                     


도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터입니다.

인장

서유

높긴 하구나, 한 번도 안 올라와 봤거든.
(도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보면, 예쁘긴 한데…… 아침이라 그런가? 밤엔 더 볼만하려나. (풍경 얘기를 꺼내다말고 네 상태를 살피려 고개를 기울였다.)

인장

태영

(네가 설정한 기본값표정을 지으며 풍경을 보곤) 글쎄.. 난 너 빼고는 다 그게 그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너를 보곤) 내 눈에는 네가 가장 예뻐.

인장

서유

(저런 말은 입력해둔 적도, 명령도 안 해두었던 것 같은데. 발갛게 물드는 뺨을 숨기려는지 헛기침을 하는 양, 손을 들어 얼굴 일부분을 가린다.)

…쿨럭. (누가 봐도 일부러 내는 소리)

인장

태영

부끄러워? (네 반응을 보고 고갤 갸웃거린다.) 사실을 말한 건데. 흠, 자제해야하나.

인장

서유

크흠, 아, 아니? 자제를 왜 해. (눈 가늘게 뜨며 자제하지 말란 표정)

인장

태영

CC<=80 [ 정신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0 > 30 > 어려운 성공

인장

GM

서유의 말에 대답하려는 찰나, 태영은 옅은 어지럼증을 느낍니다.


어지러움이라니, 이런 건…… 처음 느껴봅니다.
갑작스레 전원이 나가는 것처럼 눈앞이 어둡게 변하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다시 눈을 뜬 태영의 앞에 이윽고 보이는 것은…
다소 낯선 거리의 풍경입니다.

 

                                                     
처음 보는 건물과 사람들 사이에서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눈앞을 스쳐갑니다.
눈앞의 낯선 풍경은, 정말 찰나였던 것도 같습니다.


태영이 눈을 한번 깜빡이고 나면,
어지러웠던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보이던 허상도 사라진 상태입니다.


주위을 둘러보면……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서유가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의 얼굴을 붙잡고 괜찮냐 묻고 있네요.

이외엔 아까와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느낌이 조금,

조금 이상하단 것만 빼면요.

인장

태영

...... .... ............. (말없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인다. 방금 그건 뭐였지.)

인장

서유

……괜찮은 거 맞아? (붙잡은 얼굴을 당겨 네 이마에 제 이마를 툭, 맞댄다.)

인장

GM

걱정을 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요. 미안한 마음에, 조금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인장

태영

잠깐 어지러워서.....? (안드로이드가 어지러울 수 있나?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 감각은 어지럽다는 단어가 적절했다.)

…고장…났을리는 없을 텐데. (말을 하다 네가 걱정할 것 같아 미소짓는다.)

별 일 아닐거야. 걱정하지 마, 괜찮아.

인장

서유

(어지러웠다는 네 말에 눈빛이 요동치며 흔들려댄다. ……안드로이드는 긍정적인 감정만 사고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느낄 수 없어. 그건, 네 모델 역시……) 응, 알았어.

(아직, 아직은 아닌가? 깨닫지를 못한 걸까? …그렇다면, 언제 스스로 떠나고 싶단 말을 꺼내게 될까? 불안한 마음에 네 옷자락을 꽉 쥐었다.)


(시선을 내리깔고 천천히 주위를 살핀다.)사방이 트여 있어서… 여기에 오래 있다간 의심받을 수 있을 거야. (쥔 옷자락을 꾸욱 당긴다.)

이 주변으로… 좀 걸을까? 천천히?

인장

태영

(바이탈이 흔들린다. 네가 불안정하다는 걸,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괜한 말을 해 네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분위기라도 바꿔볼까 제 옷자락을 잡는 손을 톡톡 건들며 말을 꺼낸다.)

적극적인 데이트신청인데?

인장

서유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애써 웃으며 제 손을 툭툭 건드는 손을 붙잡아 잡는다.)
천천히 걷자, 아무도 없을 거야.

문 닫혔던 거, 너도 봤잖아? (네 손을 꽉 붙잡으며 언덕의 중턱을 향해 걷는다.)

인장

GM

 

그렇게 손을 잡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하늘을 바라보면, 해가 머리 위로 완연하게 떠올랐단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장

태영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나본데. (고개를 들어 해를 바라봤다.)

인장

서유

……여름이 아녀서 다행이지. (더운 여름의 낮 기온을 떠올리며 끔찍하단 듯 중얼거렸다.)

인장

태영

그치만 겨울보단 여름이 좋지? (추워서 덜덜 떨던 네 모습을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인장

서유

(비죽, 입을 내밀고는) …둘 다 싫어하면 안 돼?

인장

태영

돼. (비죽 내민 입술에 제 입술을 누르곤) 나만 싫어하지 않으면 다 돼.

인장

서유

(싫어할 리 없는데…… 그런 널 보며 복잡한 표정이 된다. 네 입술이 닿았던 입술을 만지작거린다. 지금 본인이 무슨 얘기를 꺼내고 있는지, 자각하고 있긴 할까. ……그래서, 어디까지가 네 자의식일까. 네가 시선을 맞춘다면,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보인다.)
오면서…… 길, 외웠지?
(이 곳을 이야기하는 듯 부러 주변을 둘러보며) 나 없이도 찾아올 수 있겠어?

인장

태영

(고개를 끄덕인다.)

인장

서유

(그래, 그거면 되었다. 유사시에는 이 곳으로 도망오게 만들자, 도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감시가 심할 테니까. 혼자서는 힘들 지도…… 이 곳에 숨어든다면 며칠은 벌 수 있을지도 몰라, 안드로이드 하나 붙잡자고 수많은 나무들을 쳐낼 수는 없잖아. 짧은 시간 안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사람이 되고 싶단 마음은? (조심스레 묻는다.) 들어? 어떤 것 같아?

인장

태영

(인간이든 사람이든 네 곁에 있다면 상관없어. 방금전 일이 아니였다면 이렇게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일이 있던 후이기 때문일까) 그래, 되고싶어. 인간이 되고 싶어. 아니, 정확하게는 되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하는게 맞겠지.


(맞잡은 손을 살짝 흔들고는)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처음부터 태영과 서유로서 다른 관계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다시.

 

인장

서유

아. (흔들린 손을 내려다 보곤) 그래……

(되고 싶다, 예상했던 답안이 흘러나왔다. 역시, 너는 잠깐 제 몸으로 돌아갔다 온 것이 틀림없다. 이후의 답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시원섭섭하면서도 기쁘단 감정이 가슴 아래서부터 잔잔히 샘솟아 올랐다.)


그 때가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그런 날이 올 수 있겠지? 날 버리고 떠나지 않을 거지? 변심하지 않을 거지? 인간은, 인간은…… 변심을 한단 말이야. 하고픈 말은 많지만 입 밖으로 굳이 꺼내지는 않는다.)

인장

태영

떠나지 않아. 내가 있을 곳은 네 곁이라고 말했잖아? (네가 잇지 않은 말은 무엇인지 안다. 네 안드로이드로서 지금까지 같이 한 세월이 있는데 그것도 모를까.) 그 이후는 글쎄? 그때는 나도 인간이라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는걸.


너무 솔직하게 말해버렸나?

인장

서유

……너무 솔직하잖아. (맞잡은 반대 손으로 네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걷다말고 그대로 자리에 멈춰선다.)

인장

GM

서유는 자리에 멈춰선 후, 잠시만…… 이라고 중얼거리며 주머니를 뒤집니다.


곧이어 휴대용 사이즈의 리모컨 하나를 꺼내 태영에게 내밉니다. 리모컨은 심플한 버튼 하나와, 작은 잠금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장

태영

리모컨?

인장

서유

쓸 일이 안 생기면 좋겠는데. ……응. (고개를 끄덕이며 네 손에 휴대용 리모컨을 쥐여 준다.)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거든, 나도. 이전에 네가 부탁했던 대로, 자폭 기능을 넣어뒀단 말야.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정말, 정말, 정말로, 만약을 대비해서니까. 폐기를 당하는 것보단, 아무래도 이 쪽이 좋을 것 같아서. ……네가 선택할 수 있을 거 아냐.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을, 이라며 말을 덧붙였다.)

 


(휴대용 리모컨을 쥔 네 손등을 툭 건든다.) 여기, 잠금을 풀고 누르면 되는데. (분위기를 풀어보려 어깨를 으쓱한다.) …누를 일이 없게 만들자. 네 멋대로 써버리면, 음……


……그 때엔… (한참 동안 입을 다문다.) 울지도 모르겠네.

인장

태영

최후의 최후. 그 끝이 올 때 써야겠네. (리모컨을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리다가 주머니에 넣곤) 너 우는 거 보고 싶지 않거든. ..뭐, 이렇게 말한 것 치곤 내가 많이 울린 것 같긴 하지만?(키득)

인장

서유

(많이 울린 것 같단 소리에 귀끝까지 붉게 달아올라선 네 가슴팍 퍽 치듯 밀어) ……! (찌릿, 쉽사리 밀리지 않아 그 반동으로 팔목까지 저릿함이 타고 올라오자 몸서리친다.)
(널 약간 원망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말을 마저 이어 본다.) 아, 아무튼… 쓸 일 없게 하라고…… (팔의 통증이 멎어들자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시간을 확인한다. 정오가 곧일 것 같았다.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았네.)

 

태영. (네 이름을 부른다.)
……어쩔까? 이 시간에 같이 나온 건… (밖에서 널 마주하더라도 항상 해가 진 이후였었지. 그럴 수밖에, 일이 늦게 끝나는 걸. 주말에도 항상 집에서 쉬느라… 해가 떠있을 시간에 같이 외출했던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간만인데.


(예전 같았으면 내 선택에 따르겠다는 대답 따위나 돌아왔겠지만, ……지금은 아니겠지.)

인장

태영

음.. 밖을 더 돌아다닐까? (태양빛 아래 서있는 널 보고 주변을 잠시 살핀다. 안드로이드인 자신때문에 네가 피해볼려나? 역시 걱정되는데.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지금처럼 평범한 산책도 좋고, 쇼핑도 좋고… 카페에 가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좋겠지.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나서면 되니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남들처럼 함께있고 싶다는 이기심 아닌 이기심이 생겼다.)

인장

서유

더 돌아다니자……, 고… (네 말을 되뇌여보듯 중얼거린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시선이 급격하게 나빠졌으니까, 그게 마음에 걸렸다. 더군다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제 기종의 전량 리콜. 사용자마다 커스텀을 달리해 바로 알아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네 뒷목의 일련번호를 보게 된다면 누군가는 널 꺼려하거나 신고를 해댈 것이 뻔하다.)


좋아… 일단 그럼, 내려갈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애써 감추며, 몸을 돌렸다. 몇 걸음 걷지 않고 자리에 멈춰 서더니, 제 옷주머니를 구석구석 뒤져본다. 정비 일을 하다 보면, 손이 다치는 것은 예삿일이어서. 아마도……)


(제 앞에 가까이 와보란 듯 네게 손짓한다.)

인장

태영

(네 손짓에 가까이 다가가곤) 왜 그래?

인장

서유

그냥…… (걱정돼서, 이 말은 목구멍 너머로 꾹 삼켜버렸다. 제 주머니에서 반창고 하나를 꺼내들더니, 네 팔을 잡아당겨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너와 시선의 높이가 맞아들자 씩 웃어보이고는, 반창고를 네 목덜미의 바코드 위에 붙여 본다.)


흠. (살짝 물러나 네 모습 빤히 살펴) 하나 가지곤, 안 될 것 같은데. 너무 티나잖아.
(주머니 뒤적뒤적…… 여분의 반창고들 다 꺼내 붙여줘요)

인장

태영

이러면 더 티나지 않을까 싶은데? 두세개만 줘 봐. (손을 내민다)

인장

서유

아…냐. 지금이 딱 좋아. (이미 다 붙였음ㅋㅋ)

인장

태영

                                                     

이야.. (뒷목 만지작) 굉장한걸.

인장

서유

너, 넘어져서…… (제가 봐도 조금 어색하다 싶긴 한지)

다쳤다고 해, 남들이 물으면.

인장

태영

알겠어. (쓰다듬) 걱정해준거지? 고마워.

인장

서유

으응…… (걱정이야 항상 하지만…… 네가 알아챈 것을 티내자 민망해 멋쩍어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 그럼, 어, 내려가자. (네 팔목을 낚아채듯 붙잡아 앞서 걸으며 언덕을 내려간다.)

인장

GM

그렇게 둘은 자유의 언덕에서 내려옵니다.


이른 아침, 몰래 펜스를 넘어 들어왔던 것처럼 다시 펜스를 넘습니다.
그리고는 자유의 언덕에서 걸어나온 것을 들키지 않게, 사람이 없을 법한 도시의 외곽쪽으로 에둘러 걸어갑니다.

 


번화가까지는 한참은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인장

서유

(편한 길 놔두고 돌아가는 중이라 남몰래 한숨 쉼)


(네 팔을 붙잡은 채 계속해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 고개를 들어 보면, 당연하게도 넌 힘든 기색 하나 없다.)
……이쪽은 와본 적 없지 않아? (제가 시켜댄 일만 처리하던 너이니, 여기까지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인장

태영

(처음보는 곳이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저를 보러 뒤를 돌아보는 너와 시선을 마주치면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응, 처음 와보는 곳이야.


것보다 서유야. 힘들면 내가 업어줄까? (네가 힘들어하는 것같은 기색이 보이는 것 같아 물었다.)

인장

서유

…… (아니, 혼자 걸을래, …라고 말하기엔, 이른 아침부터 나와 걸어 조금 다리가 아파오긴 했다. ……어젯밤의 영향도 있긴 할 것이고. 더는 네 친절해 당연해져선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이미 몸뚱아리는 잡았던 팔을 놓고 네 등 뒤로 돌아가 서는 중이다.)


(너 빤히……)

인장

태영

좋은 선택이야. (괜히 힘든 거 참고 있는 것보다 이게 낫지. 고갤끄덕이고 무릎을 꿇어 몸을 굽혔다.) 자, 업혀.

인장

서유

(앞에서 몸을 수그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냉큼 제 몸을 네 등 위에 싣는다.) 흐응…… (지금껏 네게 안겨 들리기만 했지, 업혀본 적이 있긴 했었나? 새삼스럽다 생각하며 네 어깨를 꽉 둘러 안았다.)
(뒷목에 코 박고 얼굴 부비작)

인장

태영

좋아? (제 뒷목에 부비작거리는 걸 느끼곤 키득였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업어주는 것도 처음이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음... (잠깐 발걸음을 움직이다가 멈춰서곤) 아무 생각없이 움직이고 있었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인장

서유

응…… 솔직히, 처음 해보는 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 길도 너는 처음이고 말이지, 그렇게나 오래 같이 지냈는데도… 조금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차라도 몰고 나올 걸 그랬나? 후회되는지 씁쓸한 표정이 잠깐 스쳐) 쭉 걸어가다가… 코너 보일 때마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되거든?

(눈을 꾹 감고서 이 도로를 운전하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그러다 갈림길 나오면, 응, 그래, 거기에서 왼쪽. 그럼 번화가니까. ……거기로 가자. 거기부터는 너도 아는 길이야. 도착하면 나, 밥도 좀 먹고.


(할 말을 다 끝냈는지 네 목덜미에 다시금 얼굴을 묻는다. 배는 고프지만…… 역시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불안해져 버려서, 네가 천천히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인장

태영

(배고픈 걸까? 안드로이드의 육체를 가진 저는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기에 잠깐 잊고 있었다. 그렇게 서두른 발걸음으로 네가 알려준 길을 걷는다. 다만 사람이 많은 곳은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뒷목에 반창고도 붙여져 있고 업은 네가 가려주고 있기에 보이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익숙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서유야, 번화가에 도착한 것 같은데.

 

 

(이곳은 여기까지 왔을 때 봤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너는 사람들 시선을 싫어했는데...) 내려줄까?

인장

서유

(고개를 들면, 네 말마따나 곧 번화가에 들어설 것이었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좁혔다. 업혀 있는단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편안해서… 좀 더 이렇게 쉬고 싶었지만, 역시, 그러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것 같으니까.) ……응.

 

(정말정말정말정말 안 내키는 목소리로) 내릴게. (입술 비죽거리고 있음)

인장

태영

싫으면 안 내려도 돼. (감정이 다분히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읏샤 하고 네 몸을 살짝 띄었다.) 네가 원하는대로 해. 우리 고양이가 하고싶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인장

서유

(몸이 살짝 들리자 네게 더욱 바짝 달라붙는다.) ……그, 러엄…… (이미 답은 정해졌지만 괜히 고민하는 척) 밥먹기 전까지만 이러고 있어도 돼?

(바코드도 가렸는데, 문제될 거 없겠지? 당장은 안 내리기로 마음먹어요)

인장

태영

당연하지. (키득거리며 웃고는) 그럼 뭘 먹으면 좋을까. 햄버그? 스파게티? 그것도 아니면..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날이 좋으니까 들고다니면서 먹는 것도 좋겠네.

인장

GM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번화가 안으로 들어섭니다.


날이 좋아서일까요? 아니면 점심을 먹을 시간이어서 그런 걸까요? 거리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서유를 업고 있는 태영을 흘끔,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몇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모습이라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겠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 번 마트나, 혹은 사고 현장에서 느꼈었던 시선마냥 태영을 의심하는 눈빛은 보이지 않는단 거예요.

인장

태영

CC<=65 [ 관찰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6 > 26 > 어려운 성공

인장

GM

태영은 주위를 둘러봅니다. 배고파하는 서유를 위해 음식점을 찾아야만 해요.


번화가이기 때문에 음식점을 찾으려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이게 무슨 일이죠? 음식점들은 전부 만원입니다.
손님들로 미어터지고 있어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원인 음식점들을 보며, 서유는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투덜거리네요.


자리가 빈 음식점을 찾아 골목골목을 지나며… 그러다 고개를 외곽으로 돌려본다면,
푸드트럭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쉬울 대로 저곳이라도 이용해야 할 것 같죠?

인장

태영

저기 봐. (뭘 파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서 확인해볼까 싶어 푸드럭이 있는 곳으로 간다.)

인장

GM

푸드트럭 앞의 간판에 쓰인, '팬케이크'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평범한 메뉴입니다. ……집에서도 자주 해먹잖아요?

인장

서유

(네 어깨 너머로 고개 들어 트럭 안 기웃기웃하다가) ……배고파. (급 기운빠져)

인장

태영

(너를 트럭 앞에 내려주곤) 어서 시켜야겠네.

인장

GM

트럭 앞에 서면, 안에서 재료를 준비하던 직원 하나와,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갑게 둘을 바라보며 인사합니다.


"어서오세요~!"

인장

서유

(뭘 시켜야 하려나… 생각하는 데에 정신 팔려 고개만 가볍게 끄덕)

인장

태영

안녕하세요. (끄덕이며 인사하기)
서유야 골랐어?

인장

GM

"수플레 팬케이크를 많이들 주문하시거든요."


서유가 머리를 조아리며 한참동안 고민을 해대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직원이 웃으며 이야기하네요.


"플레인이 제일 잘 나가는데…… 여기 보시면, (메뉴판을 가리킨다.) 바나나랑, 초코 수플레도 은근히 찾으시는 분들이 많고요."

인장

서유

끄으응…… (손가락으로 이마 톡톡)

인장

태영

천천히 골라. 추천메뉴라고 해도 너랑 안 맞을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거 골라도 괜찮고.

인장

GM

"그럼요, 천천히 고르세요."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짜증내지 않고 친절히 맞장구쳐주는 직원입니다.

인장

태영

아, 혹시 우유랑 탄산 종류 음료도 파나요?

인장

GM

"그럼요, 여기 안쪽 메뉴를 보시면……"


직원은 트럭 안쪽의 메뉴판을 가리킵니다. 밖에선 볼 수 없었던 나머지 메뉴들이 적혀있습니다.

        
───────────────────

 

𝓓𝓻𝓲𝓷𝓴


.:.:.:.    에스프레소
.:.:.:.    아메리카노
.:.:.:.     카푸치노
.:.:.:.       우유

.:.:.:.    자몽에이드
.:.:.:.    레몬에이드
.:.:.:.  블루레몬에이드
.:.:.:.    체리에이드

.:.:.:.   캐모마일 차
.:.:.:.  얼그레이 홍차

───────────────────


그런데 탄산은 없네요. (거짓말이었군요~~~!)

인장

태영

..? (없는데?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본다)

인장

GM

직원은 방긋방긋 웃으며 다시 한 번 메뉴판을 가리킵니다. (ㅋ)
적당히 있는 메뉴 내에서 고르라는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인장

태영

..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담. 생각해보니 더 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지. 침음을 삼키곤)

우유랑 블루레몬에이드 하나씩 주시고...
아직 고민 중이야? (네 뒷머리를 쓰담쓰담)

인장

서유

(여전히 결정하지 못했는지 막 골랐다가…… 실패하면 어떡해, 하고 네게 소근거린다.)

인장

태영

(실패하면 또 시키면 되지. 똑같이 소근거린다.)

인장

서유

(아, 그런가?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 그럼…… 얘가 음료 시킨거에다 바나나 수ㅍ…… (무심코 제 것만 시키려다 멈칫, 너를 흘끔 바라본다. 네 것까지 시켜야 자연스러우려나? 최대한 의심 살 행동은 안 하는 게 좋겠지.) 바나나 하나랑, 플레인 하나… 주문할게요.


그런데요…… (주문을 끝냈지만 그 자리에서 꾸물거려) 혹시, 그 딸기나 블루베리 토핑은 없나요?

인장

GM

서유의 물음에 직원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건 저희 메뉴에 없……"

인장

서유

CC<=40 [ 행운 ]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인장

GM

직원이 그렇게 대답하려는 순간,


"아아~ 재료는 있어요."


한 마디도 꺼내지 않던 푸드트럭 사장이(!) 살짝 중후한 얼굴을 보면, 아마도 사장이 맞을 겁니다. 사장이겠죠…?


"추가금 내시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올려드릴까요?"


라며 직원 대신 물어옵니다.

인장

서유

(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

인장

GM

서유는 밝은 표정으로 목이 빠져라 끄덕대네요. 그렇게나 좋을까……
어차피 계산을 하는 쪽은 서유니까요? 마음껏 좋아하게 둡시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은 지글거리며 팬케이크를 굽기 시작하고…… 서유가 사장의 앞에 서서 계산을 하는 동안, 태영은 앞쪽에 펼쳐진 테이블에 미리 자리를 잡습니다.
서유는 트럭 앞에서 태영을 돌아보더니, 손바닥을 내보이며 손을 휘적입니다. 그대로 앉아있으라는 제스쳐입니다.

인장

태영

(조용히 앉아있기..)

인장

GM

그렇게 서유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저기."


인상이 유해보이는 한 갈색 머리의 남성이… 나이는 스물 초중반인 것 같아보여요.
태영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외모가 취향이셔서 그런데……" 라며 수줍게 말을 꺼내는 남성입니다.
"혹시, 이 근처 사시나요?"

인장

태영

으음, 근처에 살긴.. 합니다만. (네가 있는 쪽을 힐끗 쳐다본다.)

인장

GM

서유는…… 구워지는 수플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 그렇다면! 저도 이 근처 살거든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아니다, 제가 너무 주책이었죠."
"연락처부터 물어보고 싶은데……"


남성은 태영이 마음에 드는지 연락처를 물어보네요.

인장

태영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미안합니다. 연락처가 없어서요.

인장

GM

연락처가 없다는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남성입니다.


"이런 식으로 까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한 번 태영에게 묻습니다.
"친구로 지내도 좋은데……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그래요,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 순간,
양 손에 수플레가 담긴 종이 트레이를 든 서유와 눈이 마주치는 태영입니다.

인장

서유

(ㅇㅁㅇ)

인장

태영

(뭔가 바람피다 걸린 기분을 느낀다)
..... 아니야.

인장

서유

(……너를 한참 동안 노려보며, 테이블 위에 트레이를 내려놓는다.)
(고개 돌려 옆의 남성도 노려봐) 뭐예요?

인장

GM

서유의 눈빛에 남성은 움찔하더니,


"일행이신가요?" 라며 묻습니다.

인장

서유

(꿍한 얼굴로 둘 번갈아 바라보는 중)

인장

태영

예, 제 ㅈ.. (이거야 원, 주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잠시 고민하다가)

제 애인입니다. (태연하게 거짓말하며 네 손을 잡고 상대를 바라본다.)

인장

GM

태영의 얘기를 들은 남성은 큰 실례라도 한 것마냥 머쓱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아, (태영과 서유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것도 모르고…… 죄송하게 되었네요."

인장

서유

(네가 애인이라 말한 사실은 까맣게 잊고…… 오로지 눈앞의 남성을 쫓아내고프단 마음으로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 잡힌 손에 힘을 줘) 아무데서나--- 수작부리고 다니지 말라고요----

인장

태영

(네 손을 토닥거리곤)

괜찮습니다. (입꼬리 올리며) 친구할 마음은 환영이니까요.

지금은 조금 무리지만? (정말 연락처가 없거든요. 하고 찡끗거린다.)

인장

GM

시비를 털어버리고야 마는 서유입니다.

남성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다 태영의 말이 이어지자 알겠다는 듯 빙긋 웃어보이네요.

인장

서유

아니, 친구는 무슨 친구를……

인장

태영

서유야.. (잡은 손을 살짝 흔들곤)

저희는 이제 밥을 먹어야할 것 같은데, 나중에 만나면 그때 또 이야기 하죠.

인장

GM

또다시 시비를 털려는 서유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진정을 하긴 한 걸까요? 더는 마찰이 생기기 전에, 남성을 보내버리는 태영입니다.

인장

서유

(씨이읙씨익씍)
뭐야!

인장

태영

..화났어?

인장

서유

응!
(그렇게 대답하고는, 트럭 쪽으로 향하더니 미처 못 가져온 음료를 양 손으로 집어들고 돌아온다.)

인장

GM

푸드트럭을 살짝 바라보면, 사장과 직원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당신들을 바라보다가……
태영과 시선이 맞자마자,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척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네요.

인장

서유

(마음에 안 든단 듯 껄렁하게 걸터앉아 손에 집힌 음료 아무거나 쪼오옵)

인장

태영

으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였는데 말이야.

인장

서유

뭐가! 아무 것도 아니야! (잘그락! 마시던 플라스틱 잔을 나름대로 큰 소리로 내려놓고는)

뭘, 뭘…… 받아주고 있어? 어??? 칀구로~ 지내도~ 좋은데~~~~ 마음에 들어서~~~~ 어어? (방금 전 남성의 말투 따라해요)
뭔 말을 했길래 그런 말을 들어???????

인장

태영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억울+당황)

인장

서유

아아니, 뭘 아무 것도 안 해? (트레이에 놓인 플라스틱 포크를 집어들더니 포크 끝으로 너를 가리킨다.)

보니까 겁나게 여지를 주고…! 있던데……!!!!!
너, 너… 아, 아직은, 그래도…… 아니, 이젠 아닌가(중얼) 원래 내 거란 거, 잊었어?????????????

인장

GM

라고 서유가 말함과 동시에, 뒤쪽에서 '이열……' 하는 감탄사가 들려온 것도 같습니다.

인장

태영

내가 무슨 여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가만히 있었다. 그게 사실이었고.) 네 것은 맞다만…

아, 혹시 네가 애인이라고 소개한 것도 기분나빴어? 그건 내가 잘못했네.

인장

서유

(제 분에 못 이겨 계속 씩씩거리다, 네 마지막 말을 부정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아니고…… (미간 사이를 잔뜩 좁힌 채 널 바라본다.)


(하고픈 말이 있는지 몇 번 입을 달싹이다, 간신히 말을 잇는다.) 다른 사람하고 지내보고 싶다는 마음같은거, 들 수도 있잖아… 아니, 들어도…… 못 말리겠지만… (아냐, 당장은 위험하니까, 말려야 하나? 고개를 내젓는다.)

아무튼! 그래도! (흥분해 말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다.)
여지도, 눈길도…… 주지 마. (남과 있는 꼴이 질투가 난다고 어떻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적당한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내 옆에 있는 게 제일 안전해.
(뚱한 얼굴로 계속 노려봐)

인장

태영

내 옆이 제일 안전한게 아니라? (네 시선을 계속 마주하고선) 여지도 눈길도 다른 사람한테 안 줄거야. (적어도 지금은? 말을 덧붙이고 키득인다.)


우리 고양이 기분을 어떻게 풀어주면 좋을까.. 몸으로? 직접 보여주면 좋을까?

너, 내 몸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걸로 달래면 기분이 좀 풀리지 않을까 싶어 말하는 단순한 물음이다.)

인장

서유

(네 말이 끝나자마자…… 덜컹! 의자에 앉은 그대로 몇 발자국 뒷걸음치며 놀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뭐, 뭐, 뭘 보여주겠단 거야? 바, 밖에선…! (당황해 주변 휙휙 둘러보고는)

너, 그러는 거 아냐!!!!! 아니라고!!!! 벗지 마!!!

(쭈뼛거리며 제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덜덜덜덜 팔을 떨어가며 네게 쥐여준다. 주제를 돌릴려는 듯) 머, 머머머먹는, 척이라도…… 해!

인장

태영

지금 벗겠다고는 안했는데. (잠깐 침묵하고는) 오히려 바랬던 건 아니고?

(언덕을 갔다온 이후로 성격이 살짝 엇나갔음을 스스로 눈치챘지만 즐거워 멈추지 않는다. 네가 그만하라 하기 전까지는 계속하지 않을까.)


흠… (네가 쥐어준 포크를 잡고 수플레 조금을 떼어내곤)

자- 아 해봐. 난 조금 이따 먹을게.

인장

서유

(네게 말려들고 있음을 자각하진 못한 듯하다. 꽁한 얼굴로 안 바랐거든? 날 뭘로 보고…… 라며 중얼거린다. 눈 앞에 들이밀어진 수플레 조각을 슬쩍 내려다 보더니)

너는 한두입만 먹고, 결국 내가 다 먹어야되는 거 아냐? (이 정도로 고장이 날 리는 없겠지만,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쪽이 관리하기 수월하단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꿍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도 자존심을 내세우고픈지 내키지 않는 것마냥 일부러 눈을 몇 번 돌려대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인장

태영

(벌려진 입안에 수플레 조각을 쏙 넣어주곤) 귀여워라. (맞은 편에 앉은 몸을 네 옆자리로 옮겼다.) 또 줄까?

인장

서유

(입에서 사르르 녹아대는 수플레의 식감에 눈이 크게 떠진다. 자리를 옮기는 널 따라 시선을 이동시키며, 홀린 듯 고개를 마구 끄덕여댄다.)

인장

태영

맛있나 보네. (다시 수플레 조각을 떼어내다… 이번에는 제 입에 넣고 다음을 기다리려 벌어진 네 입술 위로 제 입술을 맞붙이고 조각을 넘겼다.)

또 원해?

인장

서유

(대담한 네 행동에 놀라 눈만 크게 깜빡여댄다. 씹어야 된단 것도 잊은 채 저를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너, 너너너, 너ㅓ너넌너너……

인장

GM

서유는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행히, 골목 끝에 위치한 장소여서 그런지 당장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보이질 않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지만…… 직원은? 어떨까요?


푸드트럭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열심히…… 고개를 푹 숙이고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료 손질이라도 하는 걸까요? (다 봤는데…)


서유는 살짝 안심한 표정으로(ㅋㅋ) 다시 고개를 돌려 태영을 바라봅니다.

인장

서유

너…… (일단 입 안에 들어온 수플레 씹는 중)

너…… (우물우물, 마저 씹느라 한 번 더 너라며 중얼거렸다.)

누, 눈치… 안 볼래? (눈을 치켜뜨고는 네 허벅지를 꾸욱 꼬집는다. 물론 넌 미동도 않지만.)

인장

태영

나름 살피고 한 행동이었어.

(어깨 으쓱거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인간인 나는 조금 문란한 것 같아. 아직 잘 모르겠는데... .... 음, 그런 것 같아.

인장

서유

그, 그런 것 같은 건 뭔데. (애초부터 네게 밤일을 하라 지시했던 건 자신이었다. 이제와서 문란하네, 어쩌네…… 생각이 든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양심이 찔려오는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종이 트레이에 손을 뻗어 또다른 수플레를 제 앞으로 끌어온다. 두툼하게 구워져 바나나가 올려진 팬케이크를 포크 끝으로 잘게 잘라내고는, 표면을 덮은 생크림과 과일을 덜어냈다. 이 정도면 됐나? 포크를 집어들어, 네 입술 앞에 붙이듯 가져다 댄다.) ……먹어.

너도. 먹는 모습을 조금은 보여야 될 거 아냐. (꿍얼)

인장

태영

(팬케이크와 너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그럼 감사히. (네가 건넨 것을 입에 물었다.)

…역시 (오물) 아무맛도 안 나네. (당연한 말을 하며 계속 오물거린다.)
내가 나중에 여기에 다시 오게 되고, 이 푸드트럭이 계속 있으면 그때 또 와서 먹자.

그때는 맛이 나겠지. 아, 이거 사망플래근가.(키득)

인장

서유

(사망 플래그? 저런 단어도 네게 학습시켜 줬던가? ……그래, 원흉은 자신일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자신과 말이 잘 통했으면 했으니까. 그래서, 정말 이것저것……) 다음엔 인간의 몸으로 와야지.

(역시, 다시는 함께 못 온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그건 엄청… 슬프잖아.) 올 수 있다고.

(찌릿, 유독 오늘따라 너를 자주 노려보게 되는 것도 같다.)

인장

태영

그래그래, 약속했으니까.(네 미간을 문질거리곤)

자, 어서 먹어야지? 배고프잖아?

인장

GM

태영은 자신을 노려보는 서유를 달래고, 서유는 그런 태영을 보며 포크로 잘게 찢은 수플레 팬케이크를 입에 밀어넣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 이유가 컸을 거예요. 먹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자마자, 서유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에 포크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태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그런 서유를 한참동안 기다렸고요.


결국 서유는 혼자서 2인분을 해치우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버릇이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매번 집에서 태영에게 뒷정리를 맡기던 버릇 그대로, 서유는 아무 것도 건들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고, 태영은 자연스레 서유가 어지르고 간 자리를 정리합니다.


치우지 않은 건 서유였으면서…… 빨리 오라며 재촉당하기까지 하는 태영입니다.

인장

태영

잘 먹었습니다. (사장과 직원에게 인사하고 네게 간다.) …전부터 느낀거지만 참 대단한 위장이란 말이지… (배 보기)

인장

서유

(배가 불러 그런지 표정이 살짝 풀려있다.) 응? 왜 그렇게 봐?

인장

태영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고개를 살짝 흔들곤 네 머리를 쓰담쓰담)
이제 어디 갈거야? 주변에 네가 즐길만한 곳이.. (흠..)

인장

서유

먹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생각해둔 것이 있긴 해보이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네 팔을 잡아당기어 제 팔 아래로 끼워넣는다.)
걷다 보면 생각날지도?
(널 잡아당기며 성큼성큼 걷는다.)

인장

GM

둘은 다시 거리로 나옵니다.
식사 시간이 지나서일까요?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든 것도 같아보입니다.

인장

태영

사람 수가 줄어든 것 같아서 다행이야. (저를 알아볼 수 있는 이가 있을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너를 바라본다.)

인장

서유

(네가 불안해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계속해서 거리를 걸어나간다.)

인장

GM

태영과는 다른 둘러봄입니다. 아마도 서유는…… 뭔가를 찾고픈 걸지도 모르겠어요. 가게일까요? 아니면, 사람?

인장

서유

CC<=40 [ 행운 ]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2 > 42 > 실패

안 보이네.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인장

태영

안 보인다니? 뭐 찾고 있어? (고개를 슬 기울리곤) 뭔지 말해봐, 같이 찾아볼 테니까.

인장

서유

끙…… 그럼, 그…… (얘기를 해주려는 듯 저도 네게 고개를 기울이다……)

인장

GM

서유가 도망칩니다.

인장

서유

안 알려줘!!!!!!!

인장

태영

?
???

인장

GM

거리를 벌리더니 저 멀리서 태영을 바라보며 소리쳐대네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인장

태영

(밴드로 가리긴 했지만 혹시 몰라 옷으로 최대한 바코드가 있는 쪽을 가리고 너를 뒤쫓아 뛰어간다.)

인장

GM

태영에게서 도망친 서유를 검거하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멀리 가지도 않은 듯하네요.
언제 가게 안으로 들어간 건지.

건물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이쪽이란 듯 태영을 향해 손짓해댑니다.

인장

태영

대체 뭔..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인장

GM

태영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인장

서유

(창 밖을 바라보며 널 향해 손을 흔들다, 네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더 신나게 손 흔들어줘)

인장

태영

귀여워라. (신나게 손흔드는 네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흘리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인장

서유

                                                     

이 꽃집, 분명히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안 보여서 당황했었지 뭐야.
……맞은 편에서 찾고 있었더라고. (그러니까 안 보였지, 하고 꿍얼거린다.)
예전에 왔을 때랑 똑같아. 달라진게 없어, 여긴.
(그렇게 말하며, 네 옷을 슬쩍 잡아다 당겨 제가 보는 것을 함께 바라보게 했다.)

인장

GM

태영은 해바라기 화분 앞에 섭니다.

인장

태영

해바라기?

인장

서유

꽃 얘기, 그러니까 전설같은 거? 알아? (내가 넣어줬던가…… 하고 조그맣게 중얼이며 제 턱 아래를 손끝으로 톡톡 쳐댄다.)

인장

태영

으음, 아니 안 들어 봤어. (안드로이드로서 여러정보를 알고 있지만 거짓말을 하며 웃어보이곤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런데 갑자기 왠 꽃 이야기일까?)

인장

서유

그래? (폭 쭈그려 앉더니 제 옆의 바닥을 탁탁, 때렸다. 저와 똑같이 앉으라는 뜻이다.)
자자, 들어 봐. 얘네들한텐 슬픈 전설이 있어…… (슬픈 목소리 내요)
(안 앉아? 찌릿...)

인장

태영

(네 눈초리에 조용히 옆에 앉는다.)

인장

서유

옛날 옛날에…… 얼마나 옛날인진 나도 몰라, 두 요정이 있었대.
걔네들이…… (잠깐 뜸 들이고) 태양의 신에게 반해버린 거야! 왜더라? (곰곰) 잘생겨선가? 아닌데…
몰라! 하여간…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을 잇는다.) 그렇게 둘이 반해버리고 나니까, 막 서로 들이대고 싶어가지고 욕심들이 들었나봐?


막 싸우고… 이간질하고…… 그러다가… (떠올려가던 기억이 가물거리는지 머리를 붙잡았다.)
끄응…… 아, 그래. 그래가지고! 그걸 태양의 신에게 들켜버렸나 봐! 서로 싸우던 걸.
요정 하나는 규율을 어겼다면서 죄수가 되어버렸을 걸? 아마도……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


또 하나는 태양의 신에게 계속 애원했을 거거든? 좋아하니까! 좋아해요! 받아주세요! 그랬단 거.
그런데 태양 신은… 얘가 다른 친구랑 이간질하고 싸우던 걸 알고 있잖아, 들켰으니까.
그래서 그걸 안 받아줬대.


요정은 안 받아줘도 계속 하늘을 보면서 좋아해요! 좋아해요! 하다가… (눈 앞의 해바라기 화분 툭툭)


쨘, 꽃이 되어버리고 말았대요. (박수를 치는 것과 같은 리듬감으로 화분 톡토토톡 때려)

인장

태영

(와아- 작은 소리를 내며 두어번 박수를 친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 물의 요정 클리티아의 이야기 인가.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별 생각이 들지 않았건만 지금 들어보니 참 바보같다.)
(실제 이야기로는 이간질이 아니라 살해를 했다지. 뭐, 직접적인 건아니지만. 들키지 말았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저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지 모를 너를 보며 미소짓곤) 이 이야기는 왜 들려주는 거야?

인장

서유

그냥, 이런 얘기가 엮여있단 것 정도는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인장

GM

서유는 몸을 일으켜 직원을 부릅니다.
직원은 두 사람 앞의 해바라기를 꺾어내 포장대로 가지고 갑니다.

인장

서유

가자. (네 팔 붙잡고는 포장대 앞으로 함께 이동한다.)

인장

태영

먼저 나가있을래?
직원한테 볼일이 있어서. 잠깐이면 되니까.

인장

서유

(눈을 반쯤 접어뜬 채로 너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생각. (손가락으로 네 이마를 쿡 찌른다.)
내가 산다고 해뒀거든. (포장대를 바라보며 턱짓한다.) 받아와.

인장

태영

알겠어. (찌른 손가락을 잡다 손 전체를 잡더니 손등 위로 짧은 입맞춤을 한다.)

인장

서유

(네 입술이 닿은 손등이 뜨겁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놀라 잠깐 숨이 멎었다가, 후우우……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 (가져와! 부끄러워 조금 언성을 높이고 싶었지만 가게 안이라 높일 수가 없어, 입 모양으로 네게 말했다.)

인장

태영

(네 반응에 쿡쿡 웃고는 손을 살랑 흔들곤 포장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인장

GM

포장대 앞에 서면, 미소를 띤 직원이 태영에게 포장된 꽃을 건넵니다.

                                                     
"애인 분께서 선물이라고 전해달래요."


라는 말과 함께요.

인장

태영

(애인? 창밖에 있는 너를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직원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꽃을 건네받는다.)

……그렇군요. … …(살풋 미소짓곤) 그렇군요, 참 예쁜 꽃을 선물받았네요.

인장

GM

"오늘이 1일이라던데, 진짠가요?"


직원은 창밖의 서유를 슬쩍 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태영에게 속삭이듯 물어봅니다.
어차피 가게 밖으로는 들리지 않을 거라지만, 속삭이듯 말하는 이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같네요.

인장

태영

(핑곗거리가 없어서 그렇게 둘러댔나보구나. 팬케이크를 샀을 적 저에게 작업걸던 이에게 말했던 것처럼.)

네, 진짭니다. (그럼 장단을 맞춰줘야하지않겠는가.)

제 애인, 예쁘지 않나요? 이 꽃처럼. 아니, 더 예쁘죠?

인장

GM

"정말로요! 예쁘시긴 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가게 들러주셨던 남자 손님분들 중에선…… 손님 애인 분이 제일 예쁘실 걸요?"


직원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꺄르르 웃고선, 태영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합니다.

인장

태영

아, 잠깐. 한가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

인장

GM

"네네, 뭔가요?"

인장

태영

아까 해바라기보면서 저기- (턱짓으로 해바라기가 있던 쪽을 가리키곤) 물망초가 있더군요.
그것도 같이 포장... .... (잠시 생각하고는)

혹시 이곳, 배달도 가능할까요? 한.. 3일 뒤에 주고 싶은데.

인장

GM

"3일 뒤요? 그럼 잠시만요."


직원은 포장대 아래에서 서류철을 꺼내올립니다.


"여기에 주소랑 받으시는 분 이름, 써주시면 되시거든요."


태영에게 펜을 건넵니다.

인장

태영

(꽃의 의미를 알고 있는 너라면 저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겠지. 모르더라도 너는 의미를 찾아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소와 네 이름을 적는다.)

됐습니다. (펜을 서류철 위에 얹곤 지갑을 꺼내 직원에게 돈을 건낸다.)

인장

GM

직원은 태영이 쓴 주소를 확인하고 계산을 진행합니다.

애인 분은 좋으시겠다~ 잘 생긴 남자친구가 잘 챙겨줘서요, 라는 말 등을 해대며 거스름돈을 돌려주네요.


"100일 째에, 또 들러주셔야 해요?"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태영을 배웅합니다.


해바라기를 소중하게 안아들고 가게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면, 서유가 왜 이렇게 늦었냐며 태영을 타박해댑니다.

인장

태영

우리 애인 자랑을 하느라? (해바라기를 슬쩍 보여주곤) 1일이라고 했다면서?

인장

서유

……그, 그래! 했어! 왜!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려 네 시선을 피한다.) 그래야…… 자연스럽잖아!
(어디 싫다 말하기만 해봐, 선물이고 뭐고 뺏어버릴 테니깐, 속내가 다 비치는 표정으로 널 흘겨본다.)

인장

태영

그냥 선물용이라고 해도 됐을 텐데. (네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맞춤했다. 왠지 전보다 입맞춤을 자주하는 것 같은데 기분탓일까. 뭐 어때, 너와 내가 좋으면 된 거지.)


싫지 않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리고 나도 아까 너 애인이라고 소개했는걸. (전의 일을 떠올리곤)

어쩌다보니 예쁜 애인이 생겼는 걸, 가짜지만?

인장

서유

(가짜지만, 저도 모르게 따라하듯 되뇌였다.)

인장

태영

그러고보니 아까 직원이 잘생긴 남자친… (아, 잘 챙겨준다는 말을 하면 안에서 뭔갈 준비했다는 걸 들키려나 싶어 잠깐 멈칫거리곤) …나보고 잘생긴 남자친구라고 하더라고?

인장

서유

그러면, 못생긴 남자친구라고 할까. (네 뺨 꾹 쥐어 잡아당겨요)
(꾸우우우욱. 제 이유모를 기분이 풀릴 때까지, 한참을 잡아당긴 후에야 뺨을 쥔 손을 놓는다.) 잘 생겼거든.
(네 말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지 못한다.) 누구 애인인데요. (어깨를 으쓱해 보여)

인장

태영

(아프지도 않은 뺨을 만지작거렸다. 묘한걸. 지금의 모습은 네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거기다 옛 연인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 말을 하면 네 표정은 일그러지겠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고양이의 애인이지. (말을 고르고 고르다 내뱉은 말은 생각보다 짧은 문장이었다.)

인장

서유

그렇지? (네 뒤로 돌아 넓은 등에 폭, 제 이마를 기대었다. 움직이라 재촉하는 것마냥 널 앞으로 꾹꾹 눌러 밀어본다.)

조금만…… 어디 구석진 곳에라도 가 봐. 여기 너무 밝다.

인장

태영

(네게 밀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골목사이로 들어간다. 상점과 상점 사이는 그림자가 져 있었다. 밝지 않는 곳, 딱 좋은 곳이네.)

인장

서유

(골목으로 들어오자마자 네 손에 쥐여진 꽃다발을 뺏어들고는, 네게 얼굴을 부비작대며 안겨든다. 팔을 뒤로 쭉 뻗어 꽃이 뭉개지지 않게 들었다.)


저기에선 눈치보여서 그랬어. (제 눈을 꾹 감더니) 안아줄게…… (남는 손으로 네 등을 토닥였다.)
다음에도 사러 오자. 해바라기 말고 다른 걸로 사줄게, 그때는.

(고개를 들어 너와 시선을 맞춘다. 같이 와야 해, 알겠어? 아무 말도 하고 있진 않지만 명령을 내리는 것만 같아보이는 눈빛이다.)

인장

태영

그래, 오자. 그 직원도 100일 되는 날에 또 와달라고 하더라. (너를 마주 안다가 입맞춤을 하고는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또 오자. 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네 입술을 다시 제 입술을 부빗거리고 살덩이를 넣어 잠깐 문지르다 떨어졌다.) 기대할게.

인장

서유

응. (입 안을 맴돌던 감촉을 곱씹으며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호선으로 그려낸다. 입꼬리는 올라가지 못한 채로 꾹 다물린다. 제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 부비작거리는 네게선 늦게나마 미련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도 같다. 아침까지만 해도 분명히, 명백하게 네게는 없었을 감정. 지금은 이거면 됐어. 더욱 미련을 가져, 욕심을 내.)


(한번 더 제 북슬한 머리칼을 네게 양껏 비비고 나서야, 맞붙은 상체를 떨어트린다. 비벼진 머리카락이 정전기로 잔뜩 부풀어올랐다.)

인장

태영

(방금까지 있던 온기가 사라져 아쉬웠다. 우리가 헤어지고 다른이를 안으면 괜찮아질까. 예상컨데 아닐 것이다. 작은 한숨을 쉬고 네게로 시선을 옮기면..)


머리카락 봐. ( 위로 뻗힌 머리카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네 거기에 복슬복슬거리기 까지?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빗질하듯 손을 움직인다.) 지금은 고양이가 아니라 양같은데?
메에~ 해 봐.

인장

서유

뭐, 뭐어? 메에? 메에에~~~~???? (어이없단 표정으로 되물어대다 내뱉어버렸지만 못 깨닫는 중) 이젠 양 취급인 거야? 어어? (민망해 손 뻗어 네 머리를 팍팍 문지른다. 정전기를 일으키려 애쓰는 것 같은데…)

인장

태영

그런 것 치고는 잘하는데. (킥킥 웃다가 네 손을 잡곤)

정전기는 너만 갖는 걸로 할까? 우리 고양이.. 아니 양. 정전기한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걸~

인장

서유

(다른 한 손엔 꽃다발이 들려 있어 머리를 마저 헝클이지 못한다. 움찔거리며 손을 들어보려다 뵤루퉁한 표정을 지어 보여) 왜! 내가 양이면 너도 양 해야 되거든?

그러기로 했잖아! (그런 적 없다.)

(발만 동동동)

인장

태영

제 기억으로는 그런 적 없습니다만. (코 끝을 꾸욱 누르고는)

그리고 나랑 양이랑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인장

서유

읏. (코끝이 눌리자 눈을 꾸욱 감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실제로는 어울리지 않더라도 이젓저것 다 가져다대 볼 생각이다. 뻔뻔하게 우겨대다 보면 하나 쯤은 받아들여 주겠지.) 아닌데? 양? 어울리는데? 고양이도 어울릴 거고, 음, 토끼도? (떠오르는 것들 다 붙여보는 중)
(받아들라며 네 얼굴 앞에서 꽃다발 휘적여요)

인장

태영

이런, 내 소중한 선물 망가질라. (네 손 안에서 꽃다발을 쏙 빼곤)

것보다 말하는 동물들이 하나같이 나랑 안 어울리는 것들이야.

다들 귀엽잖아. 나보다는 너한테 어울리는 것들이야.

인장

서유

(드디어 자연스러워진 손을 갖게 되자 다시 네 머리를 헝클어보려 시도한다. 집념 하나는 엄청나지.) 아, 아니거든? 너랑 어울리는 거라니까?

나랑 어울리는 동물이 뭔지 알아? (시선을 맞추고는)
치타! 사자! 코뿔소! 코끼리! ……공룡? 티라노? (큰 것들만 골라 내뱉으며 기어코 네 머리를 흐트러트리고는 한 발자국 물러난다. 검은 머리칼이 부스스 떠버린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꾹 다물린 입가가 꿈틀거린다.)

인장

태영

(고개를 휙휙 세게 젓곤 제 머리를 정리하려다 그냥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전혀 안 어울려, 고양이 씨. (단호)

인장

서유

…… (너무 단호하잖아?)

진짜! 뭘 모른다니까???? (눈을 접어뜨고 널 주시하다 제 머리도 슥슥 매만져가며 누른다. 양이라고 했으니까…… 떠 있을 게 분명해.)

다 됐어? (정리한 머리를 봐달란 듯 시선을 위로 향하며 네게 묻는다.)

인장

태영

…흠… (네 턱을 잡고 살짝 이리저리 살피듯 움직이다 볼에 쪽 입맞춤하고) 다 됐네.

인장

서유

(흠칫, 네 거침없는 태도에 놀라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찔 떨며 반응한다. 집에 있을 때엔 몇 번이고 뽀뽀를 받아도 괜찮았는데, 이건 밖이라 그런 거지.)

언제가 되어야… (얼굴이 달아오른다.)

……네가 이러는 거 보고 안 놀랄려나.


(턱을 잡았던 손을 붙잡아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댄 후, 도장찍듯 꾸욱 눌러 본다. 어디로 데려가는게 좋을까? 어떡해야 잊지 못할 기억을 새겨 주지? 사실 꽃은 금방 시들 것이 뻔해서, 네가 가지고 다니기에 좋은 선물은 아니다. 역시, 뭔가 필요하긴 하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너도 다 됐나 본데.

인장

태영

익숙해지면 안 놀라지 않을까. 그럼 그만큼 자주 해야겠지. (제 손등 위로 입맞추는 널 바라보다 다 됐다는 말에) 뭐가?

인장

서유

머리. (사실 전혀 정리되지는 않았다만? 어깨를 으쓱 들어올린다.)

인장

태영

아. (네게 집중하느라 제 머리상태는 뒷전이었지. 사실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만. 다시 한번 털어내듯 고개를 털어내곤)

그럼 나가볼까?

인장

GM

그렇게 골목을 빠져나오고는, 다시 서로에게 걸음을 맞추어가며 거리를 걷습니다.


서유는 뭐가 그리도 고민인 건지 으음, 으으음… 하는 소리를 들으란 듯 내고 있습니다.
슬쩍 표정을 구경하자면, 일부러 눈치주는 건 아닌 것 같네요.

인장

서유

……옷, 신발, (네 품의 꽃다발을 쳐다보고는) 꽃.
……나한테 더 받은 거, 없어? (몇년 간 함께 지냈는데도? 이것 밖에 안 했단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어버리자 조금 삐걱여대는 중이다. 뭘 이제 와서… 진짜 새삼스럽게도. 힐끔, 네 눈치를 살폈다.)

인장

태영

물질적으로는 그렇지? 애초에 나한테는 다른 것은 필요없었는걸. (완전한 안드로이드였으니까. 그런 저에게 무엇이 필요겠어.)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인장

서유

(네 물음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말 이제 와서…… 널 온전한 타인으로 대하려 마음먹은 이후가 되어서야, 부족한 것들이 눈에 하나, 둘 들어와 버린다.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 진짜 이제 와가지고? 평소에나 잘 하지 그랬어. 네 손을 깍지껴 붙잡는다. 물음과는 다른 뜬금없는 대답을 내뱉는다.)

생각 났다아, 가고 싶은 곳.

인장

태영

오늘따라 뜬금없는 행동 많이 하는 것 같네.

(깍지낀 손을 들어 살짝 흔들곤) 이번에는 먼저 안 가고 같이 가는 거지? 아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꽃집으로 먼저 도망친 너를 떠올리며 작게 한숨쉬었다.)

그래서, 가고싶은 곳이 어디야? 내가 아는 곳이려나.

인장

서유

그거야, 서프라이즈 하려 했는데 네가 물어보니까…… 안 도망칠 거거든. (뚱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모르는 곳일 것 같은데? 너한테 심부름 시키거나 한 기억도 없어서. 어디 거창하고 그런 곳은 아니고.
(붙잡은 손을 이끌고 척척 걸어가다, 한 가게 앞에서 멈추어 선다. 그래, 여기면 될 것 같다, 라며 네게 웃음지어 보이더니 가게 문을 열었다.)

인장

GM

건물 외관은 투박했고, 입구는 좁아 얼핏 보면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있을 법한 가게였습니다.
서유가 태영을 데리고 들어온 곳은 악세사리점입니다.
                                                     


가게 안은 제법 넓습니다. 가로 폭은 좁았지만, 세로로 폭이 긴 가게인가 봐요.

인장

서유

(네겐 선택권이 없단다…… 라고 중얼거리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인장

태영

(마주잡은 손에 끌려 같이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뭔가 많네.

인장

서유

그렇지? 직원은 부르지 말자. 뭐라도 맞출 것 같은 낌새 보이면…… 종일 시달린단 말이야. (과거, 연인과 반지를 맞추겠답시고 여러 가게들을 전전하며 돌아다녔었던 기억을 잠깐 떠올렸다.)


(보통 이렇게 가게 앞쪽에 전시된 제품들은 모조품이거나 싼 제품들 뿐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다가) 야, 이거 귀엽다. (진주알이 주렁주렁 매달린 목걸이를 집어들더니 장난스레 네게 가져다 대본다. )

인장

태영

우리 고양이 취향 참 이상해~? 귀여우면 네가 쓰지 그래? (네 장난스러운 말을 장난으로 다시 되받아쳤다.)

인장

서유

시이이이잃은데? (들고 있던 목걸이를 네 목에 쏙, 걸고는 맞은편 매대로 도망치듯 이동했다.)

인장

태영

(차인 목걸이를 다시 빼내면 잘그닥거리는 가짜 진주알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소리를 낸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노인들이 착용할 만한 그런 악세사리. 그것과 너를 한번 번갈아보곤 네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CC<=90 [ 민첩 ]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0 > 50 > 보통 성공

인장

서유

CC<=55 [ 민첩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6 > 46 > 보통 성공

인장

GM

태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서유는 불안한 눈빛을 내보입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태영을 피해 가게의 안쪽으로 도망가려 발걸음을 옮깁니다만,


덥썩,

 

태영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당연하잖아요? 태영은 안드로이드인 걸요! 태영의 힘, 순발력, 그리고 판단력 등은 인간의 신체 능력보다 월등하죠.
서유는 어깨를 붙들립니다.

인장

서유

어어,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네 손에 들린 목걸이 모른 척 쳐다봐)

인장

태영

너는 마음에 들었나보네? 그럼 우리 고양이가 차면 되겠다. (친히 목걸이를 걸어주곤)

짜, (풉-). 짜잔~ (대놓고 웃음참기)

인장

서유

(순식간에 목걸이 걸려버리는) …… (제 목 아래에서 잘그락거리는 모조 진주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시선을 벽면의 거울로 향했다.)
(와, 개촌스러워, 할머니 같애.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널 돌아본다.)
ㅡㅡ즐거워?

인장

태영

응.

인장

서유

(대답을 듣자마자 붉은 벨벳 리본 머리핀 하나를 집어들더니 네게 달려들었다.)


CC<=55 [ 민첩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보통 성공

인장

태영

CC<=90 [ 민첩 ]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1 > 71 > 보통 성공

인장

GM

리본을 착용한 모습을 상상하며 야심차게 태영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서유의 손은 허공을 가릅니다.

인장

서유

하.

인장

태영

(네 손에서 리본을 쏙 빼곤)


CC<=90 [ 민첩 ]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0 > 30 > 어려운 성공

인장

서유

CC<=55 [ 민첩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인장

GM

태영은 뺏은 리본을 들고, 서유를 향해 은밀히 손을 뻗었습니다.
눈치챈 서유는 재빠르게 고개를 푹 숙였는데! 숙인 것 같았는데!
숙인 머리 위로 머리핀이 파고듭니다.

인장

서유

……

인장

태영

곱다~(입꼬리 씰룩)

인장

GM

묵직하게 머리에 뭔가가 매달린 느낌, 제법 낯설어요.

인장

서유

…… (떨구려는 듯 머리 절레절레절레절레)

인장

GM

안 빠집니다.

인장

서유

짜증나! 너도 해! (그 옆의 머리핀 하나 더 집어들고 떽떽거려요)

인장

태영

(이런 명령조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명령이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몸을 돌려 옆의 머리핀을 보고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머리핀을 짚은 뒤 근처에 놓인 거울을 보고 제 왼쪽 앞머리를 뒤로 넘겨 그것으로 고정시킨다....뭔가 이 모습이 낯설지가 않은걸.)

어때, 잘 어울려? (해바라기도 제 열굴 곁으로 가져다대곤 고개를 기울린다.)

인장

서유

(순순히 제 말을 듣는 모습을 보더니 잠깐 아차, 하는 표정을 스쳐지나가듯 지어냈다. 이내 올라가는 입꼬리를 붙들어매려 입술을 안으로 밀어넣더니, 그대로 꾹 앙다물었다. 분홍색의 머리핀을 꽂은 모습은 네 시커먼 외형과 어우러져 이질감을 자아낸다. 좀…… 귀엽지 않나? 약간의 기시감이 들었지만, 흘려보냈다.)


이야아. (짝짝, 박수를 치는 시늉을 해보였다. 해바라기를 가져다댄 네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작 이랬어야 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간다. 첫 선물, 마음에 든 것 같아 다행이야.)


사 줄까? 완전 잘 어울려서 너랑 한 몸 같은데, 아주. (놀리듯 얘길 꺼내며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었다. 너라면 눈치채겠지,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인장

태영

(제 머리에 꽂힌 머리핀을 만지작 거렸다. 너는 놀리는 어투로 말했지만)

 

…응, 사 줘.

 

(처음이다. 내 물건을 사는 것에 의사를 묻는 건. 모든 것은 태오에 맞춰 샀으니까. 어쩌다보니 의미부여를 하게 되어 조금은 진지한 표정이 되어버린 것 같다만 사고 싶으니까.)
(농담으로 말하면 안 사줄지도 모르잖아?) 어울린다면서? 거짓말이었어?

인장

서유

어? 어…… (설마하니 사달라는 말이 나올 줄은. 반쯤은 놀릴 마음이었는데. 네가 제게 이렇게나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한 적이 있었던가? 본인을 위해 해달라는 표현, ……처음 아니야?)

아니. (거짓말이냐 묻는 말에는 고개를 절레절레절레 내젓는다.)


(머리핀으로 시선을 향하며) 조금 웃기다 생각되긴 한데, 40% 정도는? (손을 뻗어 네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본인을 위한 사고인 거지? 좋은 현상이다. 조금만 더……)

나머지 60은 어울린다는 걸로 할까. (눈꺼풀을 사르르 접어내렸다.)

인장

태영

(네가 제 머리를 쓸어넘기면 눈을 감고 네 손길을 느낀다)

그럼 됐어. 그리고.. (네게 걸쳐진 장신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그것도 살거야?

인장

서유

(살 거냐 묻는 물음에 부러 표정을 굳힌다.) 아아아아아아아니? 이건 안 살 건데? (재빠르게 머리핀을 내리고, 목걸이를 처음의 위치에 돌려놓는다.)


(사고픈 건 따로 있어서. 뒷짐을 지고, 매장을 어슬렁거리며 둘러보기 시작한다.)
여긴, (목걸이가 잔뜩 매달린 코너를 지나친다.) 아니고…… 여기도… (브로치? 됐어, 이런 건 잃어버린다고.) 아니고.

인장

GM

서유는 한 코너 앞에서 걸음을 멈춰세우고는, 빠안…… 무언가를 찾는 듯 매대를 천천히 훑어갑니다.

인장

서유

이래서 주문제작이 편한데, 기다릴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중얼거리며 인상을 썼다. 눈은 여전히 매대를 훑는 채다.)

인장

GM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오는 태영을 바라보며 한손을 들어 손짓합니다. 이리 와, 입을 뻐끔거리면서요.

인장

태영

(저를 부르는 소리에 네게 쪼르르 다가간다.) 불렀어?

인장

GM

서유는 골라놓은 악세사리를 가리킵니다.
고래 꼬리 모양의, 참이 달린 팔찌입니다.
                                                     

인장

서유

살 거야.
어울리나 좀 보자. (팔을 제게 달란 듯 손을 내밀었다.)

인장

태영

(네가 손을 내미면 그 위로 제 손을 얹는다) 네 물건을 사는 줄 알았는데.

인장

서유

내 것도 살 거야, 같은 걸로. (네 손목에 팔찌를 대어 보더니 괜찮겠다 싶은지 그대로 채워주며)

이게 뭔 줄 알아? (매어준 팔찌 참을 툭, 손끝으로 건드린다.)

인장

태영

고래꼬리잖아. 특별한 의미라도 있어?

인장

서유

예전에, 먼 옛날에…… (지금은 바다로 향하는 길이 모두 통제되고 있다. 얼마나 옛날인 걸까? 말하면서도 조금 우스운지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어부들이 항해를 나갈 때에, 고래 꼬리가 그려진 물건들이나… 뭐, 그런 것들을 지니고 나갔었단 거야.
안녕과 행운의 의미, 그래서였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네 등을 툭툭 쳐댄다.)

계산하러 갈까?

인장

태영

부적같은 거구나.

 

(계산대로 가면서 한 매대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귀걸이.. (지금 저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남았더라. 가끔은 이벤트를 준비하라며 용돈마냥 저에게 줬던걸 모아뒀었는데. 아까 산 물망초도 용돈으로 산 것이었다.)
(귀걸이를 찬찬히 살펴보곤) 심플한 디자인은 살 수 있겠는걸. (중얼)

인장

서유

(네가 멈춘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먼저 계산대에 도착해 구입할 물품들을 추려 전달한다. 완제품들을 사는 거기도 했고, 애초부터 비싼 제품을 고른 것은 아니었기에…… 아쉽다는 표정이 얼굴을 덮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번엔, 뭐라도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계산을 끝마쳤다.)


(아직 차지 못한 제 몫의 팔찌를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선, 뒤돌아 널 바라본다.) 거기서 뭐 해? 나가자.

인장

태영

아, 그- .. 서유야 잠깐 이리 와볼래? (잠깐 머뭇거리듯 침묵이다 네게 손짓했다.)

인장

서유

응. (뭘 보고 있는 거지, 쪼르르 네 옆으로 다가갔다.)

인장

태영

이거. (네가 제 곁으로 다가가면 누가봐도 단순한 귀걸이를 가리켰다.)

너 사주고 싶은데 괜찮을까 싶어서.

너무 평범한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네가 산 거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인장

서유

아. (귀걸이…… 무의식적으로 제 귀를 매만졌다. 언제부터였을까? 예전엔 이런 거 하나하나 외출할 때마다 신경을 쓰며 바꿔 끼웠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선 그런 기억이 없다. 씻을 때에도 딱히 빼진 않아서. 그래, 태오의 죽음 이후로, 모든 게 변했었던 거구나. 씁쓸한 표정을 내보이다 이내 가다듬었다.)


난 마음에 드는데. (관심을 받는단 것은 사실 싫지 않은 감정이다. 남들의 눈에 띄고픈 마음이 없는 건 아닌 자신이지만, 지금은 그래선 안 되니까. 평범한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니, 그 쪽이 좋아.)

네가 골라준 거잖아, 받을래.
엄청 괜찮아.

인장

태영

(네 표정을 보고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아 안도했다.) 그래, 그럼 이것도 사도록하자. (매대에서 귀걸이를 꺼내 네 귀 근처에 가져다대다가 살짝 미소지었다. 다행히 이상하지는 않네. 단순한 만큼 어색하지 않다 이건가.)


그럼 계산하고 올게. (손을 거두고 곧바로 계산대로 간다.)

인장

서유

(계산을 하러 가는 네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선물 교환식이라도 하는 것 같잖아.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계산이 끝나길 기다린다.)

인장

태영

(계산을 하고 주머니에 다시 지갑을 넣는 도중 주머니에 넣은 스위치가 손끝에 닿았다.)

.. .. (평화로운 이 순간이 위태롭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너를 보기 전 표정을 갈무리하고 몸을 돌려 네게로 다가간다.)

사왔어. 이건 집에서 내가 직접 끼워줄게.

인장

서유

(저를 위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잠시 기분이 좋아져 헤실거렸다.)

응, 그 때 끼워줘. (오늘까지만, 딱 오늘까지만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야, 집에서. 내일부터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역시 너를 숨기거나…… 어떻게든 내보내는게 좋겠지? 안드로이드의 탈출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듣긴 했었다. 빠르게 알아봐야 겠어. 고민이 가득한 표정을 고개돌려 숨기며 가게 밖으로 향한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가 않다.)

…어렵네.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작게 내뱉으며, 손을 잡잔 듯 네게 뻗는다.)
조금만 더 걷다가…… 해 질 때 즈음, 들어가면 되겠다. 그치?

인장

태영

그래. (작은 종이봉투와 꽃을 한 손에 안고 네가 내민 손을 잡았다.)

 

좋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듯 눈을 감았다 느릿하게 떴다.)

좋다. (고개를 살짝 돌리곤 너를 바라보곤 살풋 웃어보였다.)

인장

GM

맞잡은 손을 꼭 붙잡고, 번화가를 지나 계속 걸어봅니다.


해는 덥지 않게 내리쬐고 있고, 태양빛으로 데워진 공기 탓에 차갑지 않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밖을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저 멀리,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공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원 곳곳의 사람들이 한가로이 휴식을 즐겨가는 모습이 눈에 띄는군요.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 같습니다.
혹은, 이 평온함이 조금 불안하게 와닿을지도 모르겠어요.
해가 한창 뜨거울 시간은 지난지 오래입니다.

인장

서유

(잡은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빈 벤치를 바라봤다.)

인장

태영

(네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면 빈 벤치가 있었다. 그곳으로 너를 이끌고 가지고 있던 것을 끝에 놓은 뒤 저는 여전히 서있는 상태로 너를 앉혔다.)
다리 안 아파? 오늘 종일 돌아다녔잖아. (중간에 업어주긴했지만 잠깐이지 않았는가.)

주물러줄까?

인장

서유

……아파. (아까부터 다리가 쿡쿡 쑤셔오긴 했었으니까, 부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종일 걸어다니는 건 솔직히 힘들어. 새벽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도 있고 말이지.)


(네가 제 앞에 앉아 다리를 주물러주게 된다면 시선이 쏠릴 것도 같았다. 느긋이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살핀다. 따사로운 햇빛을 즐겨가며 저마다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들. 나라면…… 딱히 주변에는 관심을 안 가질 것 같기도 해.)


(괜찮겠지, 다시 네게 고개를 향하고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이 옆에 앉으면 안 돼? (앉으라는 듯 벤치 옆을 두드렸다.) 너 앉으면 (네 허벅지를 부러 손가락으로 쿡 찔러본다.) 다리, 올리고 싶은데.


(제가 이런 말을 안 꺼낸다면, 너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을 것만 같거든. 아래에서 올려다봐지는 구도는…… 이젠 좀 그래. 물건 취급당한다는 기분이 안 들게끔… 의식적으로나마 애써봐야지. 이렇게 애써주는 주인이 어딨어. 입꼬리를 씰룩였다.)

인장

태영

(다리가 아프다는 말에 무릎을 꿇으려다 옆에 앉으라는 말에 눈을 한번 깜빡거렸다.) 알겠어. (네가 두드린 그 자리에 앉고선 네 다리를 잡고 제 허벅다리 위로 올렸다. 우선 네 신발을 벗겨내 아래에 내려놓곤 무릎을 세우게 했다. 어디부터 할까나. 아래부터 할까?)


아프면 말해. (가끔 네게 안마를 해 힘조절은 가능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오금이 있는 쪽으로 손을 옮겨 종아리를 주물거리다 적당한 힘을 쥐고 그대로 발목이 있는 곳까지 내렸다.)
그러고보니 선물받은 거 고맙다는 말을 안했네.

고마워. ...기뻤어.

인장

서유

(익숙한 손놀림,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더라면 시원하다 생각되었을 수도 있을 터였다.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한 손이 제 다리를 눌러갈 때마다 얼굴을 찡그린다. 고작 이 정도 걸어댔다고……)

평소에 운동 좀 할 걸 그랬어. (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면, 괜찮다고 대답하며 계속하란 듯 네 손목을 쥐어 움직이게 했다.)


(기뻤어, 네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그래, 기뻤구나.)

……다행이네. (네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닿아오는 감촉에 네가 시선을 돌리면 발갛게 물든 얼굴로 환하게 웃음짓는다.)
이걸로 만족하면 안 되는데? (더 기쁘게 만들어 줄게, 두고 봐. 상체를 수그려 손을 더 뻗더니 네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인장

태영

그것 참 기대되네. (쓰다듬는 손길을 받으며 저도 미소지었다. 그때가 되면 나도 네게 해줄 수 있는 지금보다 더 많아지지 않을까. 내가 네게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네게 돌려줄 것이다. 기뻐해줬으면 좋겠어.)


자, 이제 허벅지야. (무릎을 눌러 다리를 내리곤 아래에 있던 손을 위로 옮겼다. 허벅지 위를 꾹꾹 누르다 안쪽으로 옮겨 전에 그랬듯 꾸욱 눌러 아래로 쓸어내렸다.)

아, 운동은 해야할 것 같아. 체력이 좀 부족한 것 같더라고.

인장

서유

끄으윽, 끄으으, 윽… (이를 악문 신음소리를 흘려대며 네 손길을 받아들인다. 이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뭉쳐댄 몸은…… 아닐 지도. 너와 보냈던 이틀 간의 밤을 떠올린다. 일이 바빠 그렇게 자주 밤을 보내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무슨 바람이라도 들었던 걸까. 네가 평소보다 유독 사랑스럽게 보였던 걸지도 모르지, 그게 다른 사람을 투영해 보았던 시선이든, 널 바라봤던 시선이든, 뭐든 간에. 인상을 써대던 미간에 힘이 빠져 느슨해진 표정으로 변했다.)

 

부족한 거, 나, 나도 안다고…… 늘려볼까, 체력. (네게 꿇리진 말아야지. 가능할런진 모르겠지만?)
네가 도와줘야 해. ……도와주는 법 그런거 모르면, 옆에서 응원이라도 해주고. (만약 네가 인간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 때엔 너와 동등해질 수 있을까. 비단 신체적 조건 뿐만이 아니더라도, 모든 면에서. 너도 그걸 원하지 않으려나? 그때까지 네 마음이 변치 않아야겠지만.)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힘들ㅈ…… (힘들 리 없지. 무의식적으로 배려하는 말을 꺼내다 멈칫한다.)

인장

태영

(힘드냐는 질문에 저도 멈칫거렸다. 점점 인간다워지는 제 행동에 자연스럽게 나온 배려의 말인 걸까.)

으음~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한데~ (뻔한 거짓말을 하며 장난스러운 어투와 미소를 짓곤 너를 바라봤다.)

인장

서유

(거짓말…… 그야, 당연하잖아? 네가 힘들 리가 없는 걸. 하지만, 맞춰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역시도 점점 인간의 의식에 동화되어 부러 거짓말을 해보인 거겠지.) 아아, 그럼 안 되겠다.
여기서 그만, 그만. (네 어깨를 붙잡아 슬쩍 뒤로 밀었다. 혹시 제가 너를 걱정할까 생각하며 미안해할런가 싶어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진짜야,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인장

태영

그럼 다행이고. (네 다리를 아래로 내리기 전 신발을 다시 올려 하나하나 신겨주곤)

안마가 끝났습니다 손님~

인장

서유

감사합니다아~ (능청스런 네 연기에 맞추어 고개를 까딱여 본다.)

비용은 얼마를 지불해드리면 되나요? (지갑 뒤적이는 시늉)

인장

태영

비용은 뽀뽀입니다. 만족한 만큼 해주세요? (남의 눈치를 보는 네가 사람눈이 많은 곳인 이곳에서 할리는 없겠지만 괜히 이런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인장

서유

음. (네 예상대로 눈치를 보는 듯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인간이었을 적 성격이 어땠길래…… 왜 갈수록 뻔뻔해지는 것 같지?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가볍게 미간을 구겨보인다.)

당장은 힘들 것 같은데, 외상은…… (흠, 차라리…)


(제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쪽,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한 후, 네 입술에 손가락을 하나씩 가져다대며 문질렀다.) 다섯 번으론 부족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부족하다면 더 해드릴… 게요? (반대 손 들어 보란 듯이 흔들거려요)

인장

태영

아뇨. 너무 많아서 오히려 거스름돈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말이 끝나면 제가 옆으로 놓아둔 꽃다발을 들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너와 나를 가린 뒤 입맞춤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을 가늘게 뜨곤 네가 문질렀던 입술을 혀로 핥았다.)

인장

서유

(동그랗게 떠진 눈에 제게 입맞추는 너를 담는다. 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진짜 몰랐는데. 흔들리던 눈동자가 평정심을 찾아갈 때 즈음이 되어서야 너는 몸을 물리며 이태껏 보지 못했던 표정을 지어보인다.) ……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가라앉질 않는다.)


좀, 덥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산책로 쪽으로 도망치듯 이동했다.)

인장

태영

(도망치듯 가는 네 뒷모습을 앉아서 계속 바라봤다. ) …음, 나는 대체 뭐하는 인간인 걸까. (이건 네 명령어로 이뤄진 행동이 아니라 몸이 절로 움직인 종류였다. 그렇다는 건 인간일적의 행동이라는 것이겠지.)


(생각해봤자 기억이 날 리가 없다.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었으니 짐작하는 수밖에. 손을 몇번 쥐락펴락 반복하다 제 짐을 가지고 네가 있는 곳으로 따라간다.)


같이 가야지 나만 두고 혼자 가? (곧바로 너를 마주하고 고개를 기울렀다.)

인장

서유

(멀리 이동하지는 않았다. 먼저 가버리기라도 할 것마냥 발을 옮겨가다, 걸음을 느리게 해 네가 자신을 쉬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제 앞에서 고개를 기울이는 네 이마를 손끝으로 툭 누르듯 건들여주곤, 여전히 앞머리를 반쯤 넘긴 채 꽂혀 있을 분홍색의 핀을 살살 문지르듯 만져본다. 안 빼는 거 봐, 마음에 들었나?)

……일찍도 온다. (이 정도면 빨리 따라온 거긴 하지만. 그저 심통을 부리는 것이다.)

인장

태영

다음엔 빨리 쫓아갈게. (만지기 쉽도록 몸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인장

서유

(핀 만지작) 내일부터는 이거, 매일 하고 돌아다니는 거 아냐?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자 네 입술이 시야를 채우며 들어온다. 저도 모르게 흠칫거리며 반 걸음, 발을 뒤로 물렸다. 귀도 달아오른 건지 열감이 느껴져 느리게 눈을 꿈뻑인다.)

인장

태영

매일 하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네가 멀어진 만큼 네게 성큼 다가가곤 붉에 물든 네 귀를 만지작거렸다.)

싫어? …웃기다고 했던가. (어찌보면 네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몸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깐 멈칫거렸다. …그래도.)

…싫다고 해도 안 뺄 거야. (네가 명령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명령하기 전까지는 네가 사준 것을 몸에 지닐 생각이다.)

인장

서유

(고집부리는 모습도 처음이다. 점점 의사표현이 확실해져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언젠가는 떠나고파 할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과,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를 되찾아가서 기쁘다는 마음이 뒤섞여버린다. 그만 좀 해야하는데, 이런 생각. 자꾸만……! 제 귀를 매만지는 손을 잡아내려 엄지손가락으로 네 손등을 쓸듯 문질러본다. 그래도, 널 걱정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제가 널 볼 때마다 마음이 자주 복잡해져버리는 것을 너는 몰랐으면 한다.)


안 웃겨. …빼지 말고 계속 하고 다녀. 내 선물이잖아?

(네 손등으로 살짝 내려와 늘어진 팔찌 끈을 툭 건들였다. 참에 줄이 부딪히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것도.
……이러다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유 표 선물들로 치장하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따지고 보자면 이미 그러고 있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필요에 의해서 사입혔던 옷은 선물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다음에는 뭐 갖고 싶어? 역시 서프라이즈가 좋아? 그런 거라면, 나…… 고민 좀 해봐야 해.

(옅게 미소지으며 네 손을 당긴다. 같이 걷자.)

인장

태영

(네 손을 마주 잡으며 길을 거닐었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가 그늘 안 어둠을 옅게 만들었다.)

그럼 서프라이즈로 부탁해. 네가 나를 위해 고민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때마다 너는 날 떠올리겠지. 그게 슬픔이 될지 기쁨이 될지 아직은 몰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려나. 그래, 난 이기적인 사람인가봐. 그런데 네가 날 떠올린다고 하면 기뻐.)


진주목걸이같은 거 준비하면 나 울지도 몰라?

(아까 악세사리점에서 본거 있잖아. 말을 덧붙이며 마주잡은 손을 흔들면 찰랑, 참이 팔찌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소리지만 선명하게 들려. 몇 걸음 발을 옮기다 마주 잡은 손을 놓고 햇빛이 유독 잘 들어오는 곳으로 먼저 나아갔다. 그곳으로 가면 꽤 많이 기울어진 해 탓인지 제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었다. 잠깐이지만, 그림자에 길게 머리칼이 흩날리는 것같았는데. 눈을 다시 깜빡이면 그것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헛것을 본건가.)


후우.. (제 그림자를 보다 너를 바라봤다. 여전히 어두운 나무 그림자 아래 서있는 너다. 그리고 밝은 곳에 서있는 나. 아,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니까.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있지, 서로 맞지 않는 곳에 있어도 같이 있으면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네게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익숙한 명령조. 것보다 안드로이드가 제 주인에게 명령하다니. 우습다.)

인장

서유

(산책길을 거닐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날이니까, 그래서… 피곤하니까, 제 안의 자신이 이제는 그만하라며 작은 생각들을 지워준 거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자박거리는 두 사람… 아직은 두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부르고 싶다. 여튼 두 사람의 발소리에 무심히 집중해보자면 묵직하고 일정한 발소리 위에 겹치는 제 가벼운 소리가 듣기 좋게 어우러진다 싶다. 무게감은 다르지만, 울리는 정도는 같아 기분이 들떠오른다.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맞춘다는 거니까. 입력된 행동일지언정, 네 의지가 포함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는 어느덧 바닥까지 기울고, 길게 늘어진 나무의 그늘 아래 발을 들이밀자마자……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도 시원하다. 흩날리는 하얀 머리칼이 제 시야를 뒤덮듯 가려대, 속도를 줄여 뒤에서 멈추고 있으면 자상한 얼굴로 제게 손을 내미는 너다. 이리 와, 자연스레 제가 머물렀던 어둠에서 빠져나가 햇빛을 받고 있는 네게로 향한다.)


같이 가자고? (네 팔 사이의 틈에 제 손을 깊이 끼워넣으며 바짝 달라붙었다가, 살짝 몸을 띄우고는 그 옆에 나란히 서본다. 겹쳤던 그림자가 이제는 나란히 늘어졌다.)

잠깐이었는데~ 외로웠나 보네~ 안 두고 갈게, 걱정 마아아. (흡사 반려동물을 대하는 것마냥 비음 섞인 목소리로 장난스레 웃으며 네 팔뚝을 쿡쿡 찔러댔다.)

인장

태영

응, 외로웠어. (저도 장난스레 웃으며 제 팔에 끼어 넣은 팔을 찔러대면 들고있던 해바라기를 감싼 포장이 사부작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제 곧 해 지겠네. (집에 갈 시간이야. 눈을 느릿 깜빡이곤) 오늘 시간 참 빨리가는 것 같아.
그만큼 즐거웠다는 거겠지? 아직 하루가 다 가진 않았으니까 계속 즐거울 거라고 믿어.

(집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곤) 집에가면 욕조에 물부터 받아야겠네. 나는 너 씻는동안 꽃이랑 귀걸이 정리해야겠다.

인장

서유

(들어가면 하루가 끝나버릴 것 같아 별로 들어가고프진 않지만…… 몸을 틀어 걷기 시작하는 널 멍하니 바라보다 짧은 한숨을 내쉬며 바짝 따라붙는다. 그만, 그만… 이상한 생각은 그만.)

 

종일 돌아다닌 거, 힘들었다는 기분이라도 내게 같이 씻을까?
(네가 놀라 저를 돌아보면, 어차피 방수 되잖아…… 라고 일부러 투덜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인장

태영

그럴까. (하지만 그 전에 해야할 것이 있다.) 서유야, 같이 씻기 전에 명령 하나를 입력해야할 것 같은데. 아니면 회수하거나?

인장

서유

명령을? 어? 왜? (정말로 궁금해하며 네게 되묻는다.)

인장

태영

기억 안 나나보네. 하긴 날 사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입력한거니까.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같이 씻게 되면 덮치라는 명령이 되어 있어서.
오늘 너, 피곤하잖아? 무리할까봐. 그 전에 명령 회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해봤어.(으쓱)

인장

서유

(아차, 욕망만 가득하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제 뒷목을 꾹 잡아눌렀다. 기억났어.) 아무 것도 모를 때니까, 그래서 자세하게 입력해놓았던 거라고. 그, 그래야……

 

(네가 기계라는 생각이 안 들 거 아냐. 아아, 젠장, 또 더워졌다. 바람이나 더 불어줬으면 좋겠 생각하며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본다. 건물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태양, 덕분에 하늘이 붉다. 금방 넘어가겠는 걸.)


회수는 안 할 건데? 나, 말 번복 안 하는 거 알잖아. (반박하지 말라는 시선을 네게 보내며 눈망울을 사납게 굴렸다.)

그렇게 알고 있으세요, 우리 태영 씨. (네 등을 슥슥 문질러 밀며 집으로 향했다.)

인장

GM


                                                     

서유와 함께 도시 안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해가 내려앉아 어둑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일이 있었네요.


아침에는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었죠.
'문제 기종의 전량 리콜', 그리고 '모든 기체의 강제 수거'.
오늘까지는 당장 수거 인원이 보내지지 않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내일부터는 조심해야 할 지도 몰라요.


그리고 서유와 함께 자유의 언덕에 올라갔었고요.
잠시나마 인간이었던 순간을 느끼고, 그 덕분일까요?
이전보다는 사고가 자유로워졌단 것을 태영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사고는… 계속 발전해나가겠지요. 자신은 더욱 자유분방하게 행동하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달라진 모습을 보며 서유가 기뻐해줄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다음엔… 서유와 함께 언덕을 내려와 도심을 돌아다녔죠.
그래요, 어찌 보면 데이트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주인과 안드로이드의 입장이 아녔었잖아요, 오늘은.
함께 밥을 먹었고, 서유에게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물을 받았죠. 태영 역시도 처음으로 그에게 줄 선물을 샀었네요.

그렇게나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말이죠. 처음으로 해보았던 것들이 이렇게나 많아요.
태영은 만족스러웠을까요?


옆을 돌아보면, 눈을 마주친 서유의 입가에서 미소가 살포시 번져옵니다.
금방 앞을 향하는 얼굴에서는 조금 씁쓸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이 많아보이네요.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집에 도착할 것입니다.
도착하면 욕조에 물부터 받아두어야겠죠. 하루종일 밖에 나와있느라 힘들었을 서유의 옷도 대신 벗겨주고요, 오늘 사왔던 물건들도 정리하고……

 


                                                     

어쩐지 곳곳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듯, 주위가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경찰 제복을 입은 이들이 안드로이드들을 끌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묵묵하게 앞만 보며 걷는 이들도, 강제로 끌려가듯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장

서유

……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마른 침을 삼켰다.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다.)

인장

GM

이윽고 그들은 태영 일행을 발견합니다.

서유와 경찰들과 눈이 찰나동안 마주칩니다. 경찰에게 자주 협력했던 서유를 그들이 못 알아볼 리 없어요.
서유의 옆에 함께 있던 태영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곧바로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인장

서유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잡고 있던 네 손을 놓았다.)
최대한 바깥으로. 이렇게 경찰들이 깔려댄 거면, 안쪽으로 숨어드는 건…… 더 위험해. (네 등을 밀친다.) 너도 알잖아!
……도망쳐야 된다고.

인장

GM

태영에게 도망치라며 이야기하는 서유의 눈동자가 요동쳐댑니다.


달아난다면 틀림없이 경찰에게 쫓기게 될 겁니다.
마트에서 만났던 이들처럼 거리를 헤매고, 끝없이 도망다니며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겠죠.
그런 생각과 동시에,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던 서유의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립니다.


나는, 서유를……

인장

태영

(귀걸이를 네 손에 꼭 쥐어주곤) ...막지마. 어차피 사람들은 계속 쫓아올테니까. 너만 다칠거야.
... .... .... 꼭 돌아올게.
그러니까 기다려줘.


CC<=80 [ 지능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8 > 88 > 실패

system

[ 태영 ] 행운 : 70 → 60

인장

태영

CC<=80 [ 지능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9 > 49 > 보통 성공

인장

GM

서유를 두고 혼자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태영은 다시 서유를 바라봅니다.
경찰들에게 붙잡혀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있네요. 곧 연행을 당하기 직전입니다. 그러고보니 회사에게서 경고장을 받았던 전적도 있었죠, 서유는.
아마도 본인의 행동에 관해 책임을 물게 될 것입니다. 그런 서유와 시선이 부딪힙니다.

겁에 질린 시선이 태영에게로 향합니다. 그의 처분이 어떻게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돌아온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서유를 만날 수 있긴 할까요?


태영더러 바깥으로 도망치라던 서유의 말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혼자 도망치는 이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을까요?

인장

태영

(너와 시선을 마주하고 네 감정이 읽혔을 땐 제 몸은 이미 네게로 향하고 있었다.)
(이래도 저래도 너에게 상처가 남는 결말이라면 함께하자고. 그리 생각하며 네게로 손을 뻗었다.)

인장

GM

태영이 서유에게 손을 뻗는다면, 경찰이 태영의 손을 저지하려 듭니다.

인장

태영

CC<=80 [ 근력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6 > 96 > 실패

인장

경찰

CC<=60 [ 근력 ]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2 > 82 > 실패

인장

GM

아슬하게 경찰을 밀치고, 서유의 손을 붙잡습니다. 손 아래로는 태영이 건네준 귀걸이를 꽉 쥐고 있단 것이 느껴집니다.


그것을 신호탄으로, 태영과 서유는 자신들을 붙잡아대는 사람들을 밀쳐내며 거리로 달려 나갑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거리에서부터 도망치고, 가서는 안 될 곳을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마주 본 서유의 얼굴에선 묘한 해방감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늘 아래 살던 우리가 도망쳐 나와 이제야 온전히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뒤에선 경찰들이 숨을 몰아쉬며 우리를 잡으러 뛰어옵니다.
경찰들은 심각한 얼굴로 어디론가 무전을 해대고, 뒤편으로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옵니다. 보아하니 경찰차도 동원된 것 같습니다.
서둘러 도망가야겠습니다.

 


                                            

도망에 집중하다 보면 잡고 있던 손은 놓여지고, 뒤를 돌아보면 서유가 숨을 가쁘게 들이내쉬며 태영을 쫓아오고 있습니다.


태영은 서유에게로 향합니다.
우리는 함께여야 합니다. 혼자 두고 멀어질 수는 없어요.


손을 뻗어 내밀면 서유는 옅게 웃으며 태영의 손을 붙잡습니다. 조금 지쳐보이는 얼굴이라고, 태영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인 자신은 아무렇지 않지만…… 서유는 인간이잖아요. 하루종일 돌아다녀 힘들 거예요. 그 생각이 들자마자 번쩍, 서유를 안아듭니다.


놀란 표정을 짓는 서유에게 이번에는 태영이 웃어보입니다.
'함께 가자.' 라며 말했던 것도 같습니다.

인장

태영

CC<=95 [ 건강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3 > 73 > 보통 성공
꽉 잡아 서유야. 다칠 수도 있으니까.

인장

GM

태영은 앞을 보며 뜁니다. 사람들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때로는 부딪히기까지 합니다.
뒤따라오는 사이렌 소리 때문일까요? 태영이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이 놀라거나, 혐오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단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장

경찰

CC<=55 [ 건강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대단한 성공

인장

GM

경찰차를 주위로, 자동차들이 비켜섭니다.
한 대 정도는 도로를 가로막으며 그들의 질주를 방해하는 차가 있을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늘은 보이질 않습니다.

인장

경찰

CC<=55 [ 건강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2 > 42 > 보통 성공

인장

GM

경찰은 계속해서 도망쳐가는 태영을 따라붙습니다.

인장

태영

CC<=95 [ 건강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0 > 60 > 보통 성공
CC<=95 [ 건강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8 > 28 > 어려운 성공

인장

GM

서유를 안고 열심히 도망가던 태영은, 저도 모르게 우뚝 멈추어 서버리게 됩니다.


이 앞에서도 안드로이드의 강제 수거, 혹은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차들이 잔뜩 멈추어 선 채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눈앞에는 멈추어선 차량들이 가득하고, 주변으로 빽빽히 들어선 사람들로 인해 더 이상은 뛰어 도망칠 수는 없어보입니다.

인장

경찰

CC<=55 [ 건강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3 > 13 > 어려운 성공
CC<=55 [ 건강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2 > 12 > 어려운 성공

인장

GM

둘을 놓쳐가는 전조일까요?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조금은 멎어드나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다시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인장

서유

괜찮아? (주변을 둘러보며, 태영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인장

태영

CC<=60 [ 행운 ]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보통 성공

인장

GM

서유는 태영 대신 제 손에 안아든 꽃다발을 놓치지 않게, 소중하게 꽉 쥡니다.

인장

태영

나는 힘들진 않은데. (인간의 육체가 아니여서 다행인가. 주위를 둘러보곤 제 앞을 가로막은 것에 혀를 찬다.)

방해하는게 거슬려.


CC<=75 [ 회피 ]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CC<=75 [ 회피 ]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9 > 99 > 실패

인장

GM

어쨌든, 도망치기는 해야하니까요. 태영은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 틈으로 뛰어듭니다.
그들을 밀치며 뒤를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나아가보려 했지만, 서유를 안고 있는 채라 쉽지가 않네요.
혼자였다면, 이런 곳을 돌파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을 거지만……
혼자 도망칠 마음은 없습니다.


발이 묶이는 기분이 듭니다. 사이렌 소리가 뒤까지 바짝 따라옵니다.

인장

경찰

CC<=55 [ 건강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인장

GM

불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면, 경찰차가 코앞까지 쫓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장

태영

CC<=75 [ 회피 ]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6 > 36 > 어려운 성공
CC<=95 [ 건강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0 > 30 > 어려운 성공

인장

GM

빽빽하게 들어선 사람들 때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들 사이로 몸을 비집어 넣으며 움직여봅니다.
태영 자신이 남들과 부딪히는 것은 상관이 없었습니다만, 품에 안긴 서유가 부딪히려 할 때마다 팔을 앞으로 뻗어 혹시 모를 충격을 막아서는 태영입니다.


다급한 몸짓을 보고, 태영이 안드로이드인 것을 알아챈 사람 역시도 있었습니다.
'이거, 안드로이드 새끼가……' 라며 옷깃을 붙잡길래, 정강이를 냉큼 차버렸지만요.


어느덧 교통이 혼잡했던 곳을 벗어나고, 태영은 최대한 도시 외곽을 향해 무작정 달려나갑니다.

인장

경찰

CC<=55 [ 건강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인장

태영

CC<=95 [ 건강 ] (1D100<=9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보통 성공

인장

GM

아직 한창 개발중인 탓에, 도시 외곽은 건축공사에 쓰이는 중장비들로 가득합니다.
                                                     


경찰에게서 도망쳐 달리던 둘은 도시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펜스와 마주칩니다.
펜스의 뒤로는 잔잔하게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뜬금없게도 이전에 서유와 나누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태영이 아닌 태오였을 시절에 나누었었던 얘깁니다.


‘저 뒷편으로는 바다가 있대. '넌' 처음 듣지?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이젠 갈 수 없지만…….’
‘언젠가 '너'랑도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태오의 뒤를 투영해 보듯하며 얼핏 흘리던 말이 왜 이제서야 갑자기 떠오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 때문인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이 뒤는 바다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도망친다면……
저 칠흑같은 어둠 속의 바닷가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까지만 도달하면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섭니다.
의도적으로 존재를 은폐해, 불빛 하나도 닿질 않는 시커먼 어둠 사이로 숨어든다면, 경찰들을 따돌리고 무리없이 도망칠 수 있을 테지요.


눈앞의 펜스는 범위가 넓어 뜯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저 멀리선 당신과 서유를 추적하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여기를 올라가 넘어가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인장

태영

(너를 내려주곤) 올라갈 수 있겠어?

인장

서유

……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지 제 손에 있는 꽃다발을 꽈악 쥐어댔다.) 너무 높은데.
해볼게.

인장

태영

(네 머리칼을 몇번 쓰담고는 꽃다발을 주라는 듯 손을 내민다.) 먼저 올라가. 너 넘어가는 거 보면 나도 올라갈게.

인장

서유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네 손에 꽃다발을 건넸다. 마음만은 다급했지만,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응…… (조금 자신 없다는 목소리로)


CC<=55 [ 민첩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0 > 40 > 보통 성공
CC<=65 [ 근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0 > 80 > 실패

인장

GM

서유는 펜스에 매달리는 것까진 어떻게든 성공한 듯 싶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대로 멈춰서서 팔을 부들거려댑니다.
팔에 힘이 빠진 듯하네요. 제대로 오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인장

태영

CC<=90 [ 민첩 ]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6 > 46 > 보통 성공
CC<=80 [ 근력 ]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보통 성공


(펜스 위에 올라가 꽃다발을 이로 물고 네게 잡으라는 듯 손을 내민다.)

인장

서유

(바들바들 떨려대는 손을 네게로 뻗는다.)

인장

GM

태영은 서유의 손을 붙잡아 가볍게 잡아올립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몸이니, 여전히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과 함께 도망치려 애쓰고 있는 이 어리석은 주인이, 여러모로 걱정이 될 뿐입니다.


그렇게 서유를 끌어올리고, 먼저 펜스 아래로 내려간 태영은 위를 바라보며 팔을 벌립니다.

인장

태영

(꽃다발을 발치에 조심스레 내려놓곤 팔을 벌린다) 잡아줄테니까. 걱정말고 내려와.

인장

GM

서유는 잠깐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입니다만, 이내 입을 꾹 다물고는 태영을 향해 뛰어내립니다.
폭, 태영은 떨어지는 서유의 몸을 받아듭니다.

인장

서유

……흐핫. (어찌저찌 착지는 한 것 같지만 무서워서 눈 꾹 감고 있어)

인장

태영

무서웠어? (눈 감은 너를 바라보다 공주님 안기로 고쳐안고 몸을 숙여 꽃다발을 들어 네 품에 안겼다.)

인장

서유

(제 품에 안겨진 꽃다발을 말없이 바라본다. 포장할 때까지만 해도 만개해 태양마냥 반짝이는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살짝 시든 듯 힘이 없어 보였다. 꽃잎 역시도 조금은 떨어진 채이다. 조금 무리해서 도망치긴 했지, 그런 와중에도 여기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단 게, 참.)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네 팔을 꽉 잡아본다.) 얼른 가자. (펜스 너머를 돌아보며) ……잡히겠어.

인장

태영

.. 그래. (너의 미소를 보며 짧은 대답 후 펜스 너머, 바다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장

GM

저 멀리 보이던 해안선을 따라 달립니다.

 


마냥 시커멓기만 할 것 같던 바다는 달빛을 반사해 둘의 발치를 어렴풋하게 비춰주고 있습니다.
도망치며 옷이 찢어지고, 겉이 긁혀 벌어진 금속 면이 이제서야 선명히 보입니다.
흰 모래가 신발 안으로 밀려들어와 사각입니다.
아, 조금 거슬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당장은 따라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고작 하나의 안드로이드에게 이 정도의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고 판단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니면, 인력을 정비한 이후 다시금 쫓아올 수도 있겠지요.

어느 쪽이든 당장 맞이한 평화 아닌 평화를 만끽해보며, 태영은 달리는 것을 멈춥니다.


이제는 해안선을 따라 걷습니다.
저 멀리 해안가의 끝에는 언덕이 보입니다. 이대로 계속 걷고, 걸어서…… 올라가면 될 것 같아요.

인장

서유

(고개를 돌려 해안가의 끝을 바라본다. 시선은 자연스레 끝에 걸쳐진 언덕으로 향했다. 자유의 언덕보다 더 높아보이는 언덕, 어떻게 지금까지 숨겨질 수 있었을까. 교묘하게 도심 내 사람들의 눈을 가려댔구나 싶었다.) 저기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완벽하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인장

태영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높은 언덕을 보고 고민을 한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해.


(계속 걷다가 멈춰서곤) 걸을래? 힘든 건 아니지만 여기 와보고 싶어했잖아. 걸어보고 싶어할까 해서.

인장

서유

응, 걸을게…… 같이 걷자, 그러니까 내려줘.

인장

태영

(조심스레 너를 내린다.) 어때? 여기에 온 소감 듣고 싶은데.

인장

서유

그냥……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본다.) 밤바다는, 이런 느낌이구나.
평생 못 볼 줄 알았어. 다른 도시를 나가도, 외곽 쪽으로는 못 나가게 철저하게 통제를 해버리니까. ……안드로이드 때문이겠지.

 

(네 손등을 툭툭 치며 손을 맞잡듯 하더니, 건네받았던 귀걸이를 네 손에 쥐여주었다.)
바꿔끼고 마저 갈까? 이젠 집엔 못 돌아갈 것 같은데.

인장

태영

(작은 귀걸이 각을 만지작 거리다가) 그럴까.

(네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몸을 살짝 굽히고 귀에 건 귀걸이를 먼저 하나 둘씩 빼내고 문질거린다.)
뭔가 낯설면서 낯설지 않단 말이지..

인장

서유

(빼내진 귀걸이들을 슬쩍 내려다보며) 그거, 이리 줘. (네게 한 손을 내민다.)

인장

태영

(네 손위에 빼낸 귀걸이를 올려놓는다.) 내가 들고있어도 괜찮은데.

인장

서유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손에 쥔 귀걸이를 바다를 향해 던져버린다. 파도 소리에 묻혀 빠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태오가 사줬던 거, 이젠 필요없겠지 싶어서. (마저 끼워달란 듯 이제는 빈 귓볼을 툭툭 건드리며 널 바라본다.)

훗날 돌아간다 하더라도… 집이, 그 흔적들이…… (태오와 함께 살았었던 제 집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어서 그 자리를 대신했던 너와의 기억들까지.) 그대로 남아있을까?
잊을 수 있다면…… 잊는 게 좋을 것 같아.

(다 버리자, 그렇게 작게 되뇌였다.)

인장

태영

쉽게 잊혀지진 않겠지. 지내온 시간이니까 흔적은 남아 있을 거야. 뚫린 귀자국 처럼. (귀걸이 각을 열어 작고 둥근 귀걸이를 네 빈 귀에 자리잡게 했다.) 대신 내가 덮을 거니까.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모르겠네. 좋은 방향일지 좋지 않은 방향일지.

(다른 한쪽도 마저 끼워주고 한발자국 떨어져 너를 바라본다.) 잘 어울리네.

인장

서유

……응. (덮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생각해본다. 내 옆에 남아줘야만 가능한 얘기겠지, 그거. 자꾸만 떠오르는 불안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거울이 없으니 확인할 수가 없네. (제 귀를 만지작거린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촉의 귀걸이가 손끝에 감겨오는 느낌이 새롭다.)

네가 보기에 잘 어울리면…… 그걸로 됐어. (수줍게 미소짓는다.)

인장

태영

... ...(네 미소를 보고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다 네 입술에 제 입술을 묻고 금방 떨어진다) 예뻐서.

인장

서유

(예쁘다는 말에 순식간에 얼굴을 붉힌다. 어두운 주변이 붉어진 제 안색을 어느정도는 가려줄 것이었기에, 평소처럼 부끄러워하며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바다 표면에 닿아 반사되는 달빛은 믿을 게 못 되지만.)
……예쁘긴. (퉁명스레 내뱉으며 네 품에 다시금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네가 꽃을 받아들고 나면, 손바닥을 내보이며 그대로 손을 뻗는다.)


잡아, 마저 가보자.

인장

태영

(네 손을 잡고 저 언덕을 본다.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눈을 느릿 감았다 뜨며 다시 너로 시선을 옮기면 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마주하고 살짝 미소짓곤)

 

가자. (나의 끝으로-.)

인장

GM

해안가의 끝으로 향한 둘은 언덕을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사람의 손길이 수 년, 아니, 수십 년은 닿지 않은 듯한 언덕입니다.

 


야생 잔디와 풀들은 관리가 되지 않아 길게 자라난 채로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 닿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풀들의 허리가 꺾이며 발 아래로 사브작거리며 밟혀댑니다. 조금 푹신한 느낌인 것도 같아요.


과격한 움직임 탓일까요? 전력이 상당히 소모되어 머릿속으로 전력을 충전해 달라는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5분 남짓, 태영의 안구 안쪽으로 붉은 불빛이 깜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은 손은 끝내 놓지 않았습니다.


서유는 한참 언덕을 오르다 입을 엽니다.

인장

서유

도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 (조금 뜸을 들인다.) 영혼이 본래의 몸으로 돌아간다 하잖아.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넌, 어떻게 되는 걸까 싶어. (널 바라보지 않으며 계속해서 언덕을 오른다.)
역시 네가 사라진다면, 그 몸은 고철이 되려나? (맞잡은 손을 꽉 쥐었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잖아. 너도, 그리고 나도.


……남몰래 장례라도 치뤄줘야 하는 거 아냐. 다른 녀석들이 부품 재활용을 하겠답시고 덤벼드는 꼴은 보기 싫을 것 같거든.
다른 녀석들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있기야 하겠지? 통제범위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으니까.
벌써부터 이런 생각부터 하는 거, 좀 우스우려나. (어쩔 수 없다고, 공돌이들은 다 그래, 라며 허탈하게 웃는다.)

인장

태영

장례식이라니. 지금 몸이 죽는 거나 다름없다지만 그렇게 말하니까 좀 기분이 이상한걸. (깜빡깜빡거리는 걸 조금이라도 숨기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곤) 어떻게 처리하든 팔찌는 빼줘. 나중에 만나면 다시 주기야?
다른 녀석들에 관한건.. (소리에 집중하려해도 바닷소리가 너무 세 다른 소리가 묻혀버렸다. ..이런.) 일단 있다는 가정하에 움직이는게 안전하긴 하겠지.


내가 걱정하는 건 그 이후의 문제야. 넌 어떻게 하려고? 나야 인간이 되던 되지 않던 끝을 보겠다만 너는 아니잖아.

인장

서유

헤헤, ……모르겠어. (멋쩍은듯 뒷목을 긁적였다.)
……버텨볼게, 어떻게든. (이 언덕 너머엔, 바다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 모든 자료는 통제되어 접근할 수 없거나 지워져 소실된지 오래였다. 안드로이드의 이상 현상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하며 절실히도 느꼈었지.)


그러니까, 날 잊지는 말아줬으면 해. (살아보겠답시고 저 빛나는 도시로 돌아가게 된다면, 널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잖아.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런지, 아닐지 역시도 모르겠다만.)
……알았지. (네가 자신을 찾아줄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그래야 버텨볼 수 있을 것 같은 걸.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마자 이별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인장

태영

잊지 않을 거야. (정확히는 잊을 수 없지. 그동안의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최대한 빨리 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게. (찾아갈게- 가 아닌 돌아갈게. 네가 있는 곳이 원래 자신이 있는 곳인 것처럼 그리 말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짧을 수도 있고 멀수도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널 잊어서 그런게 아니니까… (마주잡은 손에 약간의 힘을 쥐곤)

걱정마.

인장

서유

돌아오면, (네 손에 들린 꽃다발을 툭 건드린다.) 역시, 새 꽃을 선물해 줄게.

…이번엔 환영의 의미로. 꽃말, 열심히 알아봐둘 테니까.
(기대해, 그렇게 말하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배터리가 떨어져간단 것은 이미 눈치챈지 오래였다. 빨리 가잔 듯, 잡은 손을 꽉 쥐어당겨 널 재촉해 가며……)

인장

GM

                                                     

이윽고 언덕의 끝,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합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초승달이 떠있고, 그 옆으로 달의 주위에서는 작은 별들이 무리지어 빛납니다.


시야가 점차 흐려집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들으며 고개를 돌리면,
서유가 여전히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인장

서유

……해줘. (툭, 네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는 곧이어 제 입술로 옮겨본다.)
(얼마 안 남았겠지, 평범한 작별 인사보다는 역시, 이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네 옷깃을 잡아당긴다.)

인장

태영

(조용히 맞잡은 손을 풀고 네 뺨을 쓰담다 아래로 내려 허리를 감싼다.)


(곧이어 살풋 닿은 입술이 맞닿았고 살짝 벌어진 틈이 생기면 입술을 문지르며 파묻어 혀를 문질렀다.)


(굿바이 키스라는 건가.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줘 제 쪽으로 당기고 좀 더 안을 탐할 수 있도록 고개를 틀었다. 마지막이니까, 적어도 이 몸으로는 마지막이잖아. 그러니까 더 느낄 수 있도록 깊이 더 진하게. 그래, 지금처럼.)

인장

서유

(잡은 네 손을 놓았다. 양 팔을 들어 네 목을 둘러안으며 그대로 꽈악 껴안아 본다. 조금 버겁다 생각될 정도로 깊이 침입한 살덩이의 느낌에 자연스레 치켜든 팔뚝이 바르르 떨려댄다. 아마도 지금의 너와는 마지막일 키스, 이것은 인사 대신. 네 마지막 인사는 너무나도 다정해서, 한동안은 이를 계속 곱씹고 원해가며 꿈속을 헤맬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야가 일렁여대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울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도.)

찾아와야 해. (맞닿은 입술을 떨어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나, 혼자…… 두지 마. 그러기로 했었잖아, 널 데려오던 처음 그날부터.
기다릴게. (네 품에 얼굴을 묻는다.)

……기다릴게.

인장

태영

그래..(너를 보다 꽉 껴안으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꽃다발이 더 엉망이 되었을지도. 그것이 소중하더라도 너만큼은 아니었다. 아.. 놓고싶지 않아. 너를 계속 안고 싶어.)

…기다려줘.


(웅웅 네게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경고음이 시끄럽다. 몸도 조금씩 느려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 다는게 온 몸으로 느껴진다. 움직여야겠지. 그러지않으면 지금까지 고생한게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


(너를 안은 팔에 조금씩 힘을 풀곤 눈가를 문질렀다) 갈 시간이야.

인장

서유

……응. (제 눈물이 닦이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언덕의 끝, 제일 높은 지점. 도심에서 멀어진 지는 오래였고, 이곳에 널 다시 충전해줄 전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터리가 다하고 나면 넌 이제 이곳을 완전히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널 붙잡아두는 것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곧 전원이 꺼질 너였다. 네게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는다. 네 손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자, 너의 손에 들려있던 꽃다발이 툭, 바닥에 떨어진다. 빈 손을 모두 맞잡으며 최대한 꽈악 쥐어냈다.)


잘 가, 내 가짜 연인.

다음에 만난다면, 진짜가 될 수 있길…… (새로 시작할 거잖아, 이번에는 내가 힘내볼게, 그때도 날 좋아해줘, 꺼져가는 눈빛을 보며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인장

GM

정말로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틀리지 않은 걸까요?
그런 불안은 손에 힘을 주는 감각과 함께 깨어집니다.
아무렴 어떨까요, 나와 함께 끝없이 도망쳐준 서유가 곁에 있는데.
더는 그늘 속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둘은 함께 눈을 감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

 

                                                     


╔═══════ -ˋˏ ༻༺ ˎ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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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만나는 곳으로

W. @KAMUROCHO_

𝟮𝟬𝟮𝟮.𝟬𝟰.𝟮𝟵
𝟮𝟬𝟮𝟮.𝟬𝟱.𝟭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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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 앙쥬 ✧
          PL. 쟈마 ☽
╔═══════ -ˋˏ ༻༺ ˎ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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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생환
서유 생환

태영은 이후
바꿔치기 당한
제 영혼의 절반이 잠들어 있는
이스족의 몸에서 지내게 됩니다.

1D6주가 지나면
쪼개져 흩어져 있던 영혼들이
하나로 모이게 되어,
자신의 몸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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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nd

인장

태영

1d6 (1D6)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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